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똥'인지 '통'인지 구분 못 하는 스페인 남편

산들무지개 2020. 9. 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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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소식이 없어 궁금하셨죠? 다름이 아니라 지금 우리 [참나무집] 가족은 피레네산맥의 베나스케(Benasque)에 와 있답니다. 지난번 남편이 열정을 다해 계획한 일을 실행하기 위해 이곳에 온 거죠. 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다음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또 오랜만에 외출했기 때문에 기분이 참 좋긴 하답니다. 문제는 사람들 접촉을 피해야 하기에...... 언제나 자연에서만 맴돌고 있답니다. 그래서!!! 계획한 이 피레네 등반은 정말 대단하지요.


사실 우리 가족은 1박 2일 놀라운 곳에 다녀왔습니다. (아이고! 어서 이야기보따리 풀고 싶다~~~ 곧 차근차근 이 이야기보따리 풀도록 하고요) 오늘은 재미있는 언어 차이로 생긴 오해 에피소드 하나 올리도록 할게요. 


이 이야기는 우리 가족이 여행 떠나기 전날의 이야기입니다. 


냉동실에 삶은 시금치가 아주 많아서 시금치 전을 해 먹기로 했어요. 이날도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서는 날씨가 흐리고 비가 우중충 내리는데 전이라도 해 먹으면 좋을 것 같았지요. 



점심시간 맞춰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은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하면서 식사가 준비되기를 기다렸답니다. 


시금치 전을 다 하고 난 후, 갑자기 김치 볶음이 먹고 싶어 첫째 아이, 산드라에게 큰소리로 외쳤어요. 


"산드라!!! 김치통 좀 가져올래?"


공부방에 있던 산드라 막~~~ 뛰어오면서 다시 물었어요. 


"엄마! 뭐라고?"


"응! 냉장고에 가서 김치 갖고 와~" 


그랬더니 산똘님(스페인 남편)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이런 소리를 합니다. 


"오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 귀에는 요상하게 들리네. 김치똥이랑 김치까까는 똑같은 소리가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하하하!


아이와 제가 한 한국말을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얼핏 듣고 오해를 한 것이죠. 산똘님이 오해한 것이 바로 '똥'


똥~~~! 왜 외국어를 먼저 배울 때 이 '똥'이란 단어를 먼저 배우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도 스페인에 처음 왔을 때 배운 단어가 '똥'이랍니다. 하하하! 처음 스페인에 와서 친구 집에 갔는데 텔레비전에서 자꾸 '미에르다(mierda), 미에르다(mierda), 미에르다(mierda)!' 이러는 거예요. 남편에게 미에르다가 뭐야? 물으니 똥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한국어로 미에르다는 똥이라고 가르쳐줬는데, 어디 남편이 이 '똥'이란 단어를 써먹을 일이 있었겠어요? 


그러다 아이들이 생기고 육아에 신경 쓰다 보니, 육아의 50%는 똥 치우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남편도 자연스럽게 이 한국어 단어 '똥'을 머릿속에 콱 박고 스페인어 마냥 사용하게 되었답니다.




문제는 스페인 남편이 '똥'과 '통'과 '동'을 구분 못 한다는 거예요!!! 😂


얼마나 웃겨요? 동메달 해도 똥메달로 들리고, 통구이 해도 똥구이로 들리니...... 남편에게는 곤욕이죠. 스페인 사람들도 된소리를 엄청나게 잘하는데, 어찌 구분을 못 합니다. '또르띠야'를 '토르티야'라고 해도 똑같이 들린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파열음 구분을 잘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김치통 가져와~ 라고 한 말을 김치똥 가져와~ 라고 들은 것이죠!


그런데 "김치 갖고 와~"는 빨리 말해서 "김치 까까"로 들리나 봐요. 까까 혹은 카카, CACA는 스페인어 유아어로 "똥" 즉 "지지~"라는 뜻이랍니다. 


한마디로 남편은 김치통(김치똥)=김치 갖고 와(김치 까까)로 들은 것입니다. 


아~~~!!! 결혼 17년 차 우리 부부는 아직도 이런 언어의 다른 점 때문에 오해하고, 웃습니다!!!




그날 맛있게 김치를 볶아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답니다. 



시금치 전도 한 접시 올려 간단하게 먹었는데 이 똥과 통을 구분 못 하는 남편 때문에 엄청나게 웃었답니다. 



다음날 우리 가족은 피레네 여행을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답니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블로그에 글도 올리지 못하고, 영상 편집도 못했네요. 하지만, 오프라인도 삶의 활력이라 믿고 이렇게 인터넷 없는 산속에 오게 됐습니다. 


이곳에 오는 도중 준비한 물건을 다 차에 실었다고 생각했는데 글쎄 제가 깜빡하고 전기밥통을 가져오지 않은 겁니다. 우리가 머물기로 한 곳은 캠핑장 방갈로이거든요. 텐트를 치고 캠프장 시설을 이용하기에 코로나-19가 너무 부담돼 독립적인 방갈로를 예약했지요. 그래서 전기밥통이 있으면 밥도 짓고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깜짝 놀라 우리 말로 혼잣말로 그랬어요. 


"아~~~ 밥통! 밥통 가져오지 않았네!"


옆에서 운전하던 남편이 껄껄껄 웃으며......


"밥똥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요즘 '똥'으로 끝나는 단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거 아냐?'


남편에게는 무지 신기한 한국어 체계입니다. 😁 그날 차 안에서 파열음에 관해 설명해주고 따라 하게 했지요. ㅂ ㅃ ㅍ ㄱ ㄲ ㅋ ㄷ ㄸ ㅌ 등등...... 그랬더니 남편이 하는 말......


"한국인은 정말 대단해! 어떻게 그런 자음을 구분할 수 있다는 거지?!" 

얼마나 웃기던지요! 


그렇게 해서 우리 가족은 무사히 방갈로에 도착했고, 다음날 그 무시무시한 1박 2일의 등산을 하게 된답니다. 과연 무사히 잘 돌아왔을까요? (잘 돌아왔으니 이 포스팅 쓰는 거지... 칫~!....😉) 




이번 여행에서 우리 인간의 한계가 얼마나 높은지(?) 알게 되었답니다. 

위의 호수는 2650m에 자리한 곳입니다.


그럼, 여러분~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시고 앞으로의 이야기보따리 쏟아볼게요.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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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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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들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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