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스페인 시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준 아침 식사
우리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스페인식 아침 식사. 물론, 아는 분은 아는 그런 이야기!
한국인이라면 호기심이 일다가도 멘붕이 올 것 같은 아침 식사! 그건 과연 무엇일까요? ^^;
사실, 스페인의 아침 식사는 달리 특이할 것이 없답니다. 커피와 빵, 흔히 우리가 아는 정도의 아침 식사입니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브런치 즉, 알무에르조(Almuerzo) 시간이 따로 있어 아침에 목숨 걸고 음식을 먹지 않는답니다. 아예, 알무에르조 시간이 공식화되어 회사나 학교, 공공기관 등 음식 먹는 시간으로 정하여, 시간을 넉넉히 갖고 즐기는 특징이 있지요.
그런데~ 가끔 이곳에서 매일 먹으면 정말 안 될 것 같은 아침 식사 메뉴를 보고 놀랄 때가 있답니다.
지난번에 우리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고 계신 발렌시아에서 며칠 보낸 적이 있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할머니가 준비한 아침을 먹게 되었지요. 재미있게도 먹이면 안 될 것 같은 아침 식사에 우리 부부는 조금 불만이었습니다.
예전에 자주 듣던 말을 인제야 실감하게 되었지요
"할머니가 숨겨 놓은 사탕", "시어머니가 자꾸 아이들에게 단 것만 줘서 화가 난다", "할머니의 무조건적인 손주 사랑" 등등...... ^^* 재미있게도 한국이 아닌 스페인이라는 이 나라에서도 같은 감성을 갖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남편이 하는 말,
"아~~~ 역시 할머니는 할머니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만 주려고 하니......! 내가 어렸을 때는 우리 엄마가 절대로 이런 음식 주지 않으셨거든. 우리 엄마도 이제 할머니이시구나!" 이럽니다.
보통의 스페인 아침 식사는 대략 이 정도이지요. 간단하게 크로와상과 커피, 아니면 비스킷과 우유 등을 해서 먹기도 하지만요, 흔히 볼 수 있는 아침 식사는 위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머무는 할머니 댁에서는 역시나 손녀들이 좋아하는 식사가 올라왔습니다.
아침부터 스페인식 도넛인 부뉴엘로스와 걸쭉하게 나온 핫 초콜릿
아~ 이 사진을 톡으로 보내온 순간, "아침부터 이거 먹으면 속이 엄청나게 거북할 텐데......" 걱정 먼저였습니다. 물론, 스페인 사람들도 추로스와 핫 초콜릿을 아침 식사로 먹는 사람들도 있지요. 하지만, 아침부터 단 걸 흡입하는 아이들을 보니 제가 속이 쓰리는 듯했습니다.
이렇게 스페인 시어머니가 준비하는 아침식사는 설탕을 아이들에게 먹이지 않으려는 우리 부부에게 작은 불만을 낳게 했지만, 이내 우리는 허허 웃었습니다.
"할머니의 유일한 낙일 수도 있어. 손녀들이 먹으면서 좋아하는 모습. 매일 먹이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즐거운 표정 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시겠어?!"
그렇게 우리 부부는 스페인 시어머니의 이 모습을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단정했습니다. ^^*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녀들에게 해주고 싶은 달곰한 사탕 같은 사랑이라는 걸~!
그 후, 남편도 할머니의 톡에 답했지요.
△ "나도 아침 식사로 도넛와 핫 초콜릿 먹어~!" 하면서 보낸 사진 △
역시, 효자 남편 센스가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민망하지 않으시도록 말입니다.
설탕 들어간 음식 주지 않겠다고 온 가족에게 선포하기는 했지만, 할머니네 집에 있는 동안의 특별한 날은
달곰한 아침 식사처럼 포근한 시간으로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할머니는 할머니야! 할머니의 역할에 딴지를 걸 수 없잖아?"
이렇게 말이죠.
우리 할머니도 매번 숨겨놓은 사탕 몰래 주셨는데, 그 아득한 옛날이 떠오르네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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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여우 2018.03.29 19:53
저도 항상 시어머니와 싸우는 이유중의 하나입니다.그래도 손주들에게 사랑받고싶은 치열한 몸부림(?)이라 생각하고 못본척 하고 넘어갈때도 있어요ㅎㅎㅎ
답글 -
키드 2018.03.29 20:59
세상의 할머니들은 다 그런가봐요.손주 재롱에 세상 시름 다 사라지고,손주 먹는것만 봐주 흐뭇해 하시고~~저 어릴때 시골엔 사탕도 별로 없는시절 할머니가 화롯불에 밤 구워 주시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답글 -
나무처럼 2018.03.29 21:08
블로그 글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답글
지난 번에 KBS 인간극장 촬영팀이 다녀갔다고 하여 이제나저제나 다시 방영되기만을 손꼽아가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생활 이야기가 조만간 방영이 되겠지요~^^ -
조수경 2018.03.29 23:25
바쁘신 산들님~~^^
답글
얼마나 바쁘신지 뜸하신 포스팅에
좀 아쉬운 마음도~~ㅎㅎ
그래도 성취감 넘치는 일일거라 생각되니
바쁜일상이 좋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포스팅 속 아침식사...우리 문화는
단음식 간식등 기피하고 더우기
아침부터 정말 속 달아 어떨지 싶지만
아이들에겐 기분 좋은 식사시간이겠어요~^^
매일이 아닐거니까요~!!
산들님, 아무리 바쁘신일이라도
건강 챙기며 지내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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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 2018.03.30 08:06
어디 유머에서 보았는데...
답글
할머니가 생각하는 '손주가 배고프다'라는 말은 손주가 허기져서 당장 쓰러지겠구나....
쌍둥아 할머니집에 있는 며칠동안 도너츠, 사탕, 환타 실컷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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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할머니의 사랑을 잘 모르고 자랐지만 아마도 저 역시 할머니 되면 손주들에게 무한사랑 베풀겠지요?산들님의 긍정적인 사고를 칭찬합니다.
답글 -
아! 음~ 오~~ 역시 할머니는 언제나 손주들을 실망시키지 않으시지...
답글
그래서 우리는 어린시절 할머니를 좋아했지.
^^ 그런데 산들님.
그 아름다운 할머니가 그렇게 아득한 옛날이에요?
아~. 어쩐지 애닲은 얘기네요.
저는 할머니를 여읜지가 산들님 나이보다도 많네요.
뵙고 싶은 할머니....
할머니를 생각케 한 포스팅 감사합니다.
봄이 오고 있는 한국에서 오랜만에
"산들님 화이팅!!!" -
음~저는 어릴적 외할머니댁에 가면 무조건 닭백숙을 해주셨어요. 지금도 닭백숙을 볼때 마다 제 어린 날들을 떠올리곤 해요. 산들님 따님들도 아마 마음 한 구석에 달다구리한 기억들을 가지고 크겠네요. 축복 입니다.^^
답글 -
밤톨이맘 2018.03.31 01:22
아이들이 커서 달콤한 도넛과 핫초코를 보면 달콤했던 할머니와의 시간을 기억할꺼에요.
답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그리고 보면 제 어머니도 그렇게 무섭고 엄했는데 제 아이들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사랑하는 할머니에요. 할머니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