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비싼 향수 고집하는 외국인 남편에게 한 소리, 충격받은 것은 아니겠지?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4. 11. 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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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남편, 산똘님은 평소에 마트에 가도 '살림의 고수가 울고 갈 정도'로 꼼꼼하게 제품, 가격을 비교하면서 장을 보는 사람이랍니다. 그런 사람이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것 하나가 있는데요, 저도 몰랐던 것인데...... 바로 '향수'랍니다. 


남편이 지금 쓰는 향수를 2년 전에 구입했던가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우리 집에 아주 잘 생긴 친구가 놀러 왔다 간 적이 있답니다. 아주 잘 생겨서 영화배우 같다며 제가 산똘님께 이야기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 결과였던가, 남편은 친구 옆에서 괜히 바짝 붙어 킁킁 냄새까지 맡는 듯했답니다. 알고 봤더니 남편은 이 친구의 향이 아주 마음에 들어 어떤 향수를 쓰느냐고 묻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혹시 영화 배우 같다는 제 말에 질투가 나서 향까지 훔쳐 가고 싶어 그랬을까요? ^^ 그런 것은 아니고, 이 향은 세드로(cedro)라는 삼나무과, 향나무(enebro) 일종인 나무에서 채취한 에센스로 만든 향수였답니다. 





은은한 나무 냄새가 자기 이미지(자연공원 테크닉 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와 딱 맞다면서 그날로 이 향수에 대한 애착으로 향수 가게에 가 향수를 사게 된답니다. 가격을 보고 헉?! 놀라는 남편의 얼굴......



여기서 잠깐!


스페인 사람들의 향수 애착은 이미 제가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아기가 태어날 때도 은은한 아기 향수를 쓸 정도로 향수를 좋아하고, 향수를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봅니다. (몸)냄새 풍기면서 이미지 죽이는 일을 아주 싫어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뭐, '서양인은 목욕, 샤워를 안 해 향수 뿌리고 다닌다'는 선입관은 버려주세요. 샤워를 많이 해도 체질 때문에 몸냄새가 나는 서양인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산똘님 몸냄새가 지독한 것도 아니고, 냄새가 적게 나는 데에도 불구하고, 이 향수에 대한 애착이 있는 것을 보니, 자기 직업상 방문객을 맞아야 하니 좋은 향이 나야한다고 하네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남편이 깜짝 놀라면서 가격을 확인하니......


한국 돈으로 15만 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헉?! 너무 비싸다. 나는 지금까지 겨우 2만 원 콜롱이 제일 비싼 향수였는데......! 

아! 사고 싶다. 이 향수 냄새 너무 좋은데 비싸서 어떻게 하지?


머뭇거리는 남편이 처량하게 보여, 


"아니야. 사! 이거 15만 원 나누기 365일 해봐. 하루에 500원 투자하여 이미지 관리한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아?! 그런가. 알았어. 좋다. 


그러면서 남편은 그 비싼 향수를 사게 되었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2년 정도 썼을까요? 결국 하루 250원 투자하여 이미지 관리한 격이 되었습니다. 남편도 좋다고 아주 싼 가격으로 이미지 관리하고 있다고 좋아하더라구요. 그런데.......


이제 이 향수를 거의 다 써간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제 또 향수를 사야할 때가 되었다는 소리가 된 것이지요. 


남편은 이 향수가 너무 좋다고, 또 사야겠다고 그러더군요. 


아!!! 또 거금 15만 원 내고 향수 사라고요? 이번에 가격이 오를 수도 있고... 그래서  싼 것으로 하면 안 돼? 라는 소리가 목까지 막 오르다...... 갑자기 지난번 제가 한 어떤 포스팅이 막 기억이 나더라구요. 



나: "남편, 그러지 말고...... 정말 자연산 삼나무 향, 향수가 우리 집에 많은데....... 그것 바르고 다니면 안 될까?"


남편: "뭔 소리야? 내 향수 다 바닥났다니까......! 게다가 이런 좋은 향기 있는 향수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이걸 써야할 것 같은데?"


나: "아니, 있잖아. 저기 뱀 방향제 성분이 99%, 세드로(cedro) 성분이던데...... 향 삼나무 향...... 그거 바르고 다니라고...... 그거 바르고 다니면 안 될까?"



그러자 남편은 벙 벙 벙, 벙어리가 된 듯한 얼굴로 있더군요. 


'아니, 내가 너무 했나 봐. 얼굴이 왜 저래?'


윽2

헉?! 남자도 남자만의 신비한 세계가 있단 말이야. 

향수와 뱀 방향제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왜 몰라줘? 

너무 했다. 



하하하! 제 놀림에 이렇게 대처하는 남편, 한참 멍해 있던 남편과 멍한 모습의 남편을 보던 저는, 잠시 후 생각 났다는 듯, 둘 다 폭소를 터트리며 웃었네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했다는......


그런데 적어도 이 뱀 방향제 바르고 자연 공원에서 일하면, 뱀에게는 물리지 않을텐데.... 얼마나 좋아?, 하는 소리가 제 목에서 막 나올락 말락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답니다. 




이 뱀 방향제의 원료는 에네브로, 세드로라는 나무의 진에서 빼 온 것이랍니다. 

향수의 원료와 같은데 뭐가 문제가 될까요? -.*


관련 글

스페인의 뱀 방향제 재료는...

http://blog.daum.net/mudoldol/641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남자의 세계도 신비한 것이라는 산똘님 말이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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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인기 받고 싶어하는 남편에게 하트 보여주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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