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바느질하는 남편, 텃밭 관리하는 아내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8. 5. 1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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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엄마의 칼질 소리가 많이 난 도시락이 제일 맛있는 거야." 

그때는 엄마의 사랑을 이렇게들 표현했지요. 엄마가 요리를 정성껏 준비해주는 도시락이야말로 그 어떤 비싼 반찬이 있는 도시락과는 다르게 맛있다고......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성장하면서 이 말이 주는 그 뜻이 참 무섭더라고요. 

엄마는 맞벌이에 아침 일찍 일어나, 남들보다 더한 칼질을 하고 도시락을 싸야 했기에...... 그 운명이 참 안타깝고 안돼 보였기 때문이었죠. 차라리 칼질 소리가 적게 나도 괜찮으니, 조금 쉬면서 대충 도시락 싸주는 게 덜 미안했습니다. 

이제 제가 엄마가 되어 아침에 아이들 간식을 싸주면서 어렸을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얼마나 편협한 사고였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칼질 소리가 적게 나도 아이들은 충분히 맛있는 도시락을 먹고 산다는 사실을...... 도시락이 없으면 급식이라도...... 급식이 없다면 분식집에서도...... 어찌저찌 됐건 자라나는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이 충분히 있다면 엄마의 칼질 소리가 없더라도 잘 자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그렇게 세상은 변하고 엄마에게, 여성에게 요구되던 일도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엄마가 못하면 아빠가 하면 되는 일도 많아졌고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 [참나무집]에 사는 우리 이야기 시작할게요. 

요즘 저는 오후마다 텃밭에서 모종을 심고, 풀 뽑고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올해도 맛있는 채소를 식탁에 올릴 욕심에 좀 무리하여 노동을 했죠. 밭에 나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딴 생각하지 않아 넘 좋기 때문이지요. ^^* 그래서 밤에 코를 좀 골았나 봅니다. 남편이 매일 놀려대는 데 그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아침에 남편, 산똘님이 준비해놓고 간 허브티. 

아침 식사로 하라고 보온병에 담아놓고 갔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좀 힘겨웠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회사 가기 전에 매번 이것저것 준비하여 우리 먹으라고 간단한 식사 준비를 해놓고 가기도 하더군요. 

한국 친정엄마가 보면 못된 아내이지만, 저는 당연히 남편의 내조가 좋더라고요.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데 우리 모두가 같이 도와줘야 해." 하면서 아이들에게 어제는 다정하게 설명해주는 아빠를 보고, 우리 세 딸의 미래에 걱정이 조금 줄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잔일에 신경을 쓰지 못하다 보니, 남편이 소소한 잔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아이가 배우는 벨리댄스를 위해 댄스 의상에 필요한 소품을 만들어야 했지요. 

그래서 보니, 바느질을 열심히 하는 겁니다. ^^; 

시력이 나빠진 남편이 돋보기안경을 쓰고 꿋꿋이 아이의 댄스 소품을 바느질하는 걸 보니 역시~ 세상이 변하고 있구나 느꼈지요. 

옛날 우리 할머니 보는 것처럼 우리도 늙는구나 싶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더 늙어갈 텐데 현재의 시간을 서로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확신이 드니 어쩐지 든든해졌습니다. 

그래, 올해는 내가 우리 식탁의 채소를 책임지마~! 


남편이 요즘 공부와 일 등으로 많이 바쁜데 텃밭 관리 멋지게 한번 해주겠다고 다짐했지요. 

아이들에게는 맛있는 딸기를~ 남편에게는 수제 맥주에 쓸 홉스 열매를~ 나에게는 맛있는 채소 쌈을~ 

우와~!!! 생각만 해도 신나는 텃밭입니다. 

역시, 남편의 소소한 내조(?)가 없다면 이 일이 이렇게 즐겁지만은 않았겠지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멋진 당신의 계절, 즐기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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