뜸한 일기/이웃

아내 휴가 보내고 독박육아(?) 중인 스페인 친구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7. 8. 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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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말씀해드렸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가족이라고 생각한답니다. ^^*

해마다 있는 청소년 지표 조사에서도 '가족'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조사되는 바입니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있어 이성 친구도 아니고, 대학진학도 아닌, '가족'이라니...... 

그만큼 사회 자체가 가족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연애하다가도 결혼을 하면 스페인 사람들은 참 가정적으로 변합니다. 

부부 사이의 가사와 육아는 더욱 그렇고요. 


이번에 우리 [참나무집]에 친구가 아이 둘을 데리고 놀러 왔습니다. 

이 친구는 2년 전부터 집에서 가사일을 하고 아이들을 직접 키우고 있답니다. 

그게 뭐 어떤가요? 하고 물으실 분을 위해...... 

그런데 이 친구는 남자 사람 친구랍니다. ^^



이 친구는 텃밭에서 채소도 키우는데 이렇게 푸짐하게 들고 찾아왔습니다. 

해발 1,200m인 이곳에서 흔하게 나지 않는 채소를 들고 왔습니다. ^^



어때요? 참 푸짐하죠? ^^



친구는 아내가 직장에 나가는 대신 자신이 육아를 하기로 했습니다. 

첫째는 아내가 키웠지만, 둘째는 자기가 키우고 싶다고......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요즘 시대가 바뀌어 남자도 육아와 가사를 하는데, 가끔 내가 일(직업)하지 않고 

집에 있으니 다들 뭘 하면서 있느냐고 묻더라. 여자가 집에 있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내가 아이들 데리고 집에 있으니 참 많이들 묻더라. 

그런데 할일이 얼마나 많아? 그렇지 않아?"


하긴 주부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 가사일을 이 외국인 남자가 술술 말하고 있으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


"아침에 일어나 아내 직장 보내고, 아이들 깨우고, 산더미처럼 쌓인 집안일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거기다 텃밭도 관리해야지, (키우는) 말도 보살펴야지.

마누라 집에 돌아오면 저녁 같이 먹고, 또 쌓인 일이 얼마나 많아?

이건 끝나지 않는 쳇바퀴야." 

이런 소리를 합니다. 


이 친구에게 이유식 조언도 해주며 공통된 대화를 이끌 수 있는 환경이 참 신기하면서도 좋았습니다. 


 


친구가 가져온 채소로 만든 호박 수프와 옥수수, 토마토로 간단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왜 친구는 아내와 오지 않았을까요? 


"아내도 직장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데 휴가 내도 쉴 수 없잖아?

그래서 조금이라도 휴가 다녀오라고 보냈어. 가끔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거든. 

나도 그렇게 해서 지지난 주에 혼자 여행 다녀왔거든. 이제는 마누라도 쉴 시간이야." 



그렇죠? 이렇게 부부가 서로의 시간을 위하는 일. 

서로의 공간을 배려하는 일, 서로가 행복으로 가는 일 아닐까요? 

그렇다고 아이들이 사랑을 못 받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아빠의 손길을 더 많이 받은 아이들인지는 몰라도 참 쿨하게 놀다 간 아이들입니다. 



엄마는 휴가 보내고 아빠와 함께 온 두 아이들이 우리 세 딸과 재미있게 놀다 갔습니다. 


 


오랜만에 온 친구 가족을 위해 저는 우리 집 칠면조 가슴살로 

한국 양념 통닭(?)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한국 닭이라고 합니다. 

칠면조인데 왜 닭이라고 하냐고???!!!

사실, 양념 통닭이 먹고 싶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칠면조로 튀겨서 매운 양념 묻혀 먹인답니다. 



정말 어려서 매운 것 못 먹는 아이들은 토마토 케첩으로 대신...... 


그런데 대박! 역시, 튀긴 음식을 아이들은 엄청나게 좋아하네요.


친구는 그다음 날 바로 집에 갔습니다. 

"왜, 더 놀다가 가지? 마누라도 없는데 아이들하고 여기서 재밌게 놀다 가지?"

했더니, 

"안 돼. 집에서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아. 동물도 보살펴야 하고, 아이들 공부도 시켜야 하고, 

마누라 오기 전까지 집에서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아. 빨리 가 봐야 해." 

아하! 그야말로 독박육아입니다. ^^; 


가족...... 뭐 서로의 공간을 인정하면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가족 간의 존중과 조화를 유지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최근 며칠은 인터넷 불통이었는데 그새 벌써 [인간극장]이 한국에서 재방송되었다네요. ^^; 

부끄러워라~ 부끄러운데 많은 분이 방문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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