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성탄절 이브 때, 스페인 시부모에게 쫓겨난 사연

산들무지개 2017. 12.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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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즐거운 성탄절, 잘 보내셨나요? 

스페인은 성탄절이 국민 대명절이기 때문에 식구들끼리 모여 즐겁게 보낸답니다. 

기서 잠깐  스페인 성탄절은 요즘, 종교적으로 믿음이 강해 시행하는 일종의 종교 행사가 아니라 전통이 문화로 자리 잡아 대중화된 하나의 전통문화입니다. 그래서 종교인이 아니어도 성탄절은 문화의 한 부분으로 '명절'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마치 제례를 올리는 한국의 설이나 추석처럼 말이지요. 요즘은 제례를 올리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명절은 명절로 식구들과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스페인 성탄절도 종교 행사보다는 명절로 생각해주시면 된답니다. 

단 성탄절 이브인 전야제에 맛있는 음식과 선물(어른들만), 세뱃돈 개념의 용돈도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이들에게 짜잔~ 나누어 주시고요, 자고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명절인 이 성탄절, 선물 한가득, 웃음 한가득이었습니다. 

스페인에서도 명절인 만큼 음식 준비며 선물, 이것저것 준비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평소에 먹지 않는 조금 고급스러운 음식 준비와 세팅, 한국의 명절만큼이나 할 일이 많지요. 그런데 이번에 우리는 스페인 시부모님으로부터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무슨 잘못을 했길래......? 평소에는 식구들 다 모여 재료 손질이며, 음식이며, 테이블 세팅이며 다 함께 하는데 말입니다. 이번에는 시어머님께서 단호하게 우리를 거절하셨습니다. 

시어머님이 거절한 성탄절 전야제 음식 준비! 

너희들 때문에 내가 음식에 집중할 수가 없어! 다들 나가주었으면 좋겠어!

이런 소리를 하셨습니다. 아~~~ 그런데 이것은 사소한 배려였습니다. 


너희들은 성탄절에 오면 즐기질 못하잖아? 아이들 데리고 나가서 페리아(놀이공원)에 가서 마음껏 놀아. 언제 페리아가 다시 설지도 모르는데, 이왕 도시에 온 것, 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데리고 나가서 마음껏 놀게 해. 

이러십니다. 해발 1,200m 스페인 시골, 고산마을에 사는 우리 가족에게는 평소 보지 못하는 크리스마스 풍경을 마음껏 즐기면서 보라고 배려를 해주신 거죠. 

그래도 요리하는 것은 도와드려야죠? 아니, 어떻게 일흔 넘으신 시부모님 혼자만 남겨두고 놀러 갈 수가 있어요? 게다가 그 많은 요리를 혼자 다 하실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시어머니께서는 재료 준비하기 아주 쉽다면서 우리를 쫓아냅니다. 

재료는 천천히 준비하면 되고, 세팅도 천천히 하면 되니까, 일단은 나가줘~! 아이들이 있으면 오히려 방해되니까 말이야. 양고기는 오븐이 요리하니까 힘들 일 하나도 없고, 나머지는 준비해놓은 재료를 너희들 오면 바로 하면 되니까, 와서 해도 늦지 않을 거야. 

하시면서 우리 모두를 쫓아냈습니다. 며느리 할 것 없이, 자식, 손주, 손녀 다~~~ 말이지요. ^^;

그래서 우리는 평소에 보지 못하는 놀이공원에 가서 아이들과 성탄절 이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성탄절 이브, 저녁 우리는 다 함께 모여 페리아(놀이공원)가 있는 엘 누에보 센트로(El Nuevo Centro)로 갔습니다.

이런 페리아는 성탄절처럼 특별한 기간에만 문을 여는 곳입니다.  

아이들이 눈 휘둥그레 가면서 무엇이든 기회가 있으면 타려고 합니다. 

긴장해서 보고 있는 아이. 다음에 자기 탈 차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삐~ 소리가 나면 얼른 달려가야 탈 수 있거든요. 

이렇게 차에 올라탑니다. ^^ 신나겠다!

조그만 아이들이 타기에 좋은 놀이기구가 많네요. 

사실 발렌시아 시청 앞에는 어마어마한 트리와 아이스링크, 회전목마가 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붐벼서 우리는 그래도 조금 덜 붐비는 누에보 센트로로 왔습니다. 

그곳에는 이렇게 밸렌(베들레헴의 스페인어)의 풍경을 재현한 작은 형상들과 마을 구경도 했습니다. 

정말 잘 되어 있어요. 동영상에 완벽한 모습으로 올렸으니 구경해보세요. 

아이들과 신나게 놀다~ 물론 우리 어른은 구경만 했지만 말입니다. 아이들 노는 모습 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의 풍경입니다. 
맛있는 음식과 분위기 그대로 한번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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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에 돌아와 성탄절 이브 저녁 준비를 후다닥후다닥합니다. 시부모님 두 분이 준비해놓은 재료를 잘 꾸미면 되거든요. 이렇게 샐러드를 꾸미고, 세팅도 여럿이 후다닥 했고요. 시아버지께서 준비하신 요리는 벌써 따뜻하게 접시로 덮여있고요, 베이컨 말이와 양송이 버섯 볶음, 참 맛있어요. 

왕새우 구이 전문가인 시누이가 바로 새우를 굽습니다. 시부모님 덕분에 있는 재료로 후다닥 요리하는데 시간이 아주 조금 걸렸네요. 며느리나 딸이나, 아들이나 모두가 합동 단결하여 후다닥 식탁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결코 여자들만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모습 너무 좋더라고요. ^^

아이들 음식 

우리 어른 식탁의 음식. 4코스 넘는 음식들로 배가 불러 죽는 줄 알았어요. 이 요리도 동영상에 자세히 찍어놨습니다. 위의 사진은 양고기구이로, 오븐이 요리했다고 한 시어머님의 요리. 참 맛있었어요. 

마지막엔 후식으로 샴페인과 달달한 스페인식 엿, 뚜론(Turron)을 먹었어요. 

이제 이날 제일 기다리는 아이들 용돈 타임. 시어머니께서 아이들 하나하나 불러 용돈을 줍니다. 

아이들은 신났습니다!!! 각각 50유로씩~! 우와! 그런데 아이들이 아직 돈 개념이 없어서.....

"엄마, 이거 큰돈이야?" 하고 묻네요. "그래, 큰돈이야. 네가 원하면 동전(1유로)과 바꿔줄 수 있어."

이랬더니 동전의 가치를 더 잘고 있는 쌍둥이 둘은 이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주었습니다. ^^ 엄마들은 다 이렇다니까요! ^^* 행여나 잃어버릴까봐. (혹 큰돈 욕심 있어서?!) 이런 모습 보면, 스페인 명절이나 한국 명절이나 다~ 비슷한 것 같아요. ^^

아이들은 이날 놀이공원에 가서 놀다와 행복했고, 우리 자식들도 명절 증후군(?)에 빠지지 않아 행복했고, 시부모님도 자식들에게 성탄절 즐길 시간을 주어 또 행복했던 날이었네요. 그날 밤, 산타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줄 선물도 한가득 담고 왔답니다. 이게 바로 스페인 방식의 명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날 많은 가정에서 고기 굽고 음식하는 냄새로 도시 전체를 덮었다는 이야기는 후담입니다. ^^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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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남은 12월 소중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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