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손녀를 위해 기꺼이 여행 계획한 스페인 시부모님

산들무지개 2017. 12. 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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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우리가 사는 곳은 지금 단기간 방학이랍니다. 무슨 휴일이 겹쳐서 (스페인에 살면서 그것도 몰라? 하실 분이 있으나 요즘 TV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른답니다. 워낙 해야 할 일이 많아, 상황이 닿지 않아 뉴스도 잘 못 보고 지낸답니다) 12월 6일 헌법의 날과 12월 8일 무슨 종교 행사 날이고요, 주말과 함께 겹쳐 글쎄 학교에서도 쉬는 날로 정해 5일의 짧은 방학을 맞게 되었지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열심히 잘 놀고 있는데...... 

큰 아이만 여행을 떠났답니다!!! 아니, 여행? 이미 아실 분은 아시고, 모르실 분은 모르실 여행은 다음의 링크를 한번 클릭하시면 그 에피소드를 알 수 있답니다. 

 

제 유튜브 채널입니다. 별 거창한 이야기는 없지만, 소소한 스페인 고산평야의 삶을 보여드립니다.

구독하시면 그때 그때 업로드 될 때마다 소식 받으실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 큰 딸은 이 기간에 스페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여행을 하게 되었답니다. 우와~! 4박 5일! 굉장히 긴 여행이네요. 게다가 여행 목적지가 차를 몰고 5시간 정도 가야 하는 곳이랍니다. 아니, 지금 한국 나이로 일흔을 바라보고 계신 우리 시부모님들 정말 체력이 장난 아닌데요?! 하지만, 체력보다는 두 분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이의 흥미와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일부러 계획한 여행이었습니다. 

이미 시부모님은 이곳을 여러 번 다녀가셨습니다. 스페인의 최대 철새 구역이라 관찰하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조류에 큰 관심을 두고 평소에도 새를 관찰하기 때문에 시부모님께서 꼭 손녀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신 거죠.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일지 (미래를) 알 수도 없는데, 

지금 조금 더 젊었을 때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걸 보여주고 싶어." 

하시는 시어머님. 

사실, 시어머님은 최근에도 한쪽 눈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안면 근육이 멈춰 눈을 제대로 감을 수도 없으시고, 암 치료하시느라 젊은 시절을 다 보내셨으니 얼마나 이 인생이 소중하고 아름답겠어요?! 

 

이렇게 우리 부부는 중간 지점에서 만나 할아버지께 아이를 데려다주었습니다. ^^ 기차역까지 오신 할아버지.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여행하면서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인생 최고의 호텔에서 지금 머무는 것 같아."

이런 말을 하는 아이. 만8세 아이 생애 최고의 호텔~! 아침 뷔페 조식에, 참 예쁜 풍경의 발코니, 게다가 시부모님과 함께 하는 패밀리 룸~ 정말 아이는 쾌적한 호텔에서 즐거움을 잔뜩 느끼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동하는 차에서 옛 스마트폰에 설치한 새백과사전 애플리케이션을 보면서 공부하는 재미도 솔솔하다네요. 대단해~! 이 앱에는 새 이름 및 라틴명, 새 울음소리, 특징 등 자세한 정보가 있어 공부하기에 딱 좋습니다. 

정말 산드라가 참 부러워지는 순간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같은 관심사로 함께 이 순간을 맞이하는 게 말입니다. 올해 비가 적게 내려 시어머니께서는 이베리아반도에 철새가 오지 않으면 어쩌나 얼마나 걱정을 하셨는지, 여행하기 전에도 몇 번씩이나 공원에 전화하여 정보를 알아봤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은 스페인에서 보통 새를 관찰할 때 들어가는 작은 관찰소입니다. 늪지대에 보통 새가 많기 때문에 사람의 모습은 감추고 작은 창으로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어 새의 생태계를 방해하지 않는답니다. 게다가 제한적인 인원만 받기 때문에 미리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지요. 그런 면에서 몇달 전부터 준비해오신 시부모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런 열정이 손녀에게 전해져 큰 학습이 될 거라 믿습니다. 

어머님께서 사진 한 장을 보내오셨네요. 철새가 있다고......! ^^* 

수시로 아이 소식을 톡으로 전해오시는 두 분, 정말 가족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습니다. 요즘 가족의 개념이 와해하여 간다고 하지만, 구성원 간의 이런 오가는 정과 관심, 서로 양보하고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더 좋은 가족의 개념으로 뭉칠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철새 관찰길 위, 한 메렌데로(merendero, 스페인에서는 야외에 이런 간식을 위한 의자와 식탁이 있는 공공장소가 있습니다)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 할아버지와 손녀. 산똘님은 이런 모습을 보며 그럽니다. 

"우와~! 좋겠다. 산드라. 할머니가 산드라 좋아하는 닭가슴살 보카디요(bocadillo, 스페인식 바게트 샌드위치)까지 준비하셨네~!" 

그러고 보니,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 써주신 시어머님이 참 고맙네요. 제가 임신했을 때에도 시어머니표 닭고기를 먹으며 입덧을 진정시켰는데요, 그래서 이 아이도 할머니표 닭고기를 좋아하는 것 보니, 우연의 일치는 아닌 것 같네요. 할머니표 닭고기 정말 맛있어요!!! 

아이가 어떤 것을 습득하고, 소화할지 저도 정말 기대가 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과 공부를 하는 아이! 분명 시부모님은 어떤 삶의 가치를 전수하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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