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외국인 남편이 한국에서 제일 하기 싫었던 일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8. 2.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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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 생활 블로거에게 제일 슬픈(?) 기간은 한국의 명절일 겁니다. 명절 분위기에 젖어서 다들 행복해 보이고, 가족과 함께 맛있는 것 먹고, 즐거운 연휴를 지내니 말입니다. ^^* 게다가 블로그 방문객이 현저히 줄어드는 날이기도 하니, 좀 더 외로워(?)지는 시기가 아닐 수 없답니다. 그래서 제일 슬픈(?) 기간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여러분이 즐겁게 지내신다면 좋~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일화가 하나 있네요. 명절이라 그냥 재미있게 소소한 에피소드라고 생각하시고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름 아니라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한국에 갔다가 겪은 문화 차이입니다. 남편은 다른 문화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범생활 문화인이지만, 한국에서 하기 싫었던 일 하나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공교롭게도 명절 때마다 한국에서 해야 하는 큰절이었답니다. 



큰절?!!!


외국인에게 있어 큰절은 우리 한국인과는 다른 의미로 쓰이나 봅니다. 물론, 큰절의 의미를 잘 설명해줘도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 의아해합니다. 진정한 존경심도 없는데 습관에서 나온 행동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외국인에게 큰절이라는 의미는 굉장히 다르게 다가옵니다. 


Reverencia. 스페인어로 이렇게 설명을 해주면 '존경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로 경의를 표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이 스페인 사람에게는 경의보다는 복종, 비굴한 행동 등으로 해석되나 봅니다. 


처음에 부모님을 뵈러 갔을 때 제가 큰절을 하라고 했을 때 남편은 솔직히 경악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는 한번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처음이니 그래도 큰절이 다른 이들에게 잘 보이는데 한 몫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내가 왜 비굴하게 땅에 엎드려 이런 행동을 해야 하지?" 


하하하! 사실, 서양권 사람들에게 땅에 엎드려 인사를 해야 하는 의미가 복종의 의미이잖아요? 만나지도 못한 장인어른께 왜 처음부터 이렇게 비굴하게 들어가야 하느냐고.......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예의를 갖춰서 하는 행동이라고 설명을 해줘서 겨우 남편을 설득해 예를 올리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평생 해본 적이 없는 이 큰절을 하면서도 어정쩡한 자세에 무척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하네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키 185cm의 남자가 허리를 굽혀 땅에 엎드리는 것이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네요. 물론,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어르신들 눈에서는 하트가 뿅뿅 나타났지만 말입니다. 



▲ 배현주 글·그림, [설빔- 남자 아이 멋진 옷] 책에서..... 

정말 멋진 그림 책이에요~ ^^*


그 후로 남편은 큰절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연습을 더 해야겠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남편에게 사람들의 온 관심이 쏟아져서 부끄러웠고, 또 여전히 큰절의 의미를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여 더 그렇다고 합니다. 마치 인도에서도 존경의 의미로 발에 입맞추는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차라리 양 볼에 키스하는 게 훨씬 편하다는 남편. 그래, 남편 하지 마~ 정 원한다면...... 그 이후로는 공손히 허리 굽힌 인사는 해도 큰절은 하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하하하! 역시 스페인 사람답게 남자끼리도 인사로 양볼에 키스(사실은 양 볼에 키스라기 보다는 살짝 뺨을 맞대고 소리만 내는 정도)하고 우애를 다지고 존경을 표하니 말입니다. 전에 발렌시아에서 뵌 65세 한국인 할아버지는 이런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셨지요. 남편이 시아버지께 인사로 양 볼에 키스를 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스페인에서도 남자-남자는 볼에 키스보다는 악수가 더 자연스럽지만 말입니다. 


"에구구! 남사스러워~! 뭐 하는 짓이여?" 하고...... 


이것이 바로 인사에 대한 문화 차이가 아닐 수 없네요. 그래도 큰절은 일 년에 해봤자 많이 하지는 않잖아요?



▲ 눈을 마주 보고 손을 잡는 스킨십에 익숙한 스페인 사람이 보는 한국의 큰절 문화는 

정말 놀라운 문화적 차이라네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올해 하시는 모든 일들 잘 되시길 바래요. 화목한 가족 명절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 꼭 챙기세요~ 



※ 이 글은 한국의 큰절에 대한 비방의 의도가 전혀 없고, 

단지 소소한 에피소드를 다룬 글임을 밝힙니다.



사랑을 담아~ 인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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