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추운 날, 남편이 한국 음식 생각나서 사 온 것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8. 11. 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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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일찍 일어나 볼일 때문에 외출했던 남편, 게다가 그날은 누리와 남편의 치과 치료가 있었던 날입니다. 일찍 일어난 두 부녀는 새벽 안개를 헤치고 도시에 나갔다 밤늦게 돌아왔습니다. 온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돌아올 힘마저 다 써버린 듯, 지쳐서 겨우 도착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서 한번 도시에 나갔다 돌아오는 왕복 시간만 해도 3시간이 넘습니다. 그러니 정말 지칠 만 하죠? 


그런데 남편은 돌아올 때 무엇인가를 사 왔더라고요. 달랑 봉지 하나를 제게 내미는데......


너무 지쳐서 장 볼 기력이 없었지만, 그래도 무엇인가를 사 왔다며 남편은 물건을 건넵니다. 


"밖에만 있어서 너무 추웠나 봐. 추운 날에는 따끈한 뭇국이 최고지~!!!" 이럽니다. 


남편이 사 온 것은 무와 고등어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뭐 어때서요? 하고 물어보실 분도 계신데요, 사실, 스페인 사람인 남편에게 무의 존재란 보잘것없는 존재였답니다. 모든 스페인 사람들이 무만 사서 먹지는 않거든요. 게다가 스페인에서는 무만 존재하는 요리는 없답니다. 무는 그저 여러 채소와 함께 육수 국물을 내는 데에 쓰는 재료일 뿐이지요. 그래서, 무는 국물만 내고 버리는 채소랍니다. 아니면, 집에서 키우는 가축에게 던져주는 재료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처음에 남편이 무조림을 먹고 한 소리가 놀랍답니다. 


"세상에! 신세계 발견이다!!!!" 


신세계 발견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무는 상상하지 않았던 의외의 요리 재료였던 것이지요. 무가 가진 다양한 장점을 몰랐던 남편은 스페인 지인이나 가족과 무에 관해 이야기할 때마다 무를 찬양하기도 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무를 잘 몰라도 너무 몰라. 한국에서는 무를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해. 뭇국에서 무조림, 깍두기, 무말랭이, 무 쌈, 심지어 무의 잎을 잘 삶아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다고......!" 




스페인 남편이 그렇게 무 예찬론을 펼칩니다. 지난번 빈센트 아저씨가 채소를 가지고 오셨을 때도, 무 잎만 다 떼고 무를 가지고 오셔서, 잎을 버리지 말고 꼭 가져오라고 당부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무 잎이 얼마나 맛있는데, 다 잘라버렸어요? 다음에는 꼭 잘라버리지 말고 완전체로 가지고 오세요~!"

하는 겁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무 잎을 먹지 않기 때문에 버리는 게 너무 아까웠나 봅니다. 


이런 남편이 무를 7통이나 사 왔습니다. 물론, 잎은 다 제거해서 팔고 있었지요. 


"너무 추워서 무밖에 생각이 나지 않더라. 따뜻하고 부드러운 뭇국을 마시면 추위가 싹~ 가실 것 같아서......!"



어머, 남편이 참 한국화됐구나!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스페인 마트에서는 무를 다른 채소와 끼워서 팔거나 한 개씩 포장해서 파는데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다량으로 사 올 수 있었는지 참 놀라웠습니다. 


"남편, 이렇게 많이 파는 곳이 있었어?!" 


"응, 평소 가는 슈퍼 말고, 다른 곳에 들렸더니 있더라. 그래서 많이 사 왔지! 고등어는 당신 먹으라고 사 온 거야." 


하하하! 지쳤다는 사람이 아내 생각해서 고등어도 사 왔어요. 제가 자반고등어를 엄청나게 좋아해서 '고등어호랑이'란 별명이 붙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받아든 고등어는 굵은 소금을 쳐서 이미 자반고등어로 만들었습니다.




고생한 남편을 위해 제가 직접 뭇국을 만들어줬습니다. 북어나 명태가 있었으면 더 황홀한 뭇국이 되겠지만, 남편은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뭇국도 좋아한답니다. 



추위에 고생해서 생각난 음식이 뭇국이었다니, "오구, 오구~! 그래쪄?! 고생해쪄!"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참기름에 달달 볶은 다음, 마늘과 양파 넣어 끓여주고, 깨를 갈아 뿌려주니 정말 시원하고도 부드러운 뭇국이 되었답니다.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뭇국을 먹으면서 하는 소리가......


"어휴~! 조쿠나(좋구나)!" 


한국말로 이런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누가 소리만 들으면 한국 아재가 하는 소리입니다. 얼마나 웃긴지...... 정말 한국화돼가는 남편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던 순간입니다. 

 

"정말 속이 개운해지는 게 추위가 막 달아나는 것 같아. 정말 피로가 확 풀리네. 한 그릇만 더 마시고 자야겠다!"


하면서 한 그릇 더 마시고, 피로를 풀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세상에 스페인 남편이 춥다고 한국의 음식 국물을 생각하면서 피로를 풀겠다고 하는 사연이 얼마나 신기한지...... 좋은 건 다 느끼는 세상이구나.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추운 계절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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