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스페인 고산, 숲속 산행에서 아이의 새로운 면을 보다

산들무지개 2020. 8. 27.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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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고산, 산 조안 데 페냐골로사(San Joan de Penyagolosa) 자연공원에서는 

여름에는 일정 기간, 야외 학습을 할 수 있는 자연 교육 이벤트가 있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시는...! 

우리 [참나무집] 가족의 아빠는 바로 이 자연공원에서 일하는 교육사랍니다. 


#참고# 

인터넷상에 떠도는 산똘님 직업에 관한 루머가 있던데...... 산똘님은 '산림감시원'이 아니랍니다.

어떤 분이 제가 창피해서 산림감시원이 아니라고 하는데, 절대 창피해서 그런 게 아니라 

스페인에서는 직업이 나뉘어있어요. 

산림감시원은 공무원이며...... 실질적 법적 벌금 등을 매길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지요.

자연공원에서 일한다고 다~ 산림감시원이 아니란 것을 밝히며, 

인터넷상에서 왜 추측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마냥 왜곡하여 퍼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추측성 왜곡된 점들을 사실인 양 퍼트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개인 블로거에 이런 거짓 정보를 사실인 양 퍼트리면 연예인이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은 얼마나 더 심할까요? 

 

그러나저러나 산똘님의 직업은 자연공원 홍보 테크닉 요원이면서 

동시에 교육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준공무원이랍니다.  



그런데 왜 이런 직업 이야기를 하느냐고요? 

바로 산똘님이 여름에 하는 이벤트에 우리 네 모녀가 참석했기 때문이랍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방문객도 적고 환경 교육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이 적어 이 여름방학 마무리를 잘 하자며 

아이들을 데리고 아빠의 환경 교육에 참석했답니다. 


위의 사진의 소나무 보이시나요? 신기한 점이 없나요? 




신기한 점은 나무가 한 줄기가 아니라 네 줄기로 뻗어 나왔다는 겁니다. 

보통 소나무는 한 줄기로 나오는 게 정상이라는데 이곳에서는 이런 소나무를 여러 그루 볼 수 있답니다. 



어린 소나무가 나올 때 방목하는 소나 염소 등이 뜯어 먹다 이렇게 가지를 뻗어 자라게 됐다는 게 정설이더라고요. 


자, 우리는 이 소나무 밑에서 모여 숲속 산책을 시작했답니다. 



작은 아이는 벌써 잎과 마른 꽃 등을 살펴보고 있었어요. 

날이 너무 뜨거워 오후에 시작하는 산행이라서 그나마 신선한 공기 마시며 숲속 오후 기운을 만끽할 수 있었답니다. 



산똘님과 방문객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 소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산행을 이어나갑니다. 



길을 가다 보면 이렇게 지중해의 강한 햇살을 받고 꿋꿋이 자라는 라반더를 많이 볼 수 있답니다. 

야생으로 자라나 꽃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향기는 아주 진했답니다. 

마스크를 쓰고도 그 향을 맡을 수 있었지요. 




이번 방문객은 노부부 한 쌍, 아이 둘 있는 네 가족, 그리고 우리 가족.....

이렇게 적은 인원이 모여 산행했답니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게 동결된 듯합니다. 

스페인이 제일 심각한 나라 중의 하나인데 역시나 현실에서 느껴지는 순간이지요. 

경제 악화가 올 것이라며 다들 힘들어하는데 환경 정책이 제일 큰 타격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길을 가다 아이들이 발견한 화석......


아이들은 무엇이든 발견하면 아빠에게 제일 먼저 보여줍니다. 

"아빠! 화석을 발견했어요!"


그러면 산똘님도 환한 웃음으로 방문객에게 보여주더라고요. 

"여기에 화석이 참 많아요. 특히 조개껍데기 화석이 많지요. 그 이유가 옛날 고생대 때 이곳이 바다였다는 증거이지요!"


이렇게 방문객에게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어 산똘님이 은근히 좋아하더라고요. 



세 아이가 화석을 발견하겠다며 열심히 돌 사이를 눈으로 헤집고 있습니다. 



숲속 산행을 해도 마스크는 필수랍니다. 

신선한 공기를 맡고 싶지만, 모르는 이들과 함께 걷는 일은 더욱 조심해야겠지요.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에 잘 적응된 어느 야생화...




길을 가다 큰아이가 발견한 것을 또 관찰하게 됐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신기한 것들을 참 자주 발견하죠. 



