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스페인 남편 친구들 초대에 한마디 했더니...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8. 2. 4. 00:53
반응형
728x170

지난 주말부터 나흘 간 남편이 쉬는 날까지...... 4명 인원의 가족들이 두 가족이 번갈아 다녀갔습니다. 한마디로 나흘 내내 손님들과 시간을 보낸 것이지요. 손님 오는 걸 좋아하는 우리 가족이지만, 가끔 부담되어 신경이 쓰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손님들은...... 처음에는 무척 반갑지만, 솔직히 말해 아이 보는 게 힘들어 우리에게 맡기는 느낌이 나기도 한답니다. 이거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스페인 부모들은 혼자서 애들 보는 걸 무척 힘들어하는 느낌입니다. 다들 어디 놀러 가서 아이들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걸 좋아하는 듯해요. 그래서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것인지...... (그래도 데리고 와 놀아줘서 고맙습니다. 집에서 아이들에게 짜증내는 것보다는 사람들 만나면서 그 갑갑함을 풀 수 있다면 말이지요)




아무튼, 저는 나흘 내내 4인분 요리에 더 신경 써야 했습니다. 제가 요리를 퍽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신경을 더 많이 썼습니다. 아침 - 점심 - 저녁, 우리 가족 포함 9인분의 요리를 하는데...... 아이들을 봐야하는 부모들이라 저를 도울 생각을 하지 않았고, 마침내 지쳤지요.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은 초대한 친구와 함께 맥주 관련 작업을 했기 때문에 저를 도울 수 없었고요. 그래서 결국 남편에게 솔직히 말했죠. 


"남푠~! 내가 식당 아줌마도 아니고, 이거 요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 같아. 남푠~! 나는 애 보는 사람도 아닌데 왜 다들 애를 이렇게 맡기지?" 


물론, 남편은 아주 고맙다면서 자신이 점심과 저녁을 하겠다고 했지만, 일 때문에 또 못하게 되어 제가 하게 되었죠. 마을에 나가 일부러 음식 재료도 사고, 후식, 설거지 등...... 이것저것 하는데 참 묘했습니다. 나랑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신경을 200% 써야한다는 게 말입니다. 


그런데 손님이 가고 난 후, 3일이 채 지나기 전에, 산똘님이 또 친구들을 초대하는 겁니다. 이번에는 10명 정도.......


"아~ 남푠! 이번에 나는 사라져줄게. 내가 요리하는 아줌마도 아니고, 어떻게 15인(우리 가족 포함)을 또 챙겨?!" 이런 불만을 털어놨습니다. 당장 마감해야 하는 원고도 있고, 아이들 숙제도 봐줘야 하는데 이렇게 손님 초대를 또 했으니...... 


그랬더니 남편이 활짝 웃으며 어깨를 톡톡 쥐여주면서 그럽니다. 


"당신은 그냥 편안하게 해야 할 일만 하면 돼. 내가 음식 다 준비해둘게~!" 그러는 겁니다. 


오?! 정말?! 이런 불만을 이야기했더니 반응이 긍정적으로 변해 남편은 친구들에게 톡을 날렸습니다. 


"토요일에 오는 친구들~! 각자 자기가 먹을 접시와 자기가 마실 컵은 들고 와~!" 


에잉? 손님들에게 이런 요구를? 


"너무 갓난아기는 데려오지 말고...... 지금 여기는 무지 추워져서 아이들 데리고 오면 고생이야." 


오~ 갑자기 미안해지는걸요? 하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비난을 절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너 때문에 그래~! 하면 상당히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오해와 불만은 그때그때 표출해줘야 관계가 잘 풀린답니다. 


남편에게 내 불편했던 심기를 말했더니 금세 이해하고 행동으로 저에게 보여줬습니다. 아~ 이 기분 뭐지?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그리고 초대하는 날 아침, 산똘님은 일찍 일어나 15인 분 이상이 먹을 음식을 만들어놨습니다. ^^ 대단하다! 



저 큰 압력솥에다 스페인식 스튜인 양고기 귀사도(guisado)를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그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요리를 만들어놨네요. 

 


그리고 손님들은 무리 없이 즐겁게 지내다 갔습니다.


남편 덕분에 이런 불편한 마음이 오해 없이 잘 해결되어 참 반가웠네요. 사람은 감정에 지배당하기 마련이고, 언제까지나 인자할 수도 없고, 가끔은 불평불만이 있을 수도 있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싫은 마음은 싫다고 이야기하고, 잘못된 마음은 잘못되어 고칠 수 있다면 참 좋지요.


일 때문에 그렇다고 핑계는 댔지만, 이런 제 모습도 스스럼없이 봐주는 스페인 친구들 덕에 하루 보람차게 보낼 수 있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이런 면도 이해하며 신경 써주는 남편이 참 고마웠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화이팅~!!!



재미없고, 시시한 이야기, 지루한 이야기라도 글쓴이를 생각하셔서 응원의 공감(♥) 꾸욱~ 부탁해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카카오스토리 채널로 소식 받기




↗ 산들무지개의 유튜브 채널입니다. 이곳의 일상을 보여드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