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스페인 시골아이의 한바탕 소동, 자연에서 배우는 관용

산들이 산들무지개 2020. 11. 1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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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돌아온 산드라가 갑자기 다급하게 집안으로 뛰어 들어오면서 외친 한 마디, 


"엄마!!! 카메라!"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저는 카메라를 들고 아이 뒤를 쫓아갔어요. 


"개구리를 잡았는데 양서류 학회에 보고 해야 해요."


아!!! 어떤 개구리를 잡았는데 양서류 협회에 보고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요?


"엄청나게 작은 개구리예요."


어쩔 수 없이 아이의 요구대로 저는 그 개구리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손으로 작은 개구리를 보여주는데 마음처럼 쉽게 카메라에 담지 못했답니다. 

초광각 렌즈를 장착하고 있어 다른 렌즈를 갈아 끼울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아이는 다급하게 어서 찍으라고 합니다. 


아이고...... 탐구심이 워낙 강한 아이라 사소한 동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게다가 올해부터 아빠와 함께 이 지역 양서류 정보를 채집, 분류, 보고하는 작업도 하게 됐어요. 

아직 어리지만, 작년에는 아빠와 양서류 협회 컨퍼런스도 다녀와서 그런지 

아주 책임감이 있답니다. 


때 되면 엄마 장화 몰래 신고 저 위 웅덩이까지 가서 양서류를 관찰한답니다. 

(엄마 장화가 자기 장화보다 더 길고 높아서...)




"엄마! 찍었어요?"


아니...... 개구리가 너무 폴짝 뛰어서 제대로 찍을 순간 포착하지 못했어...


어떤 분은 제가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에 개구리나 뱀, 지렁이 등을 올리면 징그럽다고 싫어하시더라고요. 

또 어떤 분은 역겹다며 제발 이런 사진은 올리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ㅠㅠ


"스페인 시골 생활, 다~ 좋은데 제발 징그럽고 역겨운 동물들 영상이나 사진은 올리지 마세요!!!"


아~~~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다 그 마음 이해는 하는데, 징그럽기는 하지만, 

그렇게 역겨울 정도로 동물이 잘못한 일은 없는데 말이지요. 😅


사실 저도 징그러워 못 만지는 사람이지만, 

이 편견이 제가 어릴 때부터 배워온, 혹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습득한 생활습관이기에 

아이들에게는 편견을 심어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한답니다. 


나한테 징그러울 수 있으나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소중한 공부가 될 수 있는 것! 



아이에게 기회를 준 건 산똘님입니다. 

시골에 살면서 동물과 자연을 가까이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 

관용으로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일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이게 자연과 동물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우리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더라고요. 


탐구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왜 이럴까? 그 이유에 대해 문제를 풀어가면,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을 이해해 가는 과정과 비슷하더라고요



이런 교육을 통해 편견 없이 자연과 사물, 인간을 보는 시선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건 아닐까 싶어요. 


"엄마, 작은 디테일이 잘 찍혀요?"


아니! 안 찍히는데? 불이 너무 어두워......



잠깐만! 잠깐만! 여기 불빛에 의지하면 어느 정도 찍히는데? 


아니다, 조명을 좀 가져와 비추자고......


그렇게 해서 조명과 작은 유리병을 가져와 아이가 말하는 작은 개구리를 집어넣었습니다. 


산드라가 양서류 협회 컨퍼런스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답니다. 작년에 2박 3일의 일정으로 다녀왔는데 

유일한 꼬맹이 초등학생으로 당시 전문가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지요. 



전문가들은 스스럼없이 개구리와 뱀, 구렁이를 잡아 같이 공부하고 자료를 나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아이도 그런 어른들처럼 스스럼없이 보며 만지고 관찰하더라고요. 


물론, 독성이 있는 녀석과 그렇지 않은 녀석들, 만질 때 주의해야 할 사항도 다 배웠고요! 




유리병에 넣었는데 산드라가 요구하는 건 손가락이랑 발가락이 잘 보이게 찍어달라고 하네요. 

이것도 관찰대상이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날이 너무 어두워 잘 찍히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질감과 작은 얼룩 등은 잘 볼 수가 있었어요. 



앞 모습, 뒷모습 어느 정도 다 찍었더니 

아이는 이제 눈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요렇게? 



아니면 요렇게?


"오~~~ 좋아요! 이제 밖에 풀어주고 올게요. 스트레스 받겠어요."




이렇게 해서 산드라가 한바탕 벌인 소동이 끝났답니다. 

이 자료로 산드라는 또 열심히 공부하고 스케치나 소묘도 하면서 특성을 적어나가며 연구할 것 같아요. 


▲ 아이의 관찰노트 일부


그런데 그날 저녁 아빠가 하는 말......


"어디 보자~~~ 이건 두꺼비 새끼 같은데? 두꺼비가 새끼일 때 개구리처럼 아주 작거든. 

생긴 모양이랑 색깔 보니 두꺼비 같아. 함께 공부해볼까?"

하면서 두꺼비를 살펴보더라고요. 


어쨌거나 아이는 오늘도 자연과 동물에 대한 무수한 탐구심으로 하루를 열정적으로 보냈네요. 

편견 없이 사물과 동물을 보는 모습이 참 부럽기도 하고 대단했답니다. 

물론 안전사항은 평소 항상 인지하고 있습니다. 

(관찰을 위해 만지고 나면 항상 손을 씻고 주의를 기울이는 등)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요,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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