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미래 6

땔감 찾아 숲으로 간 우리 가족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 [참나무집] 가족은 유럽 적송 소나무 숲에 땔감을 구하러 갔습니다. 자연공원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 덕분에 언제, 어디에 땔감이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마침 주말이라 쉬는 아이들 잘~ 달래서 공원 관리자분들이 잘라 놓은 나무를 가지러 갔답니다. 마을 사람 누구나 땔감을 가져갈 수 있으니 우리도 이번 주말에 땔감을 가지러 갔습니다. 말라버린 숲의 나무를 잘라 이렇게 현장에 놓아두면 누구나 원하는 사람들이 가져갈 수 있는데요, 우리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땔감을 가지러 간답니다. 요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유럽 물가가 엄청나게 올라 땔감이라도 직접하자고 직접 몸으로 구하게 되었답니다. 그나마 나무를 직접 자르지 않아 다행입니다. 산똘님은 나무 껍질을 벗겨 잘 말..

죽은 듯 늘어져 있던 고슴도치, 잠시 후 일어난 일

봄이 오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오후 저녁, 우리는 텃밭으로 향했습니다. 새싹이 움트는 소리가 들리는 듯 겨울바람도 조용해지며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듯했습니다. 이제 겨울은 달아나는 것일까요? 햇볕도 더 따스하고, 낮도 더 길어졌습니다. 봄에 심을 작물을 생각하면서 텃밭 가는 길 위, 우리는 우물가(?)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했습니다. 사실은 샘가라고 해야 하는데, 우물처럼 물을 받아놓은 구유 통이 있기에 우물이라고 그냥 임의로 단어가 흘러나왔습니다. 동물에게는 분명 우물이 되는 것이니까요. 멀리서 봤을 때는 어떤 동물이 웅크리고 있는 듯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동물이었어요! 그런데 평소에 흔히 보지 못했던 동물인 고슴도치가 시련에 잠긴 듯 그렇게 세월 앞에서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

스페인 남편이 '세계 여성의 날'에 한 일

며칠 전부터 남편이 고민합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인데, 그날 온종일 시위와 오전 2시간 시위가 있다고 하는데 하나를 선택할 수가 있다네." 이게 무슨 고민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인 남편은 이날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있잖아. 하루 종일 시위하고, 회사에 나가지 않으면 약 100유로(13만 원 정도) 정도가 월급에서 깎여. 그리고 두 시간 시위에 나가면 그만큼이 계산이 되어 깎이고......!" 그냥 회사 나가지 않고 시위하면 되잖아? 싶기도 한데요, 여기는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이라 시위 나갈 장소도 없고, 나가더라도 알아주는 이도 없답니다. 단지, 회사에 연락해서 시위 참여했다고 연락하고 월급 깎이면 그만이랍니다. "아~~~! 남편, 그거 고민이구먼!" ..

'여성의 날'은 없어져야 한다는 남편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었죠? 어제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엄마, 축하해~! 오늘은 여성의 날이야." 그러더군요. 그래서 우리 네 모녀는 "그래, 다 함께 축하하자~!"하면서 부둥켜안고 방방 뛰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지그시 눈을 감으면서 우리 세 딸을 안으며 그러더군요. "여성의 날이 없어지는 때가 왔으면 좋겠어."남편이 세 딸을 안으면서 축하해주는 줄 알았는데, 남편은 씁쓸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빠, 왜?"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세 딸이 묻습니다. "너희들이 컸을 때는 여성의 인권이 신장해서 이렇게 일부러 날 잡아 축하하는 날이 오지 않았으면 해서 그래~!" 딸 가진 아빠의 마음일까요? 아빠는 우리 딸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고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

여기자 발길에 넘어진 시리아 난민, 마드리드에서 행복한 결말?

9월 16일 밤 마드리드 아토차(Atocha) 역에 도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름도 몰랐던 이 사람은 그저 시리아 피난민의 한 명일 뿐이었지요. 그러다 지난 9월 8일, 헝가리 여기자의 발길에 걸려 넘어지는 사진이 전 세계를 돌면서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답니다. 알고 보니 시리아에서 프리메라 명문 축구 클럽의 감독이었다고 합니다. 이름은 오사마 압둘 무센. 7살 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그 먼 여정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나머지 아들과 아내는 지금 터키에 있다는데...... ▲ 사진은 로이터 여기서 잠깐~! 터키에 있던 시리아 피난민 왜 지금 유럽으로 피난하는가? 왜 하필이면 전쟁 발발 4년 후에 유럽으로 몰려들까요? 전쟁이 일었던 첫해 피난 나온 사람들에겐 돈이 있었지요. 피난 주요국으로 레바논과 터키..

국제 수다 2015.09.17

천 조각 하나, 그것이 가져다주는 소소한 행복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의아할 정도로 남편의 손수건이 신기했다. 이 손수건은 멋으로 가지고 다니며, 눈물 뚝뚝 흘리는 여자에게 주려고 향수 뿌린 것도 아니었고, 그냥 가지고 다니면서 흠집 없는 (완벽남) 모양새를 보이고자 가져 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이 남자는 가차 없이 손수건으로 코를 훅 풀면서 적나라하게 사용하는 '실제적 사람'이었다. '실제적 사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내가 한국에서 살면서 본 손수건의 의미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액세서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남편이 사용하는 손수건은 정말 실용적으로 쓰이는 것이었다. 코 푸는 것! 빨래를 널면서 나는 지독히도 사용의 절정에 달한 손수건을 보면서 참 징하다, 란 생각도 들었다. 이 천 조각 하나에 얼마나 많은 양의 코를 풀었던가. 신..

소소한 생각 2014.08.2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