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이 너무 많아져 마음 잡고 글을 써야지~ 하면서도 한번 눕기라도 하면 일어나기가 굉장히 힘든 시기입니다. 게다가 요즘 한국의 뉴스가 대단히 충격적이고 놀라운 소식들(#남북대화, #북미대화, #이명박검찰소환, #선거철양상, #김어준, #미투)로 가득 차서 뉴스 탐구하는 재미로 여러분께 제때 인사를 드리지 못했네요. 하지만, 오늘은 정말 글을 써야지~ 다짐하면서 글을 씁니다. 게다가 오늘 조그만 사건이 있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여러분께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아주 고맙겠습니다~!
다름 아니라,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이 오늘은 쉬는 날이었습니다. 주말에 일하고, 월요일과 화요일에 가끔 쉬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남편은 마침 우리 집 빨래 세탁을 하고, 이것저것 많은 일을 했죠. 그중 하나가 세탁인데...... 이 세탁에 관한 사연은......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 작년에 비가 하나도 내려주지 않아 수조의 물이 바닥나기 일보 직전이었죠. 그래서, 우리 부부는 마을에서 10Km 외곽인 [참나무집]을 떠나, 마을에 있는 우리 부부 소유의 건물에, 세탁기를 설치했습니다.
이렇게 마을에 있는 건물을 창고용으로 쓰고 있었는데, 물이 부족한 우리 집에서 세탁하는 일에 비상이 생겨, 결국은 마을 건물에 세탁기와 온수기를 설치했습니다. 이제 이곳은 [참나무집] 공식 빨래방이 되었네요. ^^* 아이들 학교 등하교시키면서 이 빨래방도 함께 오가면서 세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신난 나머지, "뜨거운 물로 세탁도 하고, 참 좋아!!!"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다 세탁한 옷들을 집에 가져와 널면서 하는 말이...... 뜬금없이!!!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당신처럼 재킷과 신발을 많이 빠는 사람은 처음 봤어~!" 그럽니다.
에잉? 평소에는 뭐라고 말 한마디 없다가 오늘 마을 건물에 세탁기 설치하고 기뻐서 이런 소리를 한 걸까요? 갑자기 왜......? 하하하!
"어머머~! 무슨 소리? 지저분해졌으니 재킷과 신발을 빤 거지. 우리 아이들이 맨날 얼마나 뛰어다니는지 당신도 알면서 그래? 땀도 배고 냄새도 나고...... 얼마나 지저분한데?"
그러자, 남편은 "아니야, 됐어, 됐어~!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거지." 그럽니다. 그러다가 작아지는 목소리로, "우리 엄마도 이렇게 자주 재킷과 신발은 빨지 않으셨는데......" 그럽니다.
정말 이게 문화 차이일까요? 저는 어렸을 때 엄마가 하도 신발을 빨아서 신발은 꼭 빨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물론, 가죽 신발은 빨지 않지만, 운동화나 실내화 등 자주 신는 신발은 꼭~, 때 되면 빤답니다.
하지만! 이 스페인 남편에게는 모든 신발이 가죽 신발과 같이 빨지 말아야 하는 물건인가 봅니다. 물론, 가끔 신발창만 꺼내 빠는 경우는 봤지만, 전체적으로 빠는 경우를 못 봐서 과연 이곳 사람들은 정말 신발을 빨지 않는 것일까?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신발을 지저분하게 신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빨지도 않고 깨끗이 신는 것인지...... 아니면 남편만 빼고 다들 신발을 빠는 것일 수도 있지요.
재킷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하도 산과 들로 헤집고 다녀서 옷에 흙도 묻고 여러모로 지저분해져서 돌아와 본의 아니게 자켓 빨래를 자주하게 되었습니다. 오리털이 아닌 이상, 이 외투도 지저분하면 빠는데...... 남편이 하는 소리는......
"한 철에 한 번만 빨면 되지, 뭘 그렇게 많이 빨아?"
저를 아주 이상하게 봅니다. "그럼, 자기만 한 철에 한 번씩 빨아~!" 이런 소리를 해주죠. "우리는 알아서 지저분해지면 빨아서 입을 테니......" 하하하! 솔직히 남편 옷을 제가 함부로 빨지는 않는답니다. 빨래통에 나온 옷만 빨기 때문에 재킷 등을 함부로 꺼내 제 마음대로 빨지 않죠.
