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람들이 말하는 제삼의 처방전, '초콜릿'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한 달 전 팔뼈 부러진 누리가 이번에는 넘어져 다리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아이가 절룩거리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되어 마을 1차 진료소를 찾아갔습니다. 혹시라도 또 큰 사고라고 나면 어쩔까 싶어서 말입니다. 

아이도 팔뼈 부러진 사고 때문에 무척 놀랐나 봐요. 치료하는 기간이 길어서 상상도 못 했을 겁니다. 한 달 내내 깁스하고 다니는 게 어지간히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그래서 이번에도 똑같은 사고면 어떻게 하나 정말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찬찬히 잘 살펴보시고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한 달 전 응급실 가기 전 응급 치료를 해주셨던 우리 마을의 가정의이십니다. 응급실 이후 처음으로 뵈었는데, 아이의 상태를 누구보다도 더 잘 파악하고 계시더라고요. 스페인 공공의료제의 또 하나의 장점이 아닌가 싶었답니다. 진료 기록이 다 하나로 통합되어, 언제 어디서든 그 기록을 관람하고 파악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 가정의께서도 이 진료 기록을 들여다보시고 누리의 상태를 파악하고 계셨습니다. 

"그날 이후, 나도 걱정이 되어 상태가 어떤지 점검하고 있었어요. 참 다행이에요. 수술도 잘 됐고, 또 회복도 천천히 잘 되고 있으니......!" 

역시 작은 마을 의사 선생님은 마을 주민의 건강을 이렇게 걱정해주고 계셨습니다. 속으로 엄청나게 감동했습니다. (이 의사 선생님께서 제게 처음으로 '강남스타일'이 뭔지 알려주신 분이거든요.^^)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누리는 지금 많이 놀랐을 거예요. 그 사고 이후, 약간의 트라우마를 갖는 건 정상이죠. 그래서 오늘의 치료 약은 따뜻한 '초콜릿'입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 초콜릿요?!" 

그랬더니 우리 가정의께서 "하하하!" 웃으시면서 제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네! 초콜릿요. 스페인에서는 초콜릿이 치료 약으로 쓰이는데, 마음 아프고 외롭고 쓸쓸할 때 먹으라고 해요. 그 뜻은 이 사람은 지금 따뜻한 위로와 포옹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물리적으로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깜짝 놀라거나 걱정되어 마음 아픈 일이 있을 때에 이 치료 약을 처방하는 거예요."

그러시는 겁니다. 오~~~ 지금까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의사 선생님의 따뜻한 처방전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녹아내리고 말았습니다. 

"누리는 지금 마음이 무척 놀랐을 거예요. 비록 의젓하게 보이지만, 팔뼈가 부러진 일이 얼마나 큰 사고예요? 그 사고를 지금 소화하는데 어린아이가 너무 오래 잘 참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따뜻한 위로와 포옹을 이 아이에게 주는 거예요."

하시면서 누리를 바라보시는 겁니다. 누리도 화답하듯 씨익~ 웃습니다. 

"그러니까 누리에게 초콜릿을 꼭 사주는 겁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확답을 요구하시면서 말입니다. 누리도 금방 마음이 풀려 씨익~ 다시 한번 웃으면서 좋아하더라고요. 

그렇게 그날은 흘렀습니다. 그리고 팔뼈 상태를 점검하는 날이 다가와 우리는 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아이는 무척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팔에 꽂아둔 핀을 뽑는다는 생각에...... 옆에서 아무리 설득하고 설명해도 아이는 자기 몸에 들어가 있는 핀이란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 말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깁스를 풀고 엑스레이를 찍고 다시 살펴봤습니다. 

외상 전문의께서는 아직도 팔뼈가 완전히 붙지 않았다며 2주 더 지켜보자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또 2주를 핀을 꼽은 채로 보호대를 하고 지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오니...... 우리 스페인 시부모님께서 누리를 보기 위해 병원으로 찾아오셨답니다. 아이의 기죽은 모습에 얼마나 걱정이 되셨던지 한달음에 달려와 주신 시부모님이 참 고마우셨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아이 볼에 뽀뽀를 해주시고는......

 


아이에게 선물 하나를 건네는 겁니다. 

그것은 바로 초콜릿이었습니다. 


마음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포옹해주는 치료 약을 시어머니께서도 가지고 오신 겁니다. 아하! 스페인에서는 초콜릿이 또 하나의 의미로 다가온다는 걸 또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 산들무지개야. 우리는 가끔 초콜릿 처방전이 필요하단다. 약으로도 안 되고, 민간요법으로 안 되는 처방약이 있는데 이게 바로 초콜릿이란다." 

