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자발적으로 이뤄낸 아이들의 작은 프로젝트, 산교육이 무엇인가 생각한 하루...

산들무지개 2021. 3. 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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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자연친화적인 삶의 모습을 소개하는 해외생활 일상 블로거, 산들무지개입니다. ^^

아시다시피 우리 가족은 참나무가 많은 곳에 자리한 [참나무집](농가 이름)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과 스페인 커플의 다문화 가정이기도 하고요, 시골이면서도 문명의 혜택이 별로 닿지 않는 먼 외지의 삶을 여러분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연에 둘러싸여 우리네 일상은 항상 자연의 변화와 함께 시작하곤 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도 그런 변화와 함께 하는 건 당연하고요. 요즘 날씨가 좋아져 아이들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펴며 밖에 나가 자주 놀곤 합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밖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이루어 나가는 작은 과정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로 모험을 하듯 즐겼던, 소중한 성장 경험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날씨가 좋아진 요즘 스페인 고산의 풍경입니다. 

저 큰 참나무 뒤에서 우리 아이들이 놀고 있더라고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첫째와 둘째가 텐트를 치면서 심각하게 뭘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이 텐트는 20년 전 아빠가 세계 여행을 하면서 쓰던 텐트인데요, 

아이들이 탐조활동을 위해 하이드(hide)로 쓰기로 했답니다. 

이 텐트 안에서 새를 유인해 관찰하고 사진을 찍기로 한 것이지요. 

 

때마침 학교 선생님이신 빅토르 선생님이 지난 주 멧돼지 사냥을 하고 남은 고기를 아이에게 선물로 줬습니다. 

물론, 멧돼지 잔해(?)가 징그러워 아이가 직접 받은 것은 아니고요.

아빠인 산똘님이 받아와 고기를 들판에 흩어놓고

대머리수리가 오면 관찰하기로 한 거죠. 

 

그렇게 아이들은 열심히 지난번 아빠가 가르쳐준 텐트 치는 법을 실전에 사용해봅니다. 

물론 과정이 조금 틀렸지만, 무사히 텐트를 잘 쳤습니다. 

 

그 와중에 작은 아이, 셋째는 저렇게 거대한 참나무 위에서 자신만의 유년기를 즐겼습니다. 

 

다음날 아침, 산똘님은 회사에 출근하기 전, 들판에 고기를 흩어놓고 갔습니다. 

그리고 첫째와 둘째는 아침 8시부터 일어나 저 텐트 안에서 대머리수리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중간에 누리는 배가 고프다고 와서 위의 사진에 있는 샌드위치를 싸갔고요.....

그리고 오후 1시 쯤 하늘 위에 여러 마리의 대머리수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놀랐던지요! 

괴성과 함께 큰 날갯짓으로 저 동산 위에서 펄럭이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은 괜찮겠지? 괜히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저렇게 텐트 안에서 대머리수리를 관찰하고 있었어요. 

 

저는 멀리서 줌렌즈를 가져와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그렇게 질이 좋지는 않답니다. 

 

동산 위에 대머리수리가 작은 그룹으로 뭉치기 시작하더니,

몇 분도 되지 않아 수십마리가 서로 싸우면서 멧돼지 사체를 먹기 시작했어요. 

 

좀 징그럽고 무서울 수도 있으나, 우리 자연의 생태 청소부인 이 대머리수리는 정말 중요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답니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등을 깨끗하게 없애는 역할을 하죠. 

대머리수리는 위가 아주 튼튼해서 어떤 고기를 먹어도 깨끗하게 소화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많은 질병을 유발하고 죽은 동물 사체는 그야말로 깨끗하게 처리된답니다. 

그러니 생긴 게 무섭다고 멀리해야 할 이유는 없답니다. 

 

우리는 항상 자연을 보며 살고 싶은 로망은 있으나, 이런 모습은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무엇인가 불쾌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가장 자연적인 모습 중 하나이지요. 

우리 인간의 위선은 이렇습니다.

멋진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낭만 젖어 보는 풍경은 진짜 자연으로 여기면서 

동물이 자연적인 생존 활동을 보는 것은 봐서는 안될

그저, 우리와 동떨어진 환경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물론 다는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동물 영상이나 사진을 찍으면

제발 업로드하지 말라고 하소연을 하곤 합니다. ㅠㅠ

뭐가 그리 불편하신지......

 

사실, 없어서는 안 될 생태계의 존재 중 하나가 이 수리라고 합니다. 특히 사체를 해결하는 수리들...

요즘에는 산업화로 많은 수리가 먹이 구하기가 힘들어 개체가 줄어든다고도 하네요. 

그래서 이런 사정을 알고 먹이를 주는 복원센터가 존재하는 거겠죠? 

 

아무튼, 저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편견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아이들은 솔직하게 처음에는 참 무서웠다고 해요. 

큰 날갯짓 소리가 텐트 위에서 들리는데 정말 그 소리가 무서웠다네요. 

하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 너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고 해요. 

 

나중에는 하도 많이 봐서 누리는 지루해 누워있었다고도 하네요. 😂

 

그렇게 첫째는 무척이나 상기된 얼굴로 이 탐조활동을 했는데요, 

정말 흐뭇하게 웃으며 마무리를 하더라고요. 

물론 마지막에 동네 훼방꾼 마르셀리노 아저씨네 개가 도망나와

이 광경을 목격하고 대머리수리를 다 쫓아내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ㅠㅠ

 

그렇게 산드라는 여러 사진과 영상을 찍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그중 몇 장만 제 블로그에 올려봅니다. 더 많은 사진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산드라 블로그를 방문해보세요~!

 

https://lasalasdelanaturaleza.blogspot.com

 

대머리수리1.jpg

 

대머리수리2.jpg

 

마르셀리노 아저씨네 반려견.jpg

 

저는 이 일화로 무엇보다도 엄마 관점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이뤄낸 그 과정이 참 대단했습니다. 

멋진 사진을 찍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도 좋지만, 학교 선생님이 선뜻 선물한 그 멧돼지 잔여물을 받고 

실제로 관찰까지 하게 된 그 과정이 참 대견했습니다. 

 

요즘 세상이 좋아져, 인터넷으로 검색만 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정보여서

실제로 귀찮고 하찮은 일이 될 수도 있었는데,

직접 자신이 그 과정을 주도해나가니... 그 추진력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그 방식을 배우는 것 같아 참 좋았어요. 

그 속에서 관찰하며 이뤄내는 결론, 소소한 지식 등도

아이들에게 큰 지적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었답니다. 

 

여러분~ 오늘도 행복 가득한 하루 보내시고요.

좋은 생각만 하고 살기에도 짧은 이 인생, 우리 서로 격려하면서 살기로 해요~!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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