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스페인 사람들이 말하는 제삼의 처방전, '초콜릿'

산들무지개 2019. 4.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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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팔뼈 부러진 누리가 이번에는 넘어져 다리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아이가 절룩거리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되어 마을 1차 진료소를 찾아갔습니다. 혹시라도 또 큰 사고라고 나면 어쩔까 싶어서 말입니다. 

아이도 팔뼈 부러진 사고 때문에 무척 놀랐나 봐요. 치료하는 기간이 길어서 상상도 못 했을 겁니다. 한 달 내내 깁스하고 다니는 게 어지간히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그래서 이번에도 똑같은 사고면 어떻게 하나 정말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찬찬히 잘 살펴보시고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한 달 전 응급실 가기 전 응급 치료를 해주셨던 우리 마을의 가정의이십니다. 응급실 이후 처음으로 뵈었는데, 아이의 상태를 누구보다도 더 잘 파악하고 계시더라고요. 스페인 공공의료제의 또 하나의 장점이 아닌가 싶었답니다. 진료 기록이 다 하나로 통합되어, 언제 어디서든 그 기록을 관람하고 파악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 가정의께서도 이 진료 기록을 들여다보시고 누리의 상태를 파악하고 계셨습니다. 

"그날 이후, 나도 걱정이 되어 상태가 어떤지 점검하고 있었어요. 참 다행이에요. 수술도 잘 됐고, 또 회복도 천천히 잘 되고 있으니......!" 

역시 작은 마을 의사 선생님은 마을 주민의 건강을 이렇게 걱정해주고 계셨습니다. 속으로 엄청나게 감동했습니다. (이 의사 선생님께서 제게 처음으로 '강남스타일'이 뭔지 알려주신 분이거든요.^^)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누리는 지금 많이 놀랐을 거예요. 그 사고 이후, 약간의 트라우마를 갖는 건 정상이죠. 그래서 오늘의 치료 약은 따뜻한 '초콜릿'입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 초콜릿요?!" 

그랬더니 우리 가정의께서 "하하하!" 웃으시면서 제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네! 초콜릿요. 스페인에서는 초콜릿이 치료 약으로 쓰이는데, 마음 아프고 외롭고 쓸쓸할 때 먹으라고 해요. 그 뜻은 이 사람은 지금 따뜻한 위로와 포옹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물리적으로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깜짝 놀라거나 걱정되어 마음 아픈 일이 있을 때에 이 치료 약을 처방하는 거예요."

그러시는 겁니다. 오~~~ 지금까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의사 선생님의 따뜻한 처방전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녹아내리고 말았습니다. 

"누리는 지금 마음이 무척 놀랐을 거예요. 비록 의젓하게 보이지만, 팔뼈가 부러진 일이 얼마나 큰 사고예요? 그 사고를 지금 소화하는데 어린아이가 너무 오래 잘 참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따뜻한 위로와 포옹을 이 아이에게 주는 거예요."

하시면서 누리를 바라보시는 겁니다. 누리도 화답하듯 씨익~ 웃습니다. 

"그러니까 누리에게 초콜릿을 꼭 사주는 겁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확답을 요구하시면서 말입니다. 누리도 금방 마음이 풀려 씨익~ 다시 한번 웃으면서 좋아하더라고요. 

그렇게 그날은 흘렀습니다. 그리고 팔뼈 상태를 점검하는 날이 다가와 우리는 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아이는 무척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팔에 꽂아둔 핀을 뽑는다는 생각에...... 옆에서 아무리 설득하고 설명해도 아이는 자기 몸에 들어가 있는 핀이란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 말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깁스를 풀고 엑스레이를 찍고 다시 살펴봤습니다. 

외상 전문의께서는 아직도 팔뼈가 완전히 붙지 않았다며 2주 더 지켜보자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또 2주를 핀을 꼽은 채로 보호대를 하고 지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오니...... 우리 스페인 시부모님께서 누리를 보기 위해 병원으로 찾아오셨답니다. 아이의 기죽은 모습에 얼마나 걱정이 되셨던지 한달음에 달려와 주신 시부모님이 참 고마우셨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아이 볼에 뽀뽀를 해주시고는......

 


아이에게 선물 하나를 건네는 겁니다. 

그것은 바로 초콜릿이었습니다. 


마음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포옹해주는 치료 약을 시어머니께서도 가지고 오신 겁니다. 아하! 스페인에서는 초콜릿이 또 하나의 의미로 다가온다는 걸 또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 산들무지개야. 우리는 가끔 초콜릿 처방전이 필요하단다. 약으로도 안 되고, 민간요법으로 안 되는 처방약이 있는데 이게 바로 초콜릿이란다." 

우리 시어머니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아이에게 따뜻한 위로와 포옹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우울했던 마음을 확 걷어내고 따뜻한 미소를 활짝 띠게 되었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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