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기쁜 마음으로 스페인 친구에게 물려준 유아 용품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7. 11.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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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페인 친구가 임신 6개월에 조산을 했습니다. 아이가 인큐베이터에서 2개월 지내다, 엄마 품에서 자라길 3개월, 아직 어린 이 아기는 지금 무럭무럭 건강히 잘 자라주고 있답니다. 정상 월령으로 2개월이 되었죠? 

친구는 여러 차례 자연유산을 경험하면서 참 힘들어했는데요, 7 년만의 아기를 낳았습니다. 게다가 모성애를 타고 난 이 친구는 엄마가 되는 게 소원일 정도였지요. 그런데 늦은 나이에 정말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던 소원이 이루어지고야 말았답니다. 너무 기뻐서 저도 눈물로 축하를 해줬는데요, 이번에 친구를 만나 원 없이 안아주고 함께 기뻐해 줬습니다. 

그러다 친구에게 무엇을 선물해줄까, 참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우리는 새것이 아닌 우리 아이들이 쓰던 물건을 깨끗이 광칠해서 주자고 결론을 봤습니다. 

'늦은 나이에 얻은 자식이 헌것을 쓴다고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처음에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애지중지 어렵게 낳은 아기에게 이런 대접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하지만, 역시 우리 친구들은 다릅니다. 물질이 아닌, 마음에 더 눈을 돌리니 말이지요. 

이런 물려주기 문화는 물질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는 지극히 당연히 필요한 양심적 문화인데 언제부턴가 모든 이들이 새것에 기뻐하고, 새것만을 찾는, 남이 새것을 쓰면 나도 새것~! 타령을 하는지...... 제 말이 조금 싫은 분들도 계실 거에요. 하지만, 아직 쓸모있는 물건은 버리면 쓰레기가 되고 맙니다. 환경오염의 주역이 되고, 우리는 버렸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누군가가 다시 써준다면 이보다 더한 가치는 또 어디 있을까요? 소비가 조금 더 줄고, 환경 파괴도 조금 덜해지는 것...... 아니, 겨우 아기용품 물려준다고 이런 거창한 이야기까지 합니까? 하실 분이 계시지만...... ^^* 모든 것은 이런 소소한 일상에서 산을 이룬다고 보기에 소소한 실천이야말로, 어느 분야에서든 가장 좋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 우리야, 좋지!!!"

친구는 기꺼이 우리 아이들이 쓰던 물건을 기쁘게 받겠다고 했습니다. 

▲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사용하던 저 이유식 아기 의자를 선물로 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유식 아기 의자가 하도 오래되어 우리는 의자 커버를 바꾸어야 했답니다. 워낙 오래된 물건이라 아기 의자 공식매장에서도 이 커버를 팔지 않는다고 하네요. ㅜ,ㅜ 

하지만!!!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여기서 빛이 납니다!

오래된 아기 의자 커버를 직접 제작하여 판매하는 온라인 개인 매장이 있었습니다. 역시, 이런 오래된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고 여전히 제작하고, 정비하는 곳이 스페인에는 존재합니다. 아무리 오래된 차라고 해도 그 차 부품을 어디서든 찾아낼 수 있는 곳이 스페인이니까 말이지요. ^^; 

 

창고에서 가지고 온 유아 의자. 오랜 커버는 제거하고 몸체를 재정비했습니다. 

세월 때가 묻은 안전띠를 제거하여 깨끗이 씻었습니다. 

몸체도 깨끗이 닦고 광을 내주었습니다. 

의자 커버를 온라인 주문하니 택배가 이곳에도 도착했습니다. 물론, 오래 걸렸지요. 

아이들이 의자를 점검합니다. "아빠, 정말 좋아할 거야. 곰돌이도 참 마음에 들어~!" 

사실, 아기 아빠 별명이 곰이라 아기도 작은 곰이라 별명 지은 것 보니, 곰 의자 커버는 아주 좋을 것 같았지요. 

짜잔~! 새것처럼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한 선물이 되었지요? 

친구의 마음과 정성이 듬뿍 담긴 이 의자를 제 친구도 정말 좋아해 주었습니다. 

아기 덕분에 행복하다는 친구. 그런 모습을 보니 정말 정말 기뻤답니다. 이제 꽃길만 걸어~~

 

아기가 아직 2개월이라 이르겠지만, 조만간 이 의자에서 이유식 먹으며 난장판을 만들 생각을 하니 정말 기뻤습니다. 아기를 안아보라고 재촉하는 친구 덕에 오랜만에 산모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즐거웠네요. 

행복한 일상에 젖은 친구, 우리 부부도 기쁜 마음으로 친구의 앞날을 축복해주었습니다. 

친구가 찍어준 우리 가족 사진. 

제 품에는 사실 아기가 한 명이 숨어있습니다 ^^*

소소하지만 이런 소박한 일상이 친구에게도 전해져 무척 기뻤던 하루였습니다.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다 물려달라는 친구 덕에 우리도 그랬던 적이 있음을 고백하기도 했지요. 아이 많고 적음을 떠나 남이 쓰던 물건이 사실은 더 가치 있는 물건이라는 걸 알아주니 참 좋았습니다. 내 자식이 사용한 것이라 더 깨끗해야 했고, 더 잘 관리하고, 빨아야 했던 전적을 보면, 분명 새것보다는 더 소중하게 다뤄졌음은 분명하니까요. 

아무튼, 이쁜 아가들~ 무럭무럭 잘 자라주면 고맙겠어요~~~ 아가들은 새것이나 헌것을 잘 모르니까, 부모 사랑 듬뿍 받으면서 그렇게 순수하게 잘 자라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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