뭐 옷을 자주 빨지 않아도, 신발을 자주 빨지 않아도 위생에는 큰 해를 끼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솔직히 저에게는 설득되지 않는 남편의 말이라 결국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
참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위생 「명사」
건강에 유익하도록 조건을 갖추거나 대책을 세우는 일.
"당근과 양파는 껍질을 깎으니 씻을 필요가 없어~!"
헉?! 그래도 저는 팍팍 씻고 꼭 껍질을 깎습니다. 게다가 어떤 때는 산똘님은 상추와 배추, 양배추 등 속이 보일 때는 전혀 씻지 않고 바로 잘라서 먹습니다.
"속인데 뭐가 지저분하다고?"
보통 스페인 사람들은 상추나 배추, 양배추 등 속이 하얀 채소는 씻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대부분이 하는 소리가 농약을 치지 않았기 때문에 깨끗한 속은 씻지 않아도 된다고 하네요. 물론, 저도 속이 꽉 찬 양배추는 씻을 때 좀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씻어야만 할 것 같은데...... 특히, 상추는 더 씻어줘야 할 것 같은데 말이지요. 스페인에서는 정말 농약을 치지 않는 걸까요?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믿는 것 같아서 정말 놀랐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먹는 채소인데 식초에 담가 꼼꼼히 씻어줘야지~! 하고 남편에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습관이 배어 그런 걸까요? ^^; 가끔 씻지 않고 샐러드 만들 때는 깜놀합니다.
뭐, 이런 이야기는 그냥 소소한 이야기라고 쳐도, 저에게는 정말 깜놀한 일 하나가 바로 물에 관한 일화입니다.
여러분은 위의 사진에서 무엇을 추측할 수 있나요?
저는 이 스테인리스 잔에 물을 넣어 끓일 때가 자주 있답니다. 차나 허브티, 커피 등을 타 먹을 용도로 말이지요. 그런데 남편도 가끔 혼자 차 마시고 싶어 이곳에 물을 끓이고 둡니다.
그런데......
그런데...... 둘레에 하얀 테두리가 보이죠?
이게 뭔지 아세요? 바로 석회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석회 성분이 많은 곳입니다.
생수를 사 마셔도 이렇게 석회가 생기는 일이 있지요. 그런데 남편은 이 석회 불감증에 걸려 있답니다.
남편이 물을 끓인 후, 제가 다시 물을 끓이려고 하면, 항상 하는 말이, "이거 석회야. 씻지 않아도 돼. 그냥 물 넣어 끓이면 돼." 이럽니다. 아흐흐흐! 석회가 아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이 스페인 남자.
"뭐, 우리 할머니도 마셔왔고, 우리 엄마도 마셔왔고, 나도 마셔왔는데, 괜찮아." 쿨하게 던집니다.
그럼 저는 그래요, "그래도 그렇지. 석회가 엄연히 보이는데 어떻게 이곳에 다시 물을 따라서 또 끓여먹으라는 거야. 차라리 눈에 안 보이게 씻어버리고, 다시 끓여 마시겠다." 이렇게 이야기해줍니다.
"괜찮아. 마셔도 괜찮아~!" 하하하! 남편은 타이르듯 저에게 항상 말하지만, 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렇게 얘기해줍니다.
"남편, 그러다 우리 신장 결석 생기면 어쩌라고~"
아~!!! 정말 답이 없는 소소한 생각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여과기를 사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지요. 아무튼, 이런 소소한 남편의 의견은 어릴 때부터 습관적으로 해온 일에 대해 당연함으로 생각하는 듯하고요, 저도 한국에서 자라온 배경이 이랬기에 또 제 생각이 아주 당연하게 생각되는 습관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남편은 제가 식겁하는 일에 대해 좀 고민하고 자제하는 듯하여 순탄한(?) 가정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좀 웃긴 이야기로 시작하여 웃긴 이야기로 끝나는 듯하지만, 저에게는 여전히 따를 수 없는 일화들이었네요.
여러분, 오늘 이야기 재미있었기를 바라면서요, 공감 꾸욱~! 사랑 듬뿍~!
항상 건강하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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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동영상에서 대파는 뭐, 씻지 않아도 잘 구어 먹으면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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