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죽은 듯 늘어져 있던 고슴도치, 잠시 후 일어난 일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8. 4. 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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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오후 저녁, 우리는 텃밭으로 향했습니다. 새싹이 움트는 소리가 들리는 듯 겨울바람도 조용해지며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듯했습니다. 이제 겨울은 달아나는 것일까요? 햇볕도 더 따스하고, 낮도 더 길어졌습니다. 

봄에 심을 작물을 생각하면서 텃밭 가는 길 위, 우리는 우물가(?)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했습니다. 사실은 샘가라고 해야 하는데, 우물처럼 물을 받아놓은 구유 통이 있기에 우물이라고 그냥 임의로 단어가 흘러나왔습니다. 동물에게는 분명 우물이 되는 것이니까요. 

멀리서 봤을 때는 어떤 동물이 웅크리고 있는 듯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동물이었어요! 그런데 평소에 흔히 보지 못했던 동물인 고슴도치가 시련에 잠긴 듯 그렇게 세월 앞에서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기에, 이렇게 우물가에서 늘어져 있는 것일까요? 


무엇인가 찾다가 지친 고슴도치가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밤송이처럼 동그랗게 몸을 말지도 않고 포기한 듯 저러고 있었지요. 

게다가 야행성인 이 동물이 이 대낮에 저런 모습으로 노출하고 있었으니 더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지요. 

그런데 답은 금방 풀렸습니다. 

이 구유에 물이 없었던 것이지요. 마을에서 청소한다고 싹 비우고 물길을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둔 것입니다. 

평소에는 이런 모습이지요. 


그래서 산똘님이 당장 물을 받아왔습니다. 

"이 녀석이 얼마나 목이 말랐으면 도망가지도 않고 저러고 있을까?" 

물을 녀석에게 들이미니, 이 고슴도치는 헐레벌떡 물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목이 말랐으면!!!

역시, 인간이나 동물이나 자연 앞에서는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면서 또 그 삶을 개척하면서 살아야 하는군요! 야생동물마저도 인간이 그들의 삶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지요. 

 같은 장소에 다시 날아온다고 하는 철새도, 어느 해에는 그 장소에 건물이 들어서서 보금자리를 잃고 떼죽음을 당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인간은 두루두루 생태계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또한 느꼈습니다. 

비록 마을에서 잠시 물을 비워두긴 했지만, 동물도 이런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는 역시 끊으려야 해도 끈을 수 없는 생태계의 한 부분입니다. 인간이 변하면 동물이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자연의 순환이 이상 현상으로 단절되면, 또 인간은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하죠. 

자라나는 이 아이들이 이 현장을 똑똑히 봤으니 더 넓은 사고로 인간과 동물, 자연이 공생하는 그런 미래가 오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물을 충분히 마셨다고 느낀 고슴도치는 어슬렁어슬렁 뒤돌아보지 않고 자기 길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다시 이 녀석을 만날 날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작은 동물에게 조금의 도움이 되어 참 기뻤던 하루였네요. 

동영상에 자세한 고슴도치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 마시는 고슴도치, 정말 귀여워요!!! 

제가 크게 감동하여 여러분께도 잔잔한 울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산들무지개의 유튜브 채널입니다. 재미있어서 하는 채널이며, 여러분께 소소한 스페인 고산의 일상을 보여드립니다. 소수의 독자님께 드리는 선물이기도 하고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야생동물에게도 관심을 부탁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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