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생각

스페인 안방에서 파는 한국 식품에 씁쓸해지는 이유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8. 9.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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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추석 연휴도 끝나가고 이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할 시간입니다. 본의 아니게 저도 치과 치료를 하기 위해 시댁이 있는 발렌시아에 다녀왔답니다. 추석 시기와 맞물려 마치 한국처럼 명절 보내기 위해 시댁에 간 느낌이 들었답니다. 하하하! 덕분에 이 명절, 심리적 외로움 없이 잘 지나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댁에서 보내다 해발 1,200m 고산의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데 역시나 장은 봐야겠지요? 그래서 마트에서 생선도 사고, 이것저것 장을 봐왔답니다. 게다가 요즘 새로 들어왔다는 한국 제품도 기대가 되어 더 장을 보기 위해 애를 썼답니다. 

일단 스페인 현지 마트에서 새로 나온 한국 김을 찾았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드디어 우리도 이곳 안방에서 한국 식품을 먹는구나! 정말 대박이구나! 싶었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엄연히 "한식"임을 우리는 한 번에 알 수 있죠? 얼마나 그리웠던 김자반과 김부각인지......! 아이들도 이 제품을 보더니, 환호의 함성을 질렀답니다. 드디어 공수받지 않아도 이곳에서 먹을 수 있구나! 싶은 게 말이지요. 

이상하게도 김자반이나 김부각은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공수받거나, 한국 식자재 판매하는 마트에서 온라인으로만 살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만큼 국제화 시대에 세상이 가까워졌다는 걸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제품을 보고 정말 씁쓸해졌습니다. 스페인 회사에서 한국에 의뢰해 생산한 제품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Origen República de Corea del Sur)가 적혀 있는데도 말입니다. 

왜 씁쓸해졌냐고요? 

제가 국어국문학과 출신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한국말로 표현하는 음식 이름이 빠져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좋은 '김자반'과 '김부각'이라는 단어가 없는 게 얼마나 씁쓸했는지 모릅니다. 그만큼 스페인어권에서 한국어가 많이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졌습니다. 

반면, 17세기부터 일본과의 교류가 많았던 스페인에서 일본어는 아주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노리', '우동', '소바', '스시', '라멘', '고마시오', '곰부' 등...... 일본 식자재 이름은 이곳에서 무척이나 대중화되어 이런 말만 해도 알아듣는 사람들이 참 많더라고요. 사실 제가 이런 단어를 이곳에 살면서 스페인 사람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요.

위의 사진처럼 같은 회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인데도 한국산은 이름 없이, 한국 스타일이라는 설명도 없이 그냥 제품이 나왔더라고요. 마치 그 회사에서 개발한 것처럼...... 하지만 일본 음식에는 스시, 라멘, 소바 등 이름을 붙여서 판매되더라고요. ㅡ,ㅡ


위의 사진도 스페인에서 제조한 떡볶이 용 떡인데 한글에만 이렇게 찰떡이라고 적혀있고, 설명은 없습니다. 적어도 '떡'이라는 이름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어떨까 싶은 게...... 

스페인에 살면서 현지인들에게 한국 식품을 소개해줘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마도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큰 노력과 긴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한두 번 한식을 소개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으로 비빔밥, 불고기, 김밥 등을 선보여도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은 별로 없습니다. 매번 기억한다고 해도, 이름이 바로바로 나오지는 않기 때문이지요 

김밥을 열 번 싸줘도 '스시'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한 100번은 가르쳐줘야 스시를 김밥으로 고쳐 말하지 않을까 싶어요. 뭐, 김밥과 스시가 엄연히 차이나는 것은 맞잖아요? 제가 스페인 현지 마을에서 김밥을 자주 하는 이유도 올바르게 '김밥'이라는 단어를 알려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요즘에 우리 마을 사람들은 '김밥'이라고 단어를 바꿔 말하니 정말 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김밥 끝나면 불고기, 불고기 끝나면 양념 통닭을....... 만들어줘서 이름을 가르쳐줄 심산입니다. ^^*) 

[사담: 사실, 제가 만나는 스페인 현지인들이 한국 단어를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놀랍게도 태권도 관련 용어였습니다. 하나, 둘, 셋...... 앞발 차기, 경례 등...... 어렸을 때 태권도 강습을 받으면서 일상에서 쉽게 들었던 용어들이라 이런 말은 잘합니다. 이렇듯이 일상 깊숙이 이국 단어가 파고들면서 일상화되어야 단어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어요.]

스페인 현지 식당에서도 한국 스타일 갈비라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한국 이름으로 표현하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불고기 갈비'라면 알 수 있는 날 말입니다. '고추장'도 한국식 매운 패이스트(pasta picante coreano)라는 표현보다 '고추장'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와사비' 하면 현지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알듯이 말입니다.

어쨌거나, 음식 문화는 임시즉흥적 반영이 아닌, 깊숙이 대중 사이에 파고드는 반영이 가장 오래 남는가 봅니다. 한 번의 행사보다 꾸준히 이름으로 알리고, 꾸준히 한국의 맛을 알 기회가 많아져 스페인 마트에서 파는 물건에도 '김자반'이나 '김부각'이라는 이름으로 스페인 대중들에게도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커졌습니다. 

이 바람, 꼭 이루어졌으면 하네요. 제 바람에 동참하시는 분, 아래의 공감(하트♥) 꾹 눌러 동참해주세요~!!! ^^*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일 가득하시고요, 

어서어서 일상에 복귀하셔서 명절 후유증 날려버리시길 바랍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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