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다

스페인 사람들이 당황할 수도 있는 한국 선물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8. 5.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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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신기하죠? 처음에는 싫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할 가능성이 있으니 말입니다. 지난번 가족 모임에서 김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스페인 시누이가 그날은 웬일인지 자기 품에 저를 꽉 안고는 김치를 같이 담그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오~ 이렇게 이쁜 표정으로 김치 먹고 싶다는 애교 부리는 시누이가 참 귀여웠습니다. 

'그래, 김치가 스페인에서도 그 가치가 발휘되는구나~'하고 생각했죠. 

"그래! 당연하지. 우리 언제 김치 재료 사서 같이 김치 담가보자고~!" 하고 흔쾌히 기뻐해 줬습니다. 

이것처럼 문화는 거부와 융화로 반복되면서 어느 장소에서 정착되는가 봅니다. ^^*

오늘은 스페인에 살면서 느낀 한국인의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반적이라고 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사람들이 요즘 사는 방식과 사고도 느껴볼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에 놀러 오는 한국 지인들이 가지고 오는 선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선물은 주는 사람도 기쁘고, 받는 사람도 기쁜데요, 가끔 당황할 수 있는 선물도 있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물론, 주는 사람 생각해서 다 기쁘게 받는다는 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죠? ^^


스페인 사람들이 당황할 수도 있는 한국 선물,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선물은 모든 이들이 참 기쁘게 받습니다. 스페인 사람들도 선물 주는 사람 앞에서 싫은 기색은 하지 않습니다. 예의에 어긋나고 그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여 참 기쁘게 받습니다. 그런데 가끔 어떤 선물을 받고 제게 당황스러웠다는 이야기를 하는 스페인 사람도 있었으니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합니다. 


1. 인삼이나 홍삼 제품 

한국에서는 몸에 좋은 것을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은 몸에 이러이러해서 좋다, 라는 것보다 맛을 더 좋아하는 듯합니다. 한국에서는 각종 요리 재료들을 설명하면서 어떤 성분이 있어 몸에 무척 좋다는 광고를 자주 하는데요, 이런 것을 스페인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한국인들은 트러플(truffle)이 왜 비싼가요? 하고 자주 질문하면서 몸에 어떻게 좋은지를 먼저 물어봅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은 맛과 향이 특별하여 비싸다고만 이야기해줍니다. 한국인은 끊임없이 어떻게 몸에 좋은가에 초점을 맞추는 데 반해, 스페인 사람들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마찬가지로 인삼이나 홍삼이 몸에 참 좋지만, 일부러 찾아 사 먹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사실, 사 먹더라도 캡슐로 된 건강 약품을 사는 쪽이 더 많더라고요. 그래서 인삼이나 홍삼의 맛에 당황하는 일들이 자주 있다는 이야기. 맛이 미묘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오는 당혹감이랍니다. 

물론, 인삼이나 홍삼 맛에 맛 들이면 또 성향은 변할 수 있겠지요? 


2. 커피 믹스 

한국에서는 외국인들이 커피 믹스를 무척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듯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스페인에 올 때도 커피 믹스를 많이 사 들고 옵니다. 그런데 스페인 친구들의 반응은 "어? 여기도 있는데 커피를? 그것도 인스턴트커피?"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온 커피 믹스는 새로운 문물이라 많이들 호기심으로 마셔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엑스프레소의 진한 커피 맛에 익숙해져 그다지 커피 믹스에 매력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차와 같은 한국 전통차를 더 기쁘게 마시는 것 같더라고요. 

한국인에게 아메리카노가 익숙한 것처럼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엑스프레소가 생활 커피이기 때문에 커피 믹스는 호기심으로 마시는 일탈하여(?) 마시는 커피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3. 부채 

부채도 한국에서 가져오는 선물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손으로 제작하여 만든 멋진 부채는 스페인 가정에서 실내 장식품으로 널리 쓰이기에 참 좋아하는데요, 스페인에서는 부채가 여성의 전유물이었기에 당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한국 지인들은 부채를 십중팔구 남자들에게 선물하니 말입니다. 

어? 이게 뭐예요? 하고 궁금해하실 분들은 다음의 제목을 클릭해 보세요~

2016/08/12 -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 스페인 시아버지가 의아해하는 한국 선물

서양에서는 부채가 여성들이 들고 다니면서 쓰던 개인용품이었기에, 남자에게 부채를 선물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하지만,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부채는 실용적으로 쓰기보다는 벽에 장식하는 장식품으로 많이 쓰인답니다. 

이런 부채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한국 부채입니다)


4. 속옷이나 내의 

오?! 요즘 속옷을 외국인에게 선물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고 물어보실 분이 있으니 이 속옷은 개인사라고 해도 되나요? 아무튼, 남편이 받은 선물 중에는 한국 친구나 가족이 선물한 속옷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굉장히 당황했죠. 게다가 스페인 시부모님께도 내의를 선물해주신 분도 계시고요. 

한국에서는 속옷이나 내의 선물하는 게 이상하지는 않잖아요? 아님, 요즘 시대가 많이 변했나요?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커플 이외의 사람이 속옷을 선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답니다. 

위의 두 사진: pixabay

지난번 친구 어머님께서도 제게 속옷을 선물해주셨는데요, 남편이 이 모습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와~! 속옷도 선물하는구나!" 

그런데 남편은 한국 지인이 선물한 속옷을 아주 편안하게 잘 입고 다닌답니다. 선물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할 정도로...... 


5. 과자 

요즘 스페인 사람들은 과자 성분을 아주 많이 따집니다. 예전보다 알레르기도 많아졌는지, 성분을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먹습니다. 게다가 어떤 성분이 자기 몸을 해치는가에 대한 알레르기 분석도 꽤 유행하고 있어 과자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답니다. 

오히려 이 사람들에게는 전통 과자나 디저트류의 초콜릿, 떡 같은 게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6. 화장품 

스페인에서는 화장품을 잘 선물하지 않더라고요. 물론, 자기에게 맞는 화장품을 선물해달라고 한다면 괜찮지만, 섣불리 화장품을 선물하지는 않습니다. 요즘 한국 화장품이 아주 인기라고는 하지만, 화장품보다는 향수 같은 선물이 더 적합합니다. 

화장하지 않는 사람도 많고, 알레르기 때문에 기피하며 성분 따지는 사람도 많고, 특정한 회사 제품만 쓰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지요. 물론 한국 화장품을 이미 쓴 사람들은 화장품 좀 사달라고 성화이지만 말이지요. 

위에서 제시한 몇몇 한국 물건이지만, 어느 정도 스페인 사람들의 성향은 알 수 있겠죠? 이런 선물도 처음에는 당황하겠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아지는 좋은 물건이 된다고 믿습니다. 사람사는 다 변하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 

* 위의 글은 모든 스페인 사람들이 다 그렇다~라고 단정하는 글이 아님을 알립니다. 제가 살면서 느낀, 개인적인 경험담을 토대로 작성한 글이오니 많은 이해 바랍니다. ^^

스페인 사람들은 굉장히 비싸고 화려한 선물보다는 소소한 물건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값비싼 제품이나 상표보다는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손으로 제작한 수공예품들 등. 이런 소소하고도 정성 어린 물건을 더 좋아합니다. 

참고로 한국 사람들이 자주 선물하는 물건으로 자개 거울, 천으로 만든 명함 지갑, 복분자 술, 전통 디저트 떡, 조미김, 자석 공예품, 지역 특산물, 젓가락과 숟가락의 수저 세트 등 이런 한국적인 물건을 좋아하는 듯했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하루하루 건강 유의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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