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스페인에 와 생일을 맞았을 때 스페인 사람들이 저에게 했던 행동이 아주 신기했었던 것이 있는데요, 다름이 아니라, 생일 축가를 불러주면서 부른 가사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그 내용에는 '코를 만져라, 코를 만지지 않으면 행복해지지 않는다'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Tócate la nariz, que si no la tocas, no seras tan feliz"
얼마나 웃기던지...... 아무래도 스페인 사람들이 유머가 많고 즐거워 이런 농담조의 노래를 하는구나 싶었답니다. 실제로 이런 노래 가사는 모인 사람 모두를 웃게 하는 능력이 있었답니다. 역시 유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구나, 기분도 좋아지는 생일 축가였지요.
그런데 생일 선물을 준다면서 제 귀를 잡아당기는 몇몇 사람 또한 있었답니다.
'오~ 이건 또 뭐지? 생일에 더 친해지고 싶다는 의미로 귀를 잡아당기나?' 하고 처음에는 속으로 굉장히 놀랐답니다. 한국에서는 귀 잡아당기면 생각나는 것이...... (웃기게도) 선생님이 잘못한 학생의 귀를 잡고 데리고 가는 상황이 그려지니 말입니다. 무언가 잘못하면 귀 잡아당겨 끌고 가는 모습이 그려졌던 저에게는 제 귀를 잡아당기는 스페인 친구들이 좀 얄밉게 보이기도 했답니다.
'뜬금없이 아무리 웃겨도 귀는 좀 잡아당기지 말지~' 했었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우리 아이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선생님이 내 생일에 선물로 귀를 막 잡아당겼어~!"
에잉? 아니, 선생님이 왜 아이들 귀를 잡아당겼을까?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괜한 걱정이 되기도 했답니다.
내가 한국인이라서 놀리려고 귀를 잡아당겼던 게 아니라, 알게 모르게 생일에 귀 잡아당기는 습관이 스페인 사람들 사이에 퍼져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죠.
"우와~! 이거 재미있는데? 왜 스페인 사람들은 생일 맞은 사람들의 귓불을 잡고 당기는 것일까?"
생각해 보니, 너무 재미있는 관습이 아닐 수 없었답니다. 한국에서는 귓불 잡아당기는 게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닐 텐데 말이지요. 그런데 쌍둥이 아이들이 그러네요.
"엄마, 내 친구 에릭도 내 귀를 잡아당겼어. 그런데 내 생일 수 세어가면서 잡아당겼어."
이렇게 고자질(?)을 하는 겁니다.
"그렇구나, 스페인에서는 생일 맞은 해만큼 귓불을 당기는 풍습이 있는가 보다, 얘들아."
이렇게 얘기해줬죠. 아이들도 갸우뚱거리면서 '그러면 그런 줄 아는 것'으로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ㅡ,ㅡ;
그런데 왜 이렇게 귀를 당길까요? 결국 궁금해서 저는 선생님께 물어봤습니다.
"뜬금없이 왜 생일에 귀를 잡아당겨요? 나 처음에 당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하하하!" 그러자 옆에서 이 질문을 듣던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막 웃었습니다. 하긴 한국에는 없는 문화니 얼마나 이 반응에 재미있어하든지...... 남편은 일부러 그럽니다.
"놀리려고 귀를 잡아당기는 거야."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스페인에서는 옛날부터 동양의 신비로운 문화에 가끔 영향을 받은 경우가 있어요. 중국인의 작업(trabajo de chinos)을 그 당시에는 '아주 섬세한 작품'에 빗대어서 말하기도 했답니다. 물론 요즘에는 카피(copy)왕이라는 명성이 붙기는 했지만...... 아무튼, 귀를 당기는 습관도 이 동양에서 온 사상에서 기원한다고 해요. 귀를 잡아당긴다는 의미는 귀가 커져 잘 듣는다는 의미로 바뀌기도 해요. 잘 듣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지혜를 일깨워 나눠주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귀 커서 많이 듣고, 많은 지혜를 늘려라~ 라는 의미로 귀를 잡아당긴다고 생각하면 돼요."
우와~! 이제야 왜 스페인 사람들이 생일에 귓불을 잡아당기는지 이해할 수가 있더라고요. 물론, 요즘은 그 의미를 모르고 습관화되어 막 잡아당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 알고 보니, 좋은 의미로 이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러분, 정말 신기하죠?
어쩌면 정말 귀를 잘 잡아당겨, 귀가 커져서 남의 말 잘 듣고, 의견 수렴하여, 정말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그 지혜를 나눠달라는 바람의 선물이 생일 선물로도 좋겠구나 싶었답니다.
아무튼, 나라마다 사람들이 하는, 같은 행동에도 다양한 뜻을 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편견의 눈으로 보면 절대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한 꺼풀 벗기고 보면 쉽게 다가온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겠다고 생각되는 일화였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하루하루 행복하세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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