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누구에게나 험한(?) 계절입니다. 추워서, 꽁꽁 얼어서, 먹을 게 부족해서...... 동물들은 더 험한 겨울을 맞고 있겠죠? 그래서, 시골 사시는 분들은 더 이 계절에 대한 감성이 깨어날 것 같습니다. 역지사지가 되어 나도 모르게 동물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자연 안에 살아봐야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작은 생태계의 한 부분이란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
예전에 어떤 분이 제게 용기(?)를 내라고 적어주신 댓글 하나가 떠오른답니다.
"스페인 고산에서 고생이 많습니다. 항상 인내하시며 행복하게 그곳에서 오래 사세요~!" 라고......
얼핏 듣기에는 참 좋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삶을 누리는 자유는 나의 몫이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 행복을 위해 '인내'라는 단어는 적게 쓰는 것 같습니다. 행복하지 않으면 인내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지요. 보통 '인내'는 어려운 상황이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잘 참고 견디는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스페인 고산이 보기에는 참 어렵게 보이는 상황일 수는 있으나, 제 마음은 '인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행복을 고집하는 곳은 아니랍니다. 그냥 인내하지 않아도 행복한 곳이 이곳이랍니다. ^^* 그래서, 언젠가 이 행복이 끝났다~ 싶으면, 인내하지 않고 어디든 행복 찾아갈 수도 있는 유연성도 있고요. 이곳에서 천년만년 행복해하면서 살지 않아도 될 자유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지금 이 순간, 제가 사는 이 삶이 행복합니다!"
스페인 고산의 겨울은 참 혹독하다시피 바람이 거셉니다. 그럴 때는 집에서 책도 읽고, 점토로 형상도 만들고, 도자기도 굽고, 아이들과 여러 가지 놀이를 합니다. 밖에 나가 열심히 뛰어놀 수 있는 계절이 있다면, 이렇게 추운 계절에는 안으로 들어와 다른 형태의 삶도 살아봐야지요?
그런데 고산의 겨울 날씨는 흐리고, 가끔 눈도 오고...... 그럴 때는 집집마다 전기가 없는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농가(masia)에서는 세탁 걱정에 들어갑니다. 물론, 전기 시설이 빵빵한 집에서는 걱정이 없겠죠. 풍력 발전기를 쓰면 되니 말이지요. 하지만, 건조한 기후 때문에 빗물을 받아 쓰는 우리 집 같은 곳은 또 걱정입니다. "아~ 대략 난감하군!" (뭐가요?) "아직도 눈치 못 채셨어요?"
바로 세탁기 쓰는 일이 어려워진다는 사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세탁 걱정을 하지만, 이 추운 겨울에 도시에 나갈 좋은 기회가 된답니다.
제 블로그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 가족은 가끔 빨래를 싸 들고 도시로 나가 동전 빨래방에서 이 문제를 싹 해결하고 온답니다. 장도 보고, 세탁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놀기도 하고......
참 아이러니하죠?
수도값 0원, 전기값 0원인 이곳에서 겨울만 되면
일부러 도시 나가서 돈 들여 빨래를 빨아야 한다는 사실이......
어쩌겠어요?
그래도 이것이 우리의 계절 순환의 한 부분인걸요. 대신 여름에는 비도 오고, 전기도 빵빵하여 공짜로 세탁 열심히 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니 말입니다. ^^ 단지, 겨울에는 날씨도 흐리고, 받아놓은 빗물도 적고, 전기에도 비상이 나니, 큰 가전제품 쓰는 일에는 문제가 생깁니다. 식기 세척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전기 에너지와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이지요.
이것도 계절의 한 부분이라 생각되는 우리의 참나무집 식구.
하하하! 그래서 우리가 간 동전 세탁소에 관한 추억도 참 많네요.
위의 사진은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빠. 3년 전 모습이죠?
이렇게 세탁해야 할 빨래를 가지고 도시 산책에 나섭니다.
다들 쌩쌩이 챙겨 들고 쓩~ 달리는 도시 산책, 어쩐지 재밌게 보이지 않나요?
사실, 아이들도 이런 문제에 꽤 걱정합니다. 날씨에 민감해지고, 우리 모두의 일로 여기니 말이지요.
게다가 전기를 얼마나 아끼는지...... 저 꼬맹이들이 일일이 불 끄고 다니는 모습 보면 정말 전율할 정도예요.
그래서 스페인 고산에서 살면서 배운 최고의 진리 하나는 하하하! 어떤 일이 왔을 때 기회를 엿보자. 혹은 어떤 예기치 않은 일일지라도 언제나 좋은 기회로 마무리된다. 라는 사실, 다~ 마음이 잡는 일이니 여러분도 한번 시도해보세요. 어떤 특수한 경우가 왔을 때 좋은 기회로 생각하여 최대한 그것을 즐기자고...... ^^
참고. 빗물 받아 쓰는 스페인 고산의 우리 집에서는 식수를 어떤 물로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요...... 바로 아래 사진입니다.
자연이 주는 천연 샘물을 예쁜 유리 물병에 담아 마신답니다. ^^
때로는 척박하다 싶을 스페인 고산평야. 이곳에서의 삶은 '인내'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생태계의 한 부분'이며, 삶을 일구는 '능동적 삶의 한 모습'입니다. 작은 문제에 봉착하여 느끼는 그 깨달음은 삶을 풍성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지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항상 행복하세요. 퐈이리리링~!!!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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