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병원에 갈 일이 있던 지난 달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표를 끊고 탄 기차는 만원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발렌시아를 벗어나 다른 도시에 학교와 직장을 두고 등교, 출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북적북적한 기차는 역시나 살이있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포츠 웨어를 입은 한 건장한 남자가 조그만 쪽지를 사람들에게 돌리고 있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역에서 많이 본 풍경이었지요. 쪽지를 돌리거나 물건을 얹혀놓고 은근히 사라는 태도의 그런 풍경 말입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푹 숙인 채로 묵묵히 쪽지를 돌리고 걷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스페인에서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경제가 악화되어 많은 사람이 실업자 신세가 되어 어려운 형편에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