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스페인서는 남에게 말하기 힘든 질환이 없다고?

산들무지개 2018. 9. 3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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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에 출장 갔던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함께 저녁 산책을 하면서 어땠느냐고 물었는데 "그럭저럭 회의에 참여하고 왔다"라고만 말하더라고요. 얼굴 표정이 그러니, "뭐 몸이 좋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발렌시아 더위 때문에 20년 동안 없었던 치질이 생겼다"면서 좀 앉아 있는 게 불편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3일 동안 잘 참고 잘하고 와서 토닥토닥해주려다~~~

"아아악! 엉덩이는 만지지 마!" 

그럽니다. 겉으로는 참 미안한 표정으로 안됐다고 위로를 해주었죠. 그런데 속으로는 얼마나 웃었는지......

"오~~~ 그래, 그래, 그래! 미안! 안 만질게." 


▲ 아빠를 위해 아이들이 만든 케이크

정말 치질, 걸려본 사람은 다 알듯이 이 치질이 참, 사람 괴롭힙니다. 솔직히 여러분들도 한 번은 걸려본 적이 있죠? 

그런데 남편이 그러더군요. 

"얼굴 표정이 좋지 않으니, 발렌시아 직장 상사가 왜 그러냐고 묻더라고......"

헉?! 말하기도 난감했겠다, 이런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남편이 그랬다네요. 

"치질 때문에 앉아 있기가 좀 불편하다고 그랬지." 

아니! 자신의 직장 상사에게, 그것도 사무실을 함께 하지도 않는 장거리 직장 상사에게! 그것도 여자 직장 상사에게! 자신의 치부를 보인단 말이야?! 속으로 깜짝 놀랐죠. 

"어머, 한국 같았으면 이런 말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데......! 그것도 어려운 직장 상사에게는 더욱더~"

그랬더니, 남편이 더 놀라면서 그러더군요. 

"치질이 뭐 어때서? 감기 걸리면 감기 걸렸다고 얘기하는 거와 같잖아? 

치질 걸린 건 지극히 불운한 일이지만, 어쩌겠어? 생리 현상인데......!" 

하하하! 하긴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합니다. 그래도 너무나 개인적인 질환이라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는데 남편은 아니었나 봅니다. 

 

▲ 요즘 무거운 것 들고 나르고 해서 더 이 질환이 걸린 건 아닐까요? ^^;

"아이고, 한국에서는 별것이 다 말하기 힘들구나. 

상대가 알고 있으라고 말해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

"하하하! 그래~ 그래도 한국에서는 치질은 좀 말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어쩔래?"


남편은 같이 웃으면서 오히려 직장 상사가 크게 걱정해줘서 고마웠다고 하네요. 그거 수술해야 하나? 지속적인 질환이냐? 앉아 있기 힘들면 좀 쉬고 오라는 소리도 하고..... 뭐 그랬다네요. 

역시나 'Quien no llora, no mama. '울지 않으면 젖 못 먹는다'='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는 스페인 속담처럼 자기 속내를 허심탄회 밝히는 게 더 관심과 배려를 받는가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스페인 사람들은 아무리 숨기고 싶은 질환이더라도 정말 솔직하게 친구에게, 이웃에게 말하고 자신의 상태를 알려주는가 봅니다. 숨기면 아무 소용 없다고...... 표현을 최고의 미덕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아닌가 싶네요. 

한국에서는 이런 개인적인 질환은 참으면서 호전되기를 기다리는데 스페인에서는 정말 한국과는 이런 면으로는 아주 다르네요. 

아무튼, 남편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니 어려분께도 공개하지만, 솔직히 저는 아직도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질환이라 말하기 어렵답니다. 하하하!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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