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아이들에게 빵~터지는 한국말 시도하는 스페인 남편

산들무지개 2017. 11.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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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학교에서 동네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을 가만히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넌 한국말 모르지? 난 알아!" 하고 얼마나 자랑하면서 이야기하는지......! 사실, 쌍둥이는 한국말 할 기회가 없어서 거의 하지 않았는 데에도 자기 친구들에게는 한국말 잘한다고 자랑질이랍니다. ^^; 쌍둥이는 사중언어를 사용하잖아요? 사중언어? 쌍둥이끼리의 언어, 한국어, 스페인어, 발렌시아어. 이렇게 사중언어랍니다. 그래서 말도 상당히 늦게 배웠습니다. 지난해 만5세 때에만 해도 말을 못해 큰 걱정을 했지요. 그런데 올해부터 말이 늘더니 지금은 곧잘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말을 썩 잘하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대화가 통할 정도이니 다행입니다. 한국어는 알아듣기는 잘 알아듣는데 말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지요.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니까요. 

그런데 식탁에서 어쩌다가 요즘 우리는 한국말로만 말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플라토(plato)를 한국말로 뭐라고 해?"

"접시." 

쌍둥이 아이들이 가르쳐달라면서 말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말하기. 산드라도 질 수가 없죠. 

"아빠는 한국 가고 싶으면 한국말부터 배워야 해." 조언까지 하는 아이. 

"아빠?! 한국말로 세르베자(Cerveza)를 뭐라고 하는지 알아?" 

"................"

아빠가 뭘 알겠어요? 아빠가 아는 한국말은 전에 배웠던 기저귀 갈자, 밥 먹자, 치카치카하자, 좋아요, 나빠요, 먹고 싶어요 밖에 없는 걸요. 

"아빠 맥주야. 맥주!"

"허허허...... 그래, 맥주는 꼭 알아둬야겠다." 

그렇게 시작한 아이들의 아빠 고문하기!


"아빠, 엘라도(helado)를 한국말로 뭐라고 하는 줄 알아?" 사라가 이번에 따지고 묻습니다. 

"하하하! 아이스크림~! 아빠는 그것도 모른데요~" 

푸하하하! 웃음이 나옵니다. 한국식 외래어인 아이스크림을 한국말로 알고 있는 아이, 그래도 귀엽습니다. 한국말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뭐든 어때요? 이렇게 한국말을 배웁니다. 

그런데 아빠가 아이들에게 이번에는 묻습니다. 

"얘들아, 한국말로 살사 데 소하(Salsa de soja)를 뭐라고 하는지 알아?"

"음......"

아이들은 기억이 날듯 말듯합니다. 사실 '간장'이라는 말은 알고 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나 봐요. 

"그건 간장!" 

아빠는 통쾌한 듯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그럼 얘들아, 저기 있는 건 뭐야?" 

"응~ 된장!" 

"맞았어! 그럼 아빠 따라해 봐." 

에잉? 아빠 따라 뭘하라는 소리일까요? 

"자~ 간창콩창창은 된창창창인가~!" 

헉?!!! 뜨악!!! 아니, 이 남편이!!! 제가 전에 가르쳐준 잰말을 아이들 앞에서 유세 떤다고 저렇게 자랑질을 합니다. 푸하하하!!!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웃었던 순간입니다. 남편 대단하다!!!

아이들도 아빠의 요란한 잰말 퍼레이드를 들으면서 얼마나 웃던지요! 

"남편, 그런데 콩창이 아니야, 공~ 장~ 이야!" 

그러자, 남편의 눈이 찌릿하면서 저를 노려봅니다. 

"으이구, 또 시작이야. 공장이나 콩창이나 나한테는 똑같이 들린단 말이야."

하하하! 어찌 ㄱ, ㄲ, ㅋ를 구분할 수 있소이까! 더불어 ㄷ, ㄸ, ㅌ와 ㅈ, ㅊ, ㅋ까지......! 이게 남편에게는 고문이라네요. 그렇게 시작한 잰말 퍼레이드, 얼마나 웃긴지......! 그런데 재미있게도 스페인어에도 이런 잰말이 있다네요. 정말 신기해요. 

그래서 저도 질 수 없다 잰말을 여러 개 시전하게 되었습니다. (위의 동영상에는 스페인어 잰말을 시전하는 산똘님과 그의 따님이 있사옵니다. ^^;)

"니가 깐 콩깎지는 내가 깐 콩까지인가 내가 깐 콩깎지가 네가 깐 콩깎지인가........ 어쩌구 저쩌구!" 

했더니, 스페인 남편인 이 산똘님이 그럽니다. 

"헉! 한국 사람들 무지 나쁘다~!" 

하하하! 왜?! 

"이렇게 어려운 잰말은 처음이야. 내 생애 처음!!! 정말 잰말 놀이조차도 기가 막히게 재미있어~!

당연하지요. 한국말이 얼마나 발음하기 어려운데, 잰말 놀이에 도전하려 하는지......! 그렇게하여 우리는 또 잰말 놀이를 검색해가면서 한국어와 친숙해지고 있답니다.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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