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스페인 여교수가 한국인 제자를 퇴출한 사연

산들무지개 2014. 11. 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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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아직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스페인 여교수님이 있습니다. 이제는 교사, 제자의 관계를 떠나 정말, 말 그대로 친구로 지내는 관계가 되었답니다. 오늘 교수님께서는 제게 연락을 해오셨답니다. 


지난번 '한국인 제자' 사건으로 말입니다. 


한국인 제자 사건? 이렇게 적고 보니 좀 참담하게 보이는데요, 사실은 문화적 차이에서 온 오해였던 사건이었습니다. 속 사정을 모르던 저는 교수님과 그 제자 사이의 사적인 일로 보아 문제로 삼지 않았는데요, 오늘 보니 대단한 오해가 있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스페인 여교수님이 우리 학교의 스페인 남자 교수님과 사귈 때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저는 이미 졸업한 상태로 그 한국인은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남자 교수님은 방을 구하지 못한 제자에게 호의를 보였습니다. 자신의 집에 방이 하나 남아도니, 집 구할 때까지 그곳에서 지내도 된다는 그런 호의를 말입니다. 그래서 그 친구는 교수님 댁에 얹혀살게 된답니다. (물론, 여자 교수님도 찬성한 일입니다.) 한 달 정도 말입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는데요, 문제는 스페인 여교수님이 그 제자에게 질투를 느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제자가 여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지요, 그 제자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고 고백을 하시더라구요. 사실은 이 제자의 태도는 같은 한국인이 보기엔 그야말로 합당한 태도였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제자는 교수님을 도와 고맙다는 의미에서 설거지, 청소 등 자기가 맡아서 일했다고 합니다. 

정말 당연한 태도 아닌가요? (사실, 그 전에 일본인 학생도 거주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셔서 이 스페인 남자 교수의 친절은 세상이 다 알아줬답니다. 또한, 한국인 교환 교수가 오셨을 때에도 그 집에서 무려 6개월을 머무셨고요.)


문제는...... 스페인 여교수님은 그 제자의 태도를 월권이라고 본 것입니다. 

무슨 월권? 말도 안 돼! 하실 분을 위해 제가 이해를 돕는 스페인 커플 관계를 설명해드릴게요. 


스페인 교수님 입장에서는 이제 결혼할 사이인 남자 교수님 댁에서는 스페인 여교수가 안방마님이 되겠습니다. 그런 안방마님이 남편 될 사람의 방을 청소해주고, 음식도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비록 같이 살지는 않지만, 이제까지 여교수님은 다 관리, 통제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여자 제자가 들어와 살면서 자기가 하던 일(?)을 대신 하고 있으니 기가 찼던 것입니다. 스페인 여교수님의 입장에서 말이지요. 그것도 무조건 순종적인 제자의 태도, 교수님을 받드는 그 모습이 너무나 헌신적이어서 기가 찼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손님 대접했다고 합니다. 이것도 이 여교수의 입장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자신이 커피 끓여서 제자들에게 대접하곤 했는데, 어느 날, 이 제자가 커피를 끓여 자신에게 대접했다는 거에요. 손님처럼 느껴진 스페인 여교수는 속으로는 굉장히 고민하고 슬펐다네요. 고깟 커피 하나 가지고 그래? 할 사람도 있으나 오해가 커지면 대단히 커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왜 저 녀석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저런 행동을 하지? 하고 말입니다. 

한마디로 자기 남자를 채 가려고 하는구나, 라고 오해를 한 것이지요. 

그래서 핑계를 대어 그 집에서 퇴출을 시켰다고 고백을 하시더라구요. 


아하! 이제서야 그 사건의 배후를 알게 되었네요. 저는 그 친구가 방을 구해 나간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사실 주위에서는 전혀 그런 기색을 알아차리지 못했더랬죠. 워낙에 두 교수 커플이 금슬이 좋아 말이지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 그 제자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스페인에 남아 결혼하여 지금 아이를 낳았다네요. 스페인 여교수님은 제자가 아기를 낳았으니 축하 인사를 하고 싶은데 좀 민망하다면서 고백을 하십니다



"앗! 교수님! 교수님이 오해하신 게 분명해요. 사실, 한국에서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공경하는 의미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데 그 친구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자기를 위해준 교수님을 위해 그렇게 스스로 요리하고, 청소하고, 그렇게 발 빠르게 행동한 것 같은데요? 예의상 말이지요. 그것을 한국에서는 예의라고 봅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니, "아하?! 그래? 그것이 예의였단 말이야? 예의를 오해했으니 내가 사과를 해야 하겠지?" 그러시네요. 사실, 스페인 남자 교수님은 지극히 나이도 많으시고, 제 나이만큼 장성한 두 아드님도 있습니다. 스페인 여교수님도 늦은 나이에 재혼을 하시는 입장이 되었고요. 


저는 그런 나이 많은 교수님께 행동으로 보여준 한국 학생이 이해가 갔답니다. 


제가 다닌 스페인 대학 분위기는 여러분이 알 수는 없지만 가족처럼 화목한 분위기였답니다. 이 학생에게 호의를 보이신 스페인 남자 교수님은 전혀 다른 뜻이 없음을 알고 있답니다. 전에도 그랬고, 후에도 그랬지만, 이 교수님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에게는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십니다. 하얀 머리카락에 많이 늙으신 분이시죠. 두 커플은 늦은 나이에 재혼을 하신 커플(지금은 정년을 앞둔 나이)이십니다. 젊은이도 아니고, 어린 학생을 돕는다는 것에 너무 민감하신 여교수님이 지금은 웃으시면서 그렇게 인정을 하시네요. 


