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집 근처 숲속에서 아이들과 생태계 관찰하기(feat. 돼지털)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8. 8.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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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은 인적이 드문 곳입니다. 불과 백 년 전에는 사람들이 많은 꽤 큰 마을도 있었고, 사람들 왕래도 잦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산악지대로 자연공원을 제외하고는 인적이 드문 곳이 되었답니다. 이곳에 사는 우리 [참나무집] 가족은 자연에서 생활하고 있답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면 오감을 열고 생태계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 일입니다. 매 순간 마음을 열지 않으면 이 오감이라는 것도 자연에서 열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을 기울이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게 되는 게 자연입니다. 

매 순간 깨어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상이 되어 나태해지면 더욱 어려운 일이 자연에서의 삶이지요. 도시와 같은 자극이 없어 더 나태해질 수도 있는, 자연의 삶입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자연은 순환의 변화를 주면서 우리 마음도 함께 변하라고 합니다. 

여름 태풍과 소나기, 번개, 가을이 오면 우스스 떨어지는 낙엽들, 한겨울 폭설로 굶주리는 야생 동물의 발자국, 봄이 오면 찾아오는 지저귀는 새소리, 소곤소곤 올라오는 작은 새싹들...... 그렇게 전원에서 사는 우리 가족은 이 순환의 느낌을 매번 따르려고 한답니다. 


아이들이 자라기에 좋은 곳이 자연이라는 말이 그저 사람들이 하는 소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살아 보니, 아이에게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연을 습득하고 배우는 모습에서 크게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태계의 한 부분임을 스스로 알아가더라고요. 

가끔 집 근처 산이나 들로 산책하러 갈 때마다 아이들은 진흙탕 속의 멧돼지 발자국, 돌 밑에 숨은 전갈, 심지어 멧돼지가 나무 등 결에 몸을 문질렀다는 사실마저도, 여우가 싸놓은 똥과 야생 산양의 털마저 발견해내는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한 장소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오갔는지 아이들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물론, 옆에서 부모도 함께 탐구하고 이것이 무엇인지 관찰하며 결론을 내는 일도 중요했지요. 

숲에 가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작은 흔적을 발견해내는 아이들의 능력이 얼마나 큰 배움을 얻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다 보면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냥 거미줄로만 보였던 것도......

그속에 거미가 사는 땅굴집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그냥 지나치는 산 위 언덕에서도 산양의 털을 발견해냅니다. 

아이들은 곰곰이 또 무엇이 있을까, 반짝이는 눈으로 관찰합니다. 

그냥 지나칠 나무에서도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진흙탕에서 뒹굴다 온 멧돼지가 등을 긁은 흔적입니다. 

돼지털이 붙어있는 현장을 아이들이 직접 찾아냈는데요, 역시 남다른 눈으로 관찰합니다. 

어떤 나무에는 딱따구리가 파놓은 구멍도 있었고요. 

한번은 산똘님이 자연공원의 1㎡의 한 부분을 구획하여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생태계 흔적이 있는지 아이들하고 탐구한 일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두세 발자국이면 그냥 스쳐 지나갈 그 땅 안에 무수한 생태계 흔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답니다. 아이들은 굉장히 놀랐지요. 그 작은 땅덩이에 무수한 생명체의 흔적이 오간 것이 절대 인간만의 세상이 아님을 알게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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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안에서 내가 관심이 없다 해도 우리는 동물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습니다. 여름밤 불빛에 찾아든 나방, 처마 밑에 둥지 튼 새, 난데없이 나타나 놀라게 하는 초여름의 뱀, 어딘가에서 열심히 분양하는 벌떼 무리들...... 자연 안에서는 인간은 절대 '별개'의 존재가 될 수 없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생태계의 한 부분이며, 그 일부로서 관계하는 존재이지요

이렇듯 오늘도 자연 안에서 우리는 배우고 또 배웁니다. 아니, 유전자로 알고 있는 것을 복습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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