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금손 아빠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하는 일

산들무지개 2019. 12. 30.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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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스페인 사람인 남편, 산똘님이 수제 맥주 대회(VII Concurso Homebrewer)에서 금상을 탔습니다. 스페인 전국 수제 맥주 대회로 하르딘 데 루뿔로(Jardín de Lúpulo) 주최로 매년 이루어지는데요, 산똘님은 맥주 열정에 빠져, '맛있는, 모두가 좋아하는' 맥주 담그는 꿈에 큰 기쁨을 느낀답니다. ^^* 물론, 본인은 술을 잘 못 하는 단점이 있지만, 제조자의 기쁨으로 술을 담그는 듯합니다. 


그런 남편이 상을 여러 번 탔고, 그 상의 상품은 수제 맥주회사에서 그 맥주를 만들어주는 것이었죠!



위의 사진에는 금, 은, 동, 옥으로 나뉜 상이 있습니다. 산똘님은 금상과 특별상(옥상)을 받았지요. 

금상에게 주어지는 상은 상금은 없고...... 헤헤헤..... 책, 수제 맥주, 재료(보리 및 밀 등), 홉스, 효모 등을 상품으로 받습니다. 게다가 이름있는 맥주 회사에서 자신의 맥주를 공짜로 만들어주는 상품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제 맥주 회사에서 이 특별 맥주를 제조하고 그중 100L를 산똘님께 보내준답니다!!!

얏호~!!! 그러면 산똘님은 금상 맥주의 영광으로 주변 지인이나 가족에게 선물로 줄 수 있는 거구요~!


그런데 맥주회사에서 특별히 상표 및 병 티켓 디자인을 남편에게 문의해왔습니다. 


상 탔을 때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할 것인지 새로운 디자인을 할 것인지......


산업 디자인과 출신인 남편이 이런 상표 디자인도 참 잘하는데요, 오리지널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새로 디자인하겠다며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습니다. (몇 달 전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저한테 한번 그림을 그려보라고 합니다. 

테마는 호밀, 악마입니다. 

중세 시대에 호밀에 나타나는 맥각균(ergot)을 희화화하여 표현한 맥주 이름이랍니다. 

맥각균에 감염된 악마(?) 같은 맥주??? 즉 호밀 맥주였지요!!! 

이름이 좀 묘하지만 맥주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니...... 

그 테마에 맞게 그림을 그려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정보를 찾고 사진을 찾아 열심히 그림을 그려 남편에게 줬지요. 

하지만...... 제 그림이 그다지 자신이 생각하던 맥주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퇴짜를 맞았습니다. 

(퇴짜 맞으니 그냥 싹 지워버리고 말았는데...... 아흐~ 아까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니 남편도 무지 힘들어하더라고요. 

도대체 어떤 악마를 그려야 잘 그렸다 소문이 날까? 

도대체 어떤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다가올까? 

하지만 금손 남편도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았답니다. 


하다못해 옆에서 놀고 있던 사라에게 악마를 그려보라고 제안을 했지요. 



그랬더니 사라가 이런 악마를 그렸습니다. ^^


하하하!!!


얼마나 귀엽고 웃기는지......!

그런데 남편이 무릎을 "탁~!" 치면서 "이거야!!!"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사라에게 고맙다면서 얼굴에 뽀뽀를 막~~~ 해주면서......



 

그날 밤 남편은 이 그림을 모티브로 수제 맥주 상표를 생각하며 디자인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그리고........


두 달 후......


드디어~! 맥주회사에서 제조된 남편의 수제 맥주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택배로 받아온 수제 맥주가 트렁크 가득~!!!


남편도 얼마나 기뻐요!!! 자신의 맥주가 이렇게 상품으로 나온 걸 눈으로 직접 보니......

그리고 맥주 하나를 꺼내 사라에게 보여줍니다. 


"네 그림이 드디어 상품으로 나왔어~!" 


사라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질 않더라고요!



짜잔~! 아이와 맥주가 만나는 순간 




여러분도 자세히 보실래요? 

금손 남편이 아이의 그림을 도용(?)....... 아니, 빌려서 짠 맥주 상품(?) 배너 디자인



어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든답니다. 

아이도 아빠가 자신을 믿고 채택해줬다는 사실에 얼마나 뿌듯해하고......

또 자랑스러워하는지 모른답니다. 


자신감이 상승해 이제 뭐든 할 기세입니다. 



아이에게 재능 살려주는 방법도 참 여러 가지네요! 

유아틱하게 보여도 이런 자연스러움이 결국 소비자에게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남편의 믿음으로 

탄생한 그림~!!! 헤헤헤! 


그림이 어설퍼서 더 애착이 가는 그런 맥주가 아닌가 싶답니다. 



남편의 맥주 스타일은 ROGGENBIER입니다. 

혹시 스페인에 계신 분들은 한번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한정판으로 나와 구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아이의 그림을 재치있게 살려낸 남편의 재능에 박수를~ 짝! 짝! 짝!



맥주회사는 arriaca입니다~


또 이렇게 스페인 고산에서는 매우 다양한 에피소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네요. 


제조하고, 창작하는 기쁨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기쁨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맥주가 만들어지고, 그 맥주를 즐기는 사람이 생기며, 인정해주는 일들......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가치 있게 사용해주어 좋은 결과물로 나오는 일들......

내 블로그가 소통의 창구가 되어 누군가에게는 참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는 일들......

그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난다면 그것만큼 또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요?!


여러분~ 2019년 남은 마지막 날들 마무리 잘하시고요, 새해에도 좋은 결과물, 가득한 날이 되도록 

열심히 그 과정을 즐기기를 바라봅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저는 또 재미있는 글과 사진으로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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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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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들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로 검색하시면 다양한 온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전국 서점에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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