이렇게 스페인에서는 커플이 말 그대로 커플입니다. 누구 한 명을 초대하면 대부분 커플이 같이 가고, 누가 아프다 그러면 커플이 대부분 동행한답니다. 부모님도 아니고, 커플입니다. 



한국에서 놀러 온 나이 지긋한 사람이 스페인 커플의 차에 타게 되었는데, 한국 같았으면 앞좌석에 어르신을 모신다는 개념이 있는데요, 스페인에서는 아니랍니다. 커플석이 보조 운전석이 되겠습니다. 커플이면 당연히 요구하는 것들이 있는데 우리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답니다. 


아무튼, 교수님이 고백하지 않으셨다면 모를 일, 이것도 문화적 차이에서 온 오해가 아닌가 싶네요. 


부디 두 사람이 '진심 어린 오해 풀기'를 바랍니다.  




추신) 앗! 이 글 쓰고 난 다음 댓글의 반응을 보니 제가 설명을 안 한 부분이 보이네요. 

어떻게 한 남자의 집에, 아무리 제자라지만 그것도 여자 제자를 들일 수 있느냐란 부분을 설명드리기 위해.... 이 글을 첨가합니다. 


스페인은 아파트 및 집 문화가 공유의 문화랍니다. 성년이 되어 부모집을 떠날 때 제일 처음 찾는 형태의 집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형태의 아파트입니다. 자기 방을 사용하면서 나머지 부엌 및 화장실 공유하는 형태로 사용하는데요, 이것이 대부분의 대중적 문화랍니다. 한국처럼 오피스텔 형태나 자취방 형태가 없습니다. 그러니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정상적인 거주 형태가 되는 것이지요. 결혼하지 않은 독신자들, 학생, 독거인(?)이 주로 취하는 형태랍니다.

또한, 스페인은 한국보다 땅덩이가 3배나 크기 때문에 집이 엄청나게 넓습니다. 대부분 2개의 화장실과 부엌, 거실, 방, 이런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활동 영역이 자유롭고 크니 서로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생활할 수 있답니다. 


그러니 스페인 남자 교수님이 학생에게 배려한 이 행동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답니다. 

집도 넓고 방도 하나 비니, 방을 구할 때까지 있으라고 한 행동은 배려의 행동이랍니다. 

열린 스페인 사람의 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부분이지요. 

실제로 저희 시부모님께서도 방 구하는 프랑스인 여성(딸 친구)에게 한 달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정말 구설수에 오를 일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지네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사회적 편파가 이는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아! 이렇게 설명하고 나니 (이 글의 이해가) 좀 가는 듯합니다. 



추신 하나 더!


저는 글을 쓰면서 아주 흥미로운 문화 이야기라고 생각되어 즐겁게 글을 썼는데요, 달리는 댓글을 보니 아주 화가 나는 이야기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여러분은 문화의 차이라는 것을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식 애정관으로 안경 쓰고 보시는 분은 한국인 제자를 가정부라고 폄하를 하시는데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일단 플랫 메이트라는 개념이 있어 과대 해석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남자 교수님 방까지 청소했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고, 그 친구가 플랫 메이트의 공동 개념을 갖고 있다면 스페인에서는 아주 당연한 행동이라고까지 볼 수 있지요. 또한, 도움을 받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임시로 머무는 곳에 대한 예의로, 또...... 어린 사람이 웃어른 공경하는 입장에서도 이런 일을 시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설마, 남자 교수님이 여자 교수와 상의하지 않고 이 제자에게 방을 빌려줬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스페인 커플은 모든 일에서 두 사람이 다 같이 결정합니다. 처음엔 여자 교수도 찬성했지요. 그러나...... 상상이 부풀려지고 오해가 많아지면 마음이 불편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의 남녀관계는 우리가 보는 것처럼 이중적 관계이지는 않습니다. 

가까운 스페인 이웃 중 임신한 아내를 두고, 주말마다 출장을 가는 남편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남편은 일 때문에 근처 알고 지내는(홀로 사는) 여성 친구의 집에 머무른답니다. 말 그대로 그냥 주말, 일 때문에 신세 지는 형태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한국이라면 과장, 확대하여 해석하겠지요? 아니 임신한 아내 두고 다른 여자 집에서 지내? 하고 말이지요. 스페인이라는 곳에서는 이것이 흠이 되지 않는 친구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일임을 말씀드립니다. 누구도 나쁘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이런 점을 감안하여 저는 문화적 차이라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저는 그냥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로 쓴 이 글이 어떤 분은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식으로 저를 또라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이 블로그는 개인 블로그로서 여러분의 소통을 위해 승인 형식이 아닌, 개방 형태의 댓글 올림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댓글이 공격적이라면 보는 사람은 눈살 찌푸리고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뭐, 이런 이야기가 거짓도 아니고, 자신에게 불편하게 다가온다면 어쩔 수가 없는 것이지, 굳이 나쁜 표현들을 써야 할까요? 


소통을 위해 댓글창을 열었지, 욕하라고 열어놓은 것은 아닙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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