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생각

한국인은 매운 거 다 잘 먹는다고 착각하는 스페인 친구들

산들무지개 2017. 12.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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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이 수제 맥주 대회에 나갔다가 가져온 물건은 상장과 상품 만이 아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가져온 물건은 여러 종류의 고추였습니다. ㅠ,ㅠ 아니, 왜 고추를? 

남편이 속해있는 수제 맥주 협회 친구들은 제가 한국인이라 매운 것을 아주 좋아할 것이라 착각(?)하고 나름대로 챙겨준 물건이지요. 

"자네 아내 산들무지개가 엄청나게 좋아할 거야!" 하고 나름대로 절 생각하여 챙겨준 친구들의 성의(?)이기도 합니다. 다름 아니라 우리 집에서 주말 모임을 계획할 때 다들 제가 한 음식과 고춧가루, 고추장을 먹어봤기에 이렇게 각각의 친구들 집에서 기르는 고추를 가져와 보내준 것이지요. 

그런데 고추가 아주 생소한 것이라 봉지째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 한 개, 두 개로 가져 다니면서 맛을 보고 있습니다. 감히 먹어보면 난리가 날 것이고, 게다가 다들 키우는 고추는 음식용이 아닌, 관상용으로만 키우기에 감히 맛은 보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산똘님은 한국산 장모님표 고춧가루로 걸쭉한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웃 맥주를 선보여 특별상까지 먹은 적이 있어 다들 고추에 관심을 끌게 되어 맛까지 보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그 고추가 저 고추가 아니야~!!!


산똘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설명을 해줬다고 합니다. 

"있잖아. 한국 고추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고추가 아니야. 맵기는 하지만, 속까지 타는 그런 고추는 아니야. 입은 맵지만 속은 다른 고추와 비교하면 편안한 고추거든."

등급이 다르다고 그렇게 일렀건만, 스페인 사람들이 어디 매운 강도에 익숙한가요? 매운 것을 모르니 조금 매워도 맵고, 아주 매워도 매운~ 그런 기준만 있으면 매우면 다 맵다는 기준이지요. 

"그래도 산들무지개가 엄청나게 좋아할 거야."

하면서 챙겨줬다는데......! 그것도 스페인서도 구하기 어려운 이런 고추들을......!

사실, 저는 청양고추만 해도 매워서 잘 못 먹는 사람입니다. ㅜㅜ 

남편이 소중하게 가져온 휴지를 여는 순간, 코로 전해지는 이 매움은 차원이 다릅니다. 

"남편! 이거 뭐야? 왜 냄새만 맡았는데 코가 맵지? 싫어!"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이 사람들이 말이야, 매운 게 다 똑같이 매운 게 아니란 걸 모르는가 봐. 


▲ 스페인 친구들이 준비해줘서 정성스레(?) 싸가지고 온 고추들

세계 여행을 하면서 먹어본 음식 중에서 솔직히 한국 음식보다 매운 곳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태국이나, 인도, 파키스탄, 모로코, 튀니지 등 입에 댔다가 불이 활활 타오르는 신기한 경험까지 한 음식들이 있었는데요, 위의 고추는 그냥 냄새만 맡아도 코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더라고요. 

아흐~~~! 저기 중간에 있는 조그만 녀석에서 나오는 그 냄새는 죽음 그 자체였습니다. 알고 보니 1994년에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뽑힌 아바네로입니다. 아~~~ 다른 녀석들도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매운 녀석들로 왼쪽 빨간 녀석이 졸키아과 같은데 미국 애들이 먹고 병원행했다는 녀석입니다. 아~~~ 무서워. 자고로 청량고추보다 88배나 맵다는...... ㅜㅜ

풋고추처럼 생긴 녀석은 할라페뇨, 동그랗게 생긴 녀석은 모르겠고요, 길쭉한 녀석은 아무래도 튀니지 등지에서 많이 먹는 하리싸과의 고추인 것 같습니다. 하리싸는 한국인인 제가 먹다가 신경질 내면서 먹지 않은 기억이 있어요. 튀니지에 놀러 갔을 때 아침 식사로 이 하리싸있는 수프를 시켰는데, 엄청나게 매워서 죽는 줄 알았던...... ㅜㅜ 그 후로, 하리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거부하고 있지요. 

아무튼, 위의 고추들은 청양고추보다 몇 배는 더 매운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 중의 하나입니다. 아!!! 스페인 친구들 대단합니다. 이런 걸 각자의 집에서 가져와 맛볼 생각을 하다니......! 한국인 친구를 위해 이렇게 마음이 하나둘 모여 대단히 매운 고추를 수집하게 했네요. ^^; 

"고맙지만 사양하겠어~!" 소리가 절로 나온 이야기. 그래도 친구들은 다 이해합니다. 

매운 걸 맵다고 못 먹는 건 못 먹겠다고...... 

"맥주 담그고 싶은 사람들은 한국 고추를 사용해야 해." 조언을 해줬다는 사실. 

유럽에서는 한국인이 이런 고추는 다 먹는 줄 알지만,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다 개인 취향임을 이번에 제대로 알게 해줬습니다. 

남편이 하는 말, 그날 한국 고춧가루 구해달라는 청탁이 왔을 정도였다네요. 자고로, 조금씩 뜯어먹은 고추 덕분에 많이들 얼굴에서 불이 올랐다고 전해지네요. 대단하다, 스페인 친구들. 난 먹을 생각도 안 들던데....... 그렇게 매운 걸 먹을 시도를 하다니, 역시 모르면 죄가 아니구나! 순진하게 한국인 친구 생각해서 관상용 고추를 따다가 선물(?)로 가져오다니...... 고마우면서도 짠하다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집니다.

12월의 남은 날들 다들 즐겁게 보람차게 보내세요! 화이팅!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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