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이미 지난 며느리 생일 챙겨주시는 스페인 시부모님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8. 2. 19. 01:09
반응형
728x170

여러분~! 즐거운 새해 잘 보내셨나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우리 [참나무집] 가족도 덕분에 아주 잘 지냈답니다. 명절 분위기에 이곳에서 혼자 약간의 쓸쓸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역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니 그 쓸쓸함도 사라져버리고 말았네요. 이번에 스페인 시댁 식구들과 주말을 함께 보내고 왔습니다.  ^^ 


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할게요~



자연공원에서 주말마다 2주 간격으로 일하는 남편의 직장 일 때문에 시댁 가족을 자주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가 마지막으로 본 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에게는 거의 두 달 만에 다시 보는 가족. 아이들은 그사이, 아빠와 함께 할머니 네 댁에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저는 오랜만이라 아주 즐거웠습니다. 


때마침 한국의 새해라 이곳에서 외롭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그런 분위기였는데, 시부모님이 계신 발렌시아로 내려가기로 하니 기분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남편은 동료와 상의하여 주말 토요일 하루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시댁 나들이라 절로 흥얼흥얼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만큼 이 고산에서 거의 나가지 않고 지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시댁에 도착하니 시부모님이 준비한 음식이 굉장했습니다. 마치 명절을 방불케 했죠.


“아니, 무슨 일 있어요?”


“무슨 일이긴~ 네 생일이지.”



생일? 이미 생일이 지난 지 한 달 반 이상이 넘었는데 이렇게 기억해 주시고 음식도 만드셨으니 굉장히 놀랐습니다. 생일 챙기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는데도 아직도 이렇게 챙겨주시네요. 


“아들이 주말에도 일하니 이렇게 자주 볼 수 없잖아? 이렇게라도 챙기면서 시간을 보내야 모이는 분위기가 좋지 않겠니?”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사실 아들과는 자주 접촉을 하셨답니다. 산똘님이 의료 검진받으러 도시에 나갔을 때도 두 분은 자식이 걱정되어 아들을 만나셨기 때문이지요. 


스페인 시부모님은 오늘도 또 이렇게 가족 구성원의 생일을 챙깁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생일은 꼭 챙겨야 한다는 시부모님 덕에 올해도 그냥 넘기지 않고 생일 선물까지 받게 되었네요. ^^

명절처럼 풍성한 음식에 놀랐습니다. 사진을 찍는다고 했는데, 경황이 없어서 깜빡하고 메인 요리를 찍지 못했네요. 저 날 우리는 메인으로 생선찜과 생선 크로켓 등을 먹었답니다. 



시부모님 두 분이 다정하게 부엌에서 생일 케이크를 몰래 준비하시는 모습을 도둑 촬영했습니다. ^^; 

두 분이 아직도 다정하시고, 함께 모든 일을 나누어서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그냥 생일 지나도 서운할 것 하나 없는데도 이렇게 매번 절 챙겨주십니다. 

이번에는 제게 작은 배낭을 하나 선물해주셨습니다. 

지난번 피레네산맥 가족 여행 때 시어머니 배낭을 빌려 쓴 적이 있었는데요, 

시어머니께서는 그 소소한 작은 일 하나 그냥 넘기지 않으셨네요. 

며느리 자주 산행하고, 야외에서 즐기라고 선물해주셨습니다. 


 


오~ 남편이 더 좋아하는 배낭입니다. 

"크~ 남편한테 빌려줄 수는 있어~!" 하고 웃어줬지요. 

그러자 산똘님이 그러네요. 


"개조아~!" 


에잉? 뭐? 남편이 지금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를 하는 거야?!

깜짝 놀랐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하하하! 웃으면서 이 배낭 상표를 가리킵니다. 


"Quechua" 


스페인에서는 "께추아"라고 읽는데, 남편은 스페인어 "Qué(스페인에서 감탄을 나타낼 때 쓰는 말)!"에 더하기 "좋아"를 붙어서 Qué 좋아~! 합성어를 만들었던 것이지요. 

정말 좋구나!의 어감으로 쓰면 될 기원 모를 합성어였습니다. 




남편, 나도 좋아! 


이렇게 올해도 기분 좋은 새해를 시댁 가족과 함께 맞았습니다. 우리 딸내미들도 좋아하면서 그럽니다. 


"엄마는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야. 좋은 시부모님을 두었으니까......!" 


하하하! 웃으면서 저도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그래, 너희도 참 운이 좋구나.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둬서......!" 


아이들도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네요. 


소소한 일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마음속에 간직해 다른 이를 생각하는 시부모님께 저도 많이 배우고 있답니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진정한 사회적 관계(의 진심)는 비싼 물질적 선물도 아닌, 영혼 모를 큰 칭찬도 아닌, 의미 없는 큰 아부도 아닌, 이런 소소한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너를 생각하고 있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넌 우리와 함께 한다'는 이런 느낌...... 소소한 이 느낌이야 말로 사람과 함께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그 진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고요. 

2018년 아직 두 달도 지나지 않았답니다. 

아직 많은 날들 있으니 화이팅~! 

무리하지 마시고, 우리 즐겁게 이 한 해를 보내도록 해요. 


"저는 운이 참 좋아 좋은 블로그 독자님과 함께해 기분이 좋답니다. 하루하루 행복하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카카오스토리 채널로 소식 받기





↗산들무지개의 유튜브 채널입니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