이날 발견한 것은 펠렛(pellet) 스페인어로는 Egagropila라고 하는데 우리 말로는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바로 새(맹금류)가 잡은 쥐나 작은 새를 잡아먹고 털이나 뼈 등을 소화하지 못해 토해내는 덩어리를 말하는데요, 

보기에는 배설물처럼 보인답니다. 



바로 위의 사진이지요. 

잘 보시면 덩어리 속에 작은 뼈와 털이 있답니다. 

아이가 이것을 발견하여 아빠에게 보이니 방문객들도 신기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이런 걸 태어나서 처음으로 봤어요! 너무 신기해요!"


첫째 산드라가 평소 조류에 관심이 많아 이렇게 공부를 많이 했나 봐요. 

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관찰하고 있으니......

덕분에 산똘님은 또 신나서 방문객에게 이 작은 덩어리에 대해 소개할 수 있었답니다. 



길 위에 핀 야생꽃



물이 부족하고 건조한 지중해 식물답게 가시가 뾰족합니다. 



소나무 숲



한참을 가다 산드라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작은 돋보기로 펠렛을 해체하고 내용물을 관찰하며 방문객에게 보여줬답니다. 

방문객이 살펴보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세상에! 작은 이빨이 보여요!"


바로 새가 먹다 토한 뼈였던 거죠. 

작은 생쥐가 아닐까 추측을 하더라고요. 




산드라가 발견한 미니 뼈.....


세상에! 산똘님이 산행을 함께 하자고 할 때부터 망원경이며 이것저것 챙기는 모습을 봤는데...... 

이렇게 실전에서 써먹다뇨!!!

산똘님이 함께 한 방문객에게 딸이 있어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더라고요. 

"제가 일부러 스카웃해서 함께 데리고 다니고 싶을 정도예요!" 



아빠의 칭찬을 듣고 아이들은 줄곧 숲속 흔적을 발견하여 아빠에게 보여줍니다. 



브레조(brezo)라는 식물인데 덩굴식물이 없는 이곳에 흔하게 있는 식물이랍니다. 

칼루나(학명. Calluna vulgaris)라고 하네요. 



또 들판에서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꽃, 바로 야생 사프란꽃이랍니다. 

땅에서 뾰족하고 꽃만 나오는 땅에 박힌 꽃이지요. 



숲속 산행 마지막 지점에 도착하니 작은 아이는 저렇게 쓰러져 누웠습니다. 

지쳐 누운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에 살아 그런지 저렇게 자연스럽게 잔디에 눕더라고요. 😅



저 잔디 위의 야생 사프란꽃



꽃이 지천으로 널려있는데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더라고요. 




목표 지점에는 작은 샘과 웅덩이가 있답니다. 



그곳에서 스페인식 간식, 빵과 초콜릿을 먹습니다. 



쌍둥이가 즐겁게 먹고 있는 초콜릿 넣은 빵~ 

신기하죠?



스페인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막~ 가공된 간식보다 이렇게 눈에 확 보이는 음식으로 간식을 해 먹는 걸 선호한답니다. 



다시 돌아가는 길, 쌍둥이 누리가 추억을 담겠다며 고프로로 사진을 찍습니다. 



사라는 어디서 주운 돌로 손에 잔뜩 칠해보고요. 



쌍둥이들은 마냥 신났습니다!




그리고 산드라는 길 위에서 민들레보다 더 큰 꽃 홀씨를 흩날려 보내고 있어요. 



그리고 소원을 빌더라고요. 

"엄마! 후~ 날리며 소원을 빌어볼게요~ 후~"


아이는 참 행복한 얼굴로 씨를 날려 보냅니다. 그리고 조용히 물어봤답니다. 

"어떤 소원을 빌었어?"


아이는 웃으면서 이런 말을 하네요. 

"제인 구달과 같은 환경운동가를 만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어요. 

환경과 자연에 힘쓰는 사람들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소원이에요!"


아~~~ 그 순간, 아이의 열망이 얼마나 큰가! 느꼈답니다. 

평소 동물을 좋아하고, 새를 관찰하며, 자연에서 막 뛰어노는 아이가 

이제 자신에게 가르침을 줄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에.....

아이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매일 자연감시원 공원레인저가 지나갈 때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은 자연감시원 친구 차를 타고 새를 관찰하러 가고, 

책을 빌려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오늘은 정말 아이의 열정을 진심으로 확인한 날이 아닌가 싶었답니다.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이고요, 

한국에는 장마 때문에 고생이라고 하시던데, 부디 무탈하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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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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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들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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