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재미있는 스페인 문화의 한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다름이 아니라, 스페인 친구들이 우리 아이들의 엉덩이 몽고반점을 보고 난 후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해변에 가기만 하면 옷을 자연스럽게 벗어 던지는 우리 세 아이들은 아직도 몽고반점이 있답니다. 지난번 친구와 함께 해변에 갔을 때에도 우리 아이들은 옷을 훌러덩 벗고 이 친구에게 몽고반점을 보여주었어요.
"아니 아이들 엉덩이에 무슨 마크가 있어? 도대체 임신 기간에 뭘 안 먹어서 그래?"
여러분, 임신 기간과 아이들 몸에 있는 마크가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정답을 말씀드리기 전에 여성이 임신하면 호르몬 작용으로 신체와 정신 건강의 변화가 이는 것을 여러분은 잘 아시지요? 한국에서도 임신부의 태도 중 가장 쉽게 떠오르는 모습이, "우리 아이가 먹고 싶어 해요. 이 요리 좀 해주세요! 이것 사주세요. 이것 먹고 싶어요!"입니다. 잉태하고 식욕이 이는 것은 당연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직접 경험해보신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이 참을 수 없는 식욕과 먹고 싶은 것은 꼭 먹어야 하는 그 심정이 가슴으로 절절히 느껴진답니다.
어떤 분은 임신부 유세 떨고 있네, 라고 하실 수 있으나......
이 호르몬이라는 놈이 뼛속 깊이 임신 때 못 먹었던 음식을 기억해냅니다. 또한, 출산 시, 그 호르몬이란 놈은 뼛속 깊이 베이비 블루스라는 감정의 상태를 남깁니다. 그러니 임신하고 출산하는 임산부의 그 시기가 여성에게는 꿈처럼 황홀한 시기일 수도 있고, 지옥처럼 나쁜 시기일 수도 있답니다. 주변 상황에 따라, 주변에서 얼마나 잘해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요.
제가 아는 친구는 북유럽인과 국제결혼을 하고 출산 때 외국인 시어머니가 피자를 사다 줘 평생 원망을 하기도 했답니다. 헉?! 피자는 아니잖아.....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서양인이라고 다 이런 묵묵, 냉정, 혹은 임신 유세가 없는 것은 아니랍니다. 특별히 스페인에서는 그 문화가 판이하답니다.
바로 여기서 정답을 말씀드리자면, 스페인에서는 임신부가 먹고 싶을 때 못 먹으면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 몸에 못 먹은 음식 모양의 상처가 남는다고 합니다. 임신한 여성이 먹고 싶어 (가족에게, 남편에게, 친구에게) 이것저것 주문하면 당연히 해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스페인의 문화는 다른 유럽과는 다르게 좀 더 관용적인 것 같기도 하네요.
※ 참고로 스페인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부리는 이 행동을 Antojo라고 합니다. 간절히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이라는 뜻이지요.
제가 임신했을 때에도 산똘님께 치킨 커리가 먹고 싶다고 하소연하니,
"아! 당연히 내가 해줄게. 그러다 우리 아기 몸에 치킨 커리 마크가 생겨 태어날지도 몰라." 하고 말이지요.
저희 시어머님께서도 제가 임신했을 때, 꼭 뭐가 먹고 싶은지 물어보셨답니다.
"우리 며느리가 못 먹어 아기 몸에 희한한 상처(마크)가 생겨 태어나면 안 되지!" 하시면서 말이지요.
어떻게 보면 이것도 임신한 여성의 정신적, 신체적 상태를 받아들이는 스페인만의 독특한 문화일 수도 있구나, 싶었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임신부를 보는 따뜻한 마음은 임신부 배를 자연스럽게 쓰다듬으면서 축복을 기원하는 것과 이렇게 먹을 것을 알아서 챙겨주는 것 등이 저를 행복한 임신 추억을 갖게 했네요.
그러니 우리 아이들의 몽고반점을 본 스페인 친구들은 하나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산똘님을 노려보더군요.
"도대체 뭘 안 먹여서 이렇게 마크가 있는 것이야?"
산똘님.... 하하하! 웃으면서, "그건 아닌데...... 사실 이것은 몽고반점이라는 거야. 몽골인의 후예라는 뜻이지."
몽골인의 후예? 저는 속으로 또 웃습니다. 아! 영화를 또 찍는구나. 광활한 초원을 달린 몽골인의 후예라는 것.
그러면 대부분의 스페인 친구들은 이런 몽고반점을 본 적이 거의 없어 더 놀라더군요. ^^ 물론, 스페인에서도 갓난아기들 엉덩이에 반점이 있는 경우도 있답니다. 의사가 자세히 설명해주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끄덕한답니다.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대하는 임신부를 향한 따뜻한 문화가 뜻밖에 괜찮았다면 응원의 ♥공감 꾸욱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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