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 벌써 가을이 찾아왔어요. 너무 일찍 온 것 같아 여름을 제대로 맛보지 못해, 우리 가족은 아랫마을 주말여행을 다녀왔답니다. 지중해 연안의 발렌시아는 아직도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알부페라(Albufera) 논에는 벼가 무르익어 가는 모습이 벌써 가을이 온 듯했어요. 발렌시아(Valencia)는 지중해 연안이라 우리가 사는 고산보다 15도 정도 온도가 높아 아직 서늘한 느낌은 들지 않아 여름도 맛본 듯했고, 가을도 분위기로 즐긴 듯했답니다.
이번 여행은 첫째 아이의 새관찰을 위한 여행이었는데요, 다양한 종류의 새를 보여주기 위해 바닷가 옆 호수와 늪지대, 논을 구경하고 왔지요. 숲의 새와 늪지대의 새가 다르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참 좋은 여행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사실 저도 두 달 반의 여름 방학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지내느라 좀 지쳤었는데, 오히려 이 여행이 큰 쉼으로 다가왔답니다. 😅
아이고~ 스페인 여름 방학 너무 길어요. 6월 20일에 방학 시작, 9월 8일 정도에 방학 끝! 새 학년이 시작되니 말입니다. 두 달 반이 여름 방학이라니!!! 뭐 대신 겨울 방학이 짧아 수업 시간이 한국보다 짧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두 달 반을 세 아이와 함께 지내는 일은.... 음.... 참 좋기도 한데... 다른 한편으로는 제 일을 할 수 없어 조율하느라 조금 힘들었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학교 가니... 좀 제 시간도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고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아주 나빴다는 것은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엄마들도 가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법... 다~ 아시니... 😉
스페인 발렌시아의 알부페라 논 좀 보세요! 정말 벼가 무르익어가는 모습이 보이죠? 벼는 익을수록 고개가 숙여진다고......! 그 말이 딱 맞습니다. 아직 누렇게 익지는 않았지만, 정말 누렇게 변하는 날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꼈어요!
오랜만에 뻥 뚫린 논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우리 고산 평야도 들판이 뻥 뚫려 시원하긴 한데, 이렇게 논에서 나는 냄새와 귀뚜라미, 물소리, 살랑이는 벼의 움직임이 아주 좋더라고요. 어릴 때 할머니 집 풍경이 겹치면서 어떤 향수를 전해주는 게...... 아~ 한국 가고 싶다!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뭐...... 한국 간다고 해도 지금은 다 사라진 기억 속 풍경이라 가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지만...... 너무 그리웠네요.
발렌시아는 강원도 강릉과 비슷한 느낌이 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느낌...... 아마 경포호가 있기 때문에 알부페라호와 겹치며 생각나는 그런 느낌. 사실 경포호는 알부페라호에 비해 엄청나게 작긴 하지만, 느낌이 그렇게 다가온다는......
발렌시아 논에는 저런 수로가 있는데요, 오로지 논에 물을 대기 위한 물길이랍니다. 논에는 사람이 살지 않고 저런 집들이 있는데, 농사짓는 사람들이 휴식하거나 벼를 둔 창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발렌시아인인 남편도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옛날부터 발렌시아 성문이 열리면 사람들이 논에 나가 일하다 밤이 돼 성문이 닫히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다고 하니, 원래부터 논에는 집터가 없었던 것 같아요. 어쨌거나 이런 집이 참 운치 있게 보이더라고요.
정말 광활하고 멋진 알부페라 논 풍경입니다. 얼마나 넓은지......! 한참 차 타고 달리면서 새도 관찰하고 이렇게 논 풍경과 바람맞으면서 오감을 열었답니다. 😆
이곳은 자전거나 말 타며 산책하기에 딱 좋은 곳이더라고요. 사실 차로 다니기에는 길이 너무 좁고 수로에 빠지지 않도록 꽤 조심해야만 했답니다.
또한 조류보호구역이 여러 곳이 있어 철새나 텃새 등 다양한 새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뭔지는 모르지만 처음 본 식물....... 너무 신기해서 사진으로 담아봤는데, 고산에 없는 식물이라 그러니 아시는 분은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식물 이름은 뭘까요? (우리 독자님들 중 한 분이 도꼬마리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검색해보니 도꼬마리가 맞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알부페라 호수 옆에는 이렇게 해변을 따라 소나무 길이 있는데, 아주 멋져요. 강릉 송정해변의 도로길 같은 느낌! 뭐 똑같다고 할 수 없지만 그 느낌이 비슷하답니다. 드라이브하기에 딱! 좋은 곳~~~ 소나무 길을 따라 살레르 해변(Playa del Saler)이 있는데 모래 해변으로 아주 길어요~~~
살레르 해변 근처에는 또 하나의 작은 호수가 있는데, 이곳도 조류보호구역이라 여러 새를 관찰할 수 있답니다. ^^ 이번에 큰 아이 취미를 위해 또래의 새 좋아하는 친구네 가족 불러 함께 새 관찰하러 갔다 왔어요. 우와~! 그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옆에 있다가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저도 새 이름을 맞추는 것은 아닌가 싶답니다.
그럼 우리 첫째가 찍은 새 사진 몇 장 첨부해봐요. 한번 구경해보세요. 새 이름은 말하지 않을게요. 제가 잘 몰라서...... 😅
블로그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궁금하신 분들은 스페인어로 쓰지만 번역기를 돌려 보실 수 있답니다. 😆🤗
https://lasalasdelanaturaleza.blogspot.com/
플라멩코
이렇게 또 오랜만에 발렌시아 알부페라논과 호수에 다녀오니 참 많이 힐링됐네요. 저도 추억 찾아 향수에 젖는 듯해 좋았고, 아이도 취미 생활하면서 또래의 아이와 교류도 해 또 좋았고...... 여러 모로 참 좋았네요. 덕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용기를 준 듯해 아이에게 참 고마웠습니다. 이제 추석도 다가오는데, 추석 느낌도 물씬 풍겨 또 좋았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더 꾸준히 블로그와 영상으로 찾아뵐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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