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이들 예방접종 하러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온~ 가족 외출이라 아이들이 또 환호성이었지요. 하지만, 주사 맞는다는 소리에 환호성은 쏙 들어가고~~~~~ 덜덜덜 떨리는 무서움이 엄습해왔습니다.
우리 소아청소년과 의사 선생님은 참 좋으신 분이랍니다. 아이들이 무서움에 덜덜덜 떨자 부드럽게 농담과 즐거운 말씀을 해주셨지요. 한 아이도 울지 않고 잘 주사를 맞았는데 무서움이 제일 많은 사라가 얼마나 겁을 먹던지...... 그래도 잘 참고 잘 검사를 받고 왔습니다.
중간에 앉아 있는 아이가 사라이고, 머리 땋은 아이가 산드라, 그리고 누리가 저렇게 재미있게 웃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라는 주사를 맞자마자 그림 하나를 그렸네요. 이렇게 현실적인 아이의 표현이 얼마나 웃겼는지...... 주사 맞으니 당연히 아프죠~~~ 저렇게 눈물 흘리는 아이를 그려놓고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후다닥 마트에서 그동안 먹지 않은 생선을 사 올라왔습니다. 아이들을 다시 학교에 보내고 우리 부부는 오붓하게 생선 요리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짜잔~~~ 요리를 하다가...... 가만 생각해보니, 언제부터 우리의 식성이 완전히 갈라진 겁니다. 저는 빵은 잘 먹지 않고요, 남편은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물론 밥 요리는 두 사람 다 잘 먹고, 피자와 같은 빵 요리도 두 사람 다 잘 먹습니다. 그런데 사이드 요리로 먹을 때 식성을 보면...... 저는 밥, 남편은 빵으로 갈리더라고요.
마치, 양식 요리점에서 주문받을 때 하는 소리, "빵 드릴까요? 밥 드릴까요?"와 같은 취향의 변화였습니다. 아~~~ 제가 젊었을 때는 이렇게까지 밥만 고집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었을 때는 빵만 절대 고집하지 않았죠. 마치 세월이 흐르면서 유년기에 즐겼던 음식에 더 애착이 가는 듯 우리 두 부부는 그런 행동을 합니다. 나는 밥~! 나는 빵~!!!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오랜만에 마트에 들러 사 온 연어로 오븐에 구운 요리를 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요리를 보면 사이드 디쉬로 뭘 드실까요? 밥? 빵? 아니면 그냥 위의 접시만? 밥과 빵 필요 없어요~ 하실까요? 연어 소스로 마늘과 파슬리 가루, 올리브유, 빵가루, 왕소금이 들어가 조금 짭짜르름합니다.
남편은 역시나 빵을 선택했습니다. "난 평생 빵돌이였는데, 빵을 선택해야지~!" 그럽니다. ^^* 물론, 한국 음식을 먹을 때 밥 먹는 걸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특히 비빔밥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할 정도로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보통의 요리가 나오면 이렇게 빵을 고집하더라고요.
샐러드와 로마 파프리카 구이(요즘 풍년이라 이것만 매일 먹는 것 같아요. ^^;) 그리고 어제 먹다 남은 감자 오믈렛.
제가 먹는 접시입니다. 밥은 있어야죠~~~ 요즘 저는 밥이 더 좋아서 큰일입니다. 빵은 전혀~~~ 입으로 들어가지 않는답니다. 물론,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빵과 스펀지케이크 등을 만들어 올리고 있기는 하지요. 게다가 제 손으로 만드는 빵은 잡다한 첨가물이 없어 안심되고, 설탕도 적게 넣고, 흑설탕만 넣으니 건강한 느낌이라 제가 줄곧 만들고 있답니다. 물론, 남편은 유년기의 빵이 그리워, 동네 빵집에서 만드는 바게트를 사줍니다. 바게트 갈라서 하몬 넣어 만드는 스페인식 바게트 샌드위치, 보카디요(bocadillo)를 해서 직장에서 브런치로 먹거든요.
그리고 보니, 유전자 깊숙한 곳에 박힌 입맛이 그냥 없어지지 않네요. 남편은 남편대로 저는 저대로......
재미있는 취향의 차이, 식성의 차이...... 괜찮아~! 먹는 게 조금 다르면 어때? 조금 더 힘들여 빵 준비하면 되고, 밥하면 되지......! 싶은 게 우리는 이런 차이로 가끔 웃는답니다. 그런데 더 웃겼던 조합은 뭔지 아세요?
바로 우리 아이들이 해 먹는 조합이랍니다.
아이들이 아빠가 먹는 빵에다 엄마가 먹는 밥을 올려 함께 먹는다는 사실~!!!
아아아악!!! 너희들 정말 웃기다!
아이들 취향의 탄수화물은 빵과 밥이었습니다. 정말 현실을 직시한 취향이며, 식성이군요!!!
(위의 사진은 어느 날 먹었던 스페인식 소시지와 순대 접시였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아이들 때문에 우리 취향을 적나라하게 알게 되었답니다. 정말 재미있는 풍경이죠? 아무리 오래 같은 시간을 살아도 역시 깊은 습관의 유년기 입맛은 정말 고칠 수가 없네요.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더 유년기에 먹었던 음식을 고집한다고 어떤 분이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네요. 스페인 사람인 남편에게는 빵, 한국 사람인 나에게는 밥!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래도 전 요즘 국수도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특히 잔치국수. 어릴 때 많이 먹어 그런지 요즘 아주 그립네요.) 아니면 모태 빵순이, 빵돌이가 원래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죠? 마치 모태 밥돌이, 밥순이가 존재하듯이...... 헤헤. 농담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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