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생각

한국인인 나에게 국뽕이라고 하는 외국인 친구들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8. 10.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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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물 받은 아이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한 페이지를 보여줍니다. 


"엄마! 이거 한국 거야? 중국 거야?"


발명품에 대한 책이었는데 아직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만 7세 누리가 물었습니다. 찬찬히 보니, 한국의 측우기가 한 페이지에 걸쳐 설명되어 있더라고요. 


"응~ 이건 측우기야.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의 양을 재기 위해 세계 최초로 발명한 물건이지."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좋아하더라고요. 




아이에게 한국을 설명할 때는 정말 기분이 좋고 행복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에 유럽 친구들이 제게 한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다름 아니라 저는 스페인에서 외국인 친구들이 많았던 스페인 언어학교를 6년이나 다녔고, 유럽에서 유학 온 친구들과 함께 도자기 학교도 4년이나 다녔기 때문에 그들의 반응이 생각나는 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싶네요. 


한국에서 세계 최초 발명한 물건에 자긍심을 갖고 막~ 이야기하다 보면 분명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하지요. 


"그래~ 한국이 뭐든 세계에서 최고지. 넌 굉장한 국뽕이야."라고 말이지요. 


국뽕은 국수주의와 히로뽕이라는 단어가 결합한 신조어라고 하는데 한국을 사랑하여 한국이 최고라는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국뽕에 취했다라고들 하더라고요. 


"뭐, 한국이 뭐든 세계 최고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왜 그래? 있는 그대로 자랑스러워한 말을 가지고 왜 그래?"

라면서 약간 톤을 높여 화를 낸 적도 있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유럽 사람들은 국수주의를 굉장히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국수주의로 인해 많은 유대인이 희생되고, 전쟁의 여파로 굉장히 힘들어한 역사적 사실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최고야."라는 말을 굉장히 조심하는 듯합니다. 인종차별을 주도하는 극우파들이 주로 국수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역사를 모르는 유럽 친구들은 가끔 조롱 섞인 말로 한국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한국은 어찌 됐든 미국의 도움 없었으면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저는 다르게 이야기해줍니다. 


"그래~ 한국은 전쟁으로 큰 고난을 겪었고, 미국 도움으로 어느 정도 성장할 수는 있었지. 하지만, 미국의 원조를 받은 모든 나라가 다 잘 사는 건 아니야. 한국인 특유의 그 민족성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어."

하고 말입니다. 

그러면 또 '과도한 국수주의자'라고 합니다. 

아니, 한국인 훌륭하다고 하면 왜 국수주의자가 되느냐 그 말입니다.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비방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유럽 친구들은 언제나 자신의 기준에서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면 저는 분명하게 이야기해줍니다. 


"유럽에서는 식민지를 만들고 제국주의로 팽창한 역사가 있어서 너희들은 국수주의를 굉장히 부끄러워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한국은 시련의 역사를 딛고 불의에 항거하고, 국민 스스로가 더 나은 삶을 위해 굉장히 노력했어. 그래서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사랑하는 게 별문제가 없다고 봐. 난 고난과 시련을 이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좋거든! 물론 잘못하고 실수한 경우에는 반성도 하는 그런 국민이기도 해.



Memorial Holocausto, Berlin



식민지가 아니었던 역사를 가진 이들이 뭘 알겠습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도 일부 국민들은 이 나라를 굉장히 부끄러워한다는 것도 알았답니다. 마치 나치를 만들어낸 독일인처럼 말입니다. 특히 스페인 사람인 남편은 "신대륙 발견 기념일" 10월 12일에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신대륙 발견은 분명 기념해야 하지만, 신대륙 발견으로 희생당한 많은 이들의 영혼은 어떻게 감당할 것입니까. 그래서 이날은 신대륙 추모일로 하는 게 낫다면서 무척이나 부끄러워합니다. 남편은 오히려 스페인 사람이 아니라, 발렌시아 사람이라고 하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부끄러운 역사를 가진 이들에게 자기 나라를 사랑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남편, 한국인의 고난은 정말 한을 울려. 억압을 당해본 사람들은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비록 나는 좋은 시대에 태어나 그 억압은 잘 모르지만, 내 핏속에 흐르는 그 유전자는 알 것 같아."

남편에게 이렇게 설명도 해주지요. 


어제는 발렌시아 시댁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플라시도 도밍고의 '그리운 금강산'이 화제가 되었다는 소식을 뉴스로 봤답니다. 스페인 테너가 과연 어떻게 불렀기에 이렇게 화제가 되었을까? 싶어서 검색하여 노래를 들어보기로 했지요. 


"남편, 플라시도 도밍고가 한국의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대. 금강산은 북한에 있는 아주 아름다운 보석 같은 산이야. 전쟁으로 인해 분단된 실향민이 그리워하는 가사인데 정말 아름다워. 우리 한번 같이 들어볼까?"


그렇게 하여 블루투스를 스피커로 연결해 [그리운 금강산]을 들었습니다. 



사진 출처: KBS 뉴스



아~~~ 왜 이렇게 큰 전율이 일던지......! 금방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전쟁 세대도 아니고, 실향민도 아니며, 실향민 가족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감동의 눈물이 나던지요! 분단의 역사가 너무 슬프면서도 안타깝기도 하고요. 


말을 더듬으며 남편에게 그랬죠. 


"남편, 노래가 정말 아름답지? 한국인의 그 애환을 이제 알 수 있겠어? 플라시도 도밍고의 혼을 울리는 목소리와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가사와 노래! 정말 환상적으로 감동이야~"


하면서 남편을 쳐다보니, 글쎄 산똘님도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감동을 받았더라고요. 


"남편, 나 그냥 한국 사랑할래. 한국인으로 한국 사랑하는 거 평생 할 것 같아." 


그렇게 또 한국인으로 외국에서 살면서 내가 존재하는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글은 '국뽕'이라는 단어를 찬양할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닙니다. 한글을 훼손할 의도로 이 단어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요. 문맥상 현실적인 상황을 묘사하느라 쓴 단어이니 너그러이 편안하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또한, '국뽕'을 찬양하여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지나친 국수주의는 좋지 않다는 것을 전제 하에 쓴 글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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