우리 시어머니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아이에게 따뜻한 위로와 포옹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우울했던 마음을 확 걷어내고 따뜻한 미소를 활짝 띠게 되었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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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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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Esther♡ 2019.04.21 01:16 신고 URL EDIT REPLY
유럽에는 그런 것이 있나 봐요.
침울하거나 놀라거나 그러면 초콜릿을 먹게 하는 그런 처방(?)이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해리가 호그와트로 가는 급행열차 안에서 아즈카반에서 나온 디멘터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을 때 루핀 교수가 초콜릿을 권하며 먹으면서 진정하라고 하기도 했었고, 몇년 전 제가 혼자서 처음으로 서울에 놀러갔다가 정동의 분위기에 취해서 카메라 들고 두리번거리다가 인도의 둔턱이 있는지 모르고 대 자로 엎어졌을 때도 근처에 있던 인도인으로 추정되는 외국분들이 더 놀래서 괜찮냐고 일으켜 주며 놀랐을 땐 단 것을 먹어야 한다며 주머니며 가방이며 뒤져서 캔디 두개를 쥐어주고 자기들 보는 앞에서 한개 먹도록 하더라구요.^^ 당시에 다 큰 여자가 앞뒤 안살피고 다니다가 그냥 넘어진 것도 아니고 대~ 자로 넘어졌다는 게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숨을 쥐구멍 찾는다고 정신 없고 얼떨떨한 상태에서 제대로 고맙단 소리도 못 했는데 나중에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보고 그 때 외국인 커플이 인도인으로 추정되었는데 공영어가 힌디어와 함께 영어일 정도로 영국 지배하에 있어서 그런 영향을 받은 건가 싶을 정도로 영국에서는 초콜릿이나 캔디같은 걸 권하는 문화가 있나...?했었거든요.^^
근데 지난 번부터 산들님의 이번 포스팅을 보면서 스페인도 그런 거 같아서 유럽에서 놀라거나 침울하고 그럴 때 마음을 위로하는 약으로 초콜릿같은 단 것을 권하는 모양이구나... 싶어서요.^^
키드 2019.04.21 05:35 URL EDIT REPLY
가정의 선생님의 따뜻한 배려의 한마디가 크게 와닿네요~~아이 놀란마음까지 살펴주시니ᆢ우리나라 병원은 간단하고 빠르게 진료가 잘 되지만 그런 섬세함을 기대하긴 어렵잖아요. 저는 애들 키우면서 딱 한분 그런 선생님을 만났어요.애들 잘 먹으면 아픈거 걱정안해도 된다던 그분~~아이 눈을 맞추면서 대화하시더라구요.보호자 입장에서 걱정되는 마음까지 위안이 되었어요.

쵸콜릿 처방~~~ 꼭 써먹어야겠어요~^^
랄라 2019.04.21 13:37 URL EDIT REPLY
멋지네요, 초콜릿 처방이라니. 저도 오늘 스스로에게 초콜릿 처방을 내려야겠어요. 얼마 전 마음이 심하게 아팠던 일이 있었는데... 그냥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문득 감정이 휘몰아치더라고요.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그냥 덮어만 둬서 그런가봐요. 저도 오늘은 따뜻한 핫초콜릿 한잔 사 먹어야 겠어요.
BlogIcon 비단강 2019.04.21 22:43 신고 URL EDIT REPLY
팔 다친 것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팔 다쳤을 때 같이 다친 그 마음까지도 치료해주네요.
감동입니다.
산들님. 스페인사람들의 그 여유와 너그러움과 배려는 도대체 어떻게 형성되었을까요?
서양 근대사를 눈팅만 한 사람으로서는 그들의 합리주의는 알아 챘지만
이런 배려 정신이 어디에서 생겨 났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매일 배웁니다.^^
Germany89 2019.04.22 00:00 URL EDIT REPLY
인간적인 치료입니다.
윗 분 말씀처럼 다친 마음까지 치료해주시는 의사선생님..

독일 소아과는 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진료하는게 쉽지 않다는것을 느낍니다.
Germany89 2019.04.22 00:07 URL EDIT REPLY
근데 뼈 붙는게 의외로 정말 시간이 걸리네요..
총 6주정도 걸리는건가요?

얼마나 답답할까..
2019.04.22 00:42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민희 2019.04.22 07:17 URL EDIT REPLY
아~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
오늘도 행복한 이야기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logIcon 세레나 2019.04.22 10:05 URL EDIT REPLY
Hola!!! Còmo estàs??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왔네요. 누리는 지금 괜찮은가요?? 연달아 다쳐서 놀랐을거 같은데.. 제가 지금 여기 호주 마트에 있는데 초코렛 한박스라도 보내주고 싶네요. !!! 의사선생님이 참 자상하시네요. 진심이 담겨있어서 따뜻함이 느껴지구요. 한국은 2분 3분정도면 형식적인 의사선생님들말만 듣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누리한데 호주에서 응원하고 있는 세레나 Serena있다고 힘내라고 전해주세요!!! 저도이 방법을 제가 일하는 여기 차일드케어센터에서 적용시키고 싶네요. Sending a big hug.!!
missmou 2019.04.22 21:14 URL EDIT REPLY
쵸코릿의 용도를 또한번 알았네요./
누군가 외롭고 쓸쓸하고 힘들때 따듯한 초코릿 한잔은 마음을 풀어 줄거예요.
따듯하지 않아도 달콤한 쵸코렛이 목을 넘어갈 때 긴장도 풀리고 기분도 좋아지지요.
누리가 얼른 나았으면 좋겟네요.
그림 2019.04.23 20:39 URL EDIT REPLY
굉장히 재치있는 처방인거 같아요~
놀랐을테니 초콜렛 하나로 달래주라니~^^
마음 따스해지는 소소한 이야기 잘 듣고 가요
2019.04.24 23:38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은경 2019.05.03 05:42 URL EDIT REPLY
오~~~~ 초코렛이 그런 의미도 있네요
멋져요 아이들은 초코렛 좋아하잖아요
시어머니 센스짱이예요 그리고 누리아도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재미있고 소소한 일상이야기가 저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네요 감사해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박동수 2019.05.12 21:38 URL EDIT REPLY
예전에 자전거 타다 넘어져 얼굴에 상처입고 병원에 실려간게 누리같은데...
또 누리인가? 짜장면도 잘먹고, 사고도 잘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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