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은 어느덧 가을이 쑤욱~ 다가와 버리고 말았습니다.
요즘은 안개가 자주 끼고 춥고...... 좀 쓸쓸한 바람도 붑니다.
그래서 그럴까, 마음은 조금 멜랑콜리해진 건 사실이지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며칠 전부터 우박에, 폭우에, 기온 하강으로 우울증 모드에 들어갈 정도로 날씨가 참 낯설었습니다.
나는 누군가?
나는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지?
여기는 어디?
뭐 이런 질문 같지도 않은 희한한 질문이 우울 모드를 콕콕 찌르고 있습니다.
사람은 가끔 그럴 때가 있잖아요?
우박이 한꺼번에 쏟아진 날.
다 내리고 난 다음에 보니, 한쪽에 바람 덕에 쌓인 우박이 저렇습니다.
우박 구슬이 하늘에서 와장창 떨어졌습니다.
저게 보석이라면 얼마나 영롱하게 영원히 남아있을까? 하지만 얼음이기에 금방 녹아버렸습니다.
저 날 인터넷 불통이 되었습니다. 물론, 텃밭의 채소도 잎에 구멍이 송송, 열매는 다 터져버리고 말았지요.
그리고 계속되는 폭우의 연속.
저 날에도 인터넷은 또 아웃이 되고, 덧문을 제때 닫지 않아 창으로 물이 엄청나게 흘러들어와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울 모드의 시간이 있었다면, 해가 반짝하게 뜨는 기분 업 시간도 있었다는 거죠.
햇살에 영롱하게 익어가는 열매들.
야생 배도 잘 익어가고......
아이들과 염소 떼의 처절한 배 따 먹기 게임도 진행되는 중입니다.
염소가 얼마나 이 배를 좋아하는지......
그런 와중에 텃밭에서 따온 신선한 채소.
토마토는 우박 맞아 다 터져버리고 물러져 버렸다는 슬픈 소식이......
하지만, 몇몇 방울토마토를 건져 다행이라는 기쁜 소식도......
파, 비트, 호박, 고추 등도 따왔어요.
양파도 서서히 수확했습니다. 요거 며칠 먹고, 또 수확해서 먹어야겠어요.
그리고 또 산으로 향합니다. 왜? 가을 버섯을 채취하러 가기 위해...
우박과 폭우가 내려 슬플 때도 있지만, 그 덕분에 숲에는 이렇게 많은 버섯이 또 자라고 있습니다.
볼레투스 에둘리스
서양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버섯 중의 하나랍니다.
아몬드 맛처럼 부드러운 게 정말 부드럽고 맛있더라고요.
이탈리아 리쪼또에 자주 들어가는 버섯 중 하나랍니다.
이 버섯 찾기 어려운데 제 눈에는 왜 그렇게 잘 들어오는지......
이것도 복인가?
그 와중에 버섯이 동그란 서식대를 이룬 요정의 서클을 만들었네요.
저 안에서 소원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소원 빌어보라고 했더니.....
아이가 하는 소리가
"나는 엄마, 아빠, 산드라, 누리아, 우리 가족 모두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러는 겁니다. 제가 다시 해석을 해줬어요.
"으응~ 그렇구나. 우리 가족이 다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소리니?"
아이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아니, 이 아이는 가족이 자신의 중심이라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네요. ㅜ,ㅜ 좀 감동 먹었어요.
위의 사진. 마크로 레피오따 버섯
그렇게 우리는 이 가을의 희한한 날씨에 기분이 오락가락해졌네요.
하지만, 언제나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오락가락한 마음 다잡으라고 지천으로 널린 풍성한 선물로 마음을 달래주네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Copyrightⓒ산들무지개 all rights reserved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카카오스토리 채널로 소식 받기
'뜸한 일기 > 자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새끼 고양이들과 사랑에 빠진 우리 아이들 (10) | 2018.10.04 |
---|---|
한가위처럼 풍성하게 월동준비 하는 스페인 고산 (5) | 2018.09.24 |
[아이와 고양이] 나랑 놀래? (4) | 2018.08.29 |
집 근처 숲속에서 아이들과 생태계 관찰하기(feat. 돼지털) (15) | 2018.08.23 |
아이들 때문에 곳곳에 설치한 스페인 뱀 방향제 (10) | 2018.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