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요즘 우리 집 봄 기운 활짝~ 양 떼가 노리는 내 화단

산들이 산들무지개 2021. 3. 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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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라몬 아저씨가 양 떼를 데리고 목초지를 찾아 봄바람 난 듯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다. 

풀 만난 양들은 녹색에 눈이 멀어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는지, 라몬 아저씨는 뒤에서 허둥지둥 양 떼를 쫓아 달려야만 한다고 한다. 

"쉴 틈 없이 얼마나 정신없이 달렸는지......! 내가 앞에 갈 여유를 주지 않아, 언제나 뒤에서 허둥대는 게 요즘 내 몫이야."

세상에! 따뜻한 봄 기운 맞은 새싹 솟아오르는 풀에 양들이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겨우내 잃은 입맛이 되살아나 야외에서 이동만~하면 녹색에 눈이 홰엑~ 뒤집어져 닥치는 대로 먹는다. 

그러니 요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양이 오는 방울 소리가 들리면 정신없이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가야만 한다. 

우리 집 화단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건 눈 깜짝할 사이이니...... 

(실제 이 글을 쓰는 지금, 잠깐 방심했다 소중히 길러낸 나의 파들이 무참히 사라져 상심 중이다. 양이 자비없이 먹어치우고 말았다. ㅠㅠ) 

 

 

 

봄이 되면 길이든, 밭이든, 산이든, 들이든 녹색만 보면 눈이 뒤집어져 난리난 양 떼......

녀석들 먹성이 얼마나 좋은지, 뭐든 녹색이면 다 먹어치운다. 가시 나무도 보드라운 새싹이 나면 다 먹어치울 정도로 악착같은 녀석들이다. 누가 양이 순하다 했던가......!

 

 

 

돌담도 거뜬히 오르고, 무리로 정신없이 지나가면 이 돌담도 금방 부서버리고 만다. 

작년에 가뭄으로 푸른 풀을 포식하지 못해 털도 많이 자라지 못했다고 라몬 아저씨는 말씀하셨다. 그래도 내 눈에는 털이 무성한 게 몽실몽실 구름 같기만 하다. 조금 더 더워지는 봄에는 양 깎는 기술자가 이 녀석들 털을 모조리 깎아버리겠지? 신기하게도 양털 깎는 기술자는 저 먼~ 폴란드에서 온다고 한다. 매년 같은 사람이 오는데, 한 번도 직접 양털 깎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너무 빨리 깎고 가 버리기 때문. 

언제 기회되면 직접 양털 깎는 모습도 보고 싶다.  

 

 

 

요즘 하늘이 가을 하늘처럼 청정하다. 마음이 확~ 푸르게 열리는 풍경이다. 난 왜 이런 하늘만 보면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이 생각나는 것일까? 코발트색 바다에 산호초로 둘러싸인 그런 이상적인 낭만의 섬...... 

가본 적도 없는 곳이 가끔 이상한 신호로 내 마음을 어지럽히곤 한다. 전생에나 가본 듯, 아주 익숙하게 마음에서 그려보는 풍경들.... 참 신기하다. 내가 살아보지도 않았던 삶과 풍경이 가끔 그립다는 건 정말 신기하다. 이런 느낌은 인생 끝날 때까지 계속될 듯하다. 

 

 

 

오늘 초토화된 우리의 붓꽃 새싹...... ㅠㅠ 이 사진은 이미 찍어놓은 것이고......

뿌리는 살아있으니 4월 무성하게 예쁜 꽃이 피리라 장담한다. 아직 어린 싹이니 다행이다. 

 

 

 

예쁜 꽃 피는 다육이...... 진짜 이름은 모르겠다. 우리 집 근처에 이런 다육이들이 야생으로 자라는데 화분에 심어놓고 보는 느낌도 색다르다. 

 

 

 

또 다른 다육이...... 이 아이는 돌 사이에 그냥 둔 아이인데 어느덧 저렇게 자식을 만들어 많은 집단을 이뤘다. 흙이 겨우 몇 알갱이 있을 듯 말 듯한 돌담인데 생명력이 어찌나 강한지 저렇게 잘 자란다. 물을 주지 않아도 신통방통한 능력이 있는지, 자연이 주는 물에만 의지하고 편안한 자기 자리인 듯 저곳에서 잘 자란다. 

 

 

 

작년에 뿌리 내린 파슬리가 가을 되니 다~ 말라버렸다. 그런데 씨가 있었나 보다.  땅에 떨어진 씨가 올해 자연적으로 돋아났다. 작은 잎사귀가 귀엽게 인사하는 것 같아 즐거운 모습이다. 

 

 

 

파슬리 앞으로는 애지중지 키운 파가 있다. 그런데 이 파는 양이 이미 드셔 버렸네~ 내가 미리 잘라먹었어야 했는데......!!!

역시 아끼다 오래 두면 똥 된다는 말이 맞나 보다. 

 

 

 

다행이 오레가노는 드시질 않았다. 양은 향이 많은 허브 같은 것은 먹질 않는다고 한다. 오레가노라도 건졌으니 좋다. 올해는 쑥쑥 잘 자라주면 정말 좋겠다. 잘 말려 피자 만들거나 토마토 양념 등에 넣어 먹으면 아주 맛이 좋다. 

 

 

 

양은 민트도 좋아하지 않아 다행이다. 쑥쑥 엄청난 속력으로 자라난다. 뿌리로 싹을 틔우는 녀석들이라 침범 능력도 대단하다. 이거 10년 전에 어딘가에서 가져온 민트가 여태껏 뿌리 넓히며 저렇게 자라준다. 여름에 시원한 티를 해 마시거나, 오이와 함께 잘게 썰어 양념해 먹으면 정말 맛있다. 

 

 

 

보라색 붓꽃.... 앞선 붓꽃은 코카콜라색 꽃인데 좀 늦게 성장하는 편이고, 이 녀석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라난다. 운이 좋아 녀석들은 양 떼 무리로 부터 피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꽃이 올라오고 있는 쪽파. 정말 제일 좋아하는 파인데...... 진작 먹을 걸....! 오늘 양 떼가 몽땅 먹고 사라져 버렸다. 라몬 아저씨가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시는데.... 그래도 난 슬펐다. 애지중지 키운 녀석들이라 먹기도 아까워 아끼고 있었으니까......

저 넓은 초원에 저렇게 많은 풀이 있는데 왜 하필 내 화단의 식물을 다 먹어치우는지......! 가끔 양 떼 보면 심보 고약해 나도 그들의 출현이 반갑지가 않을 때도 있다. 막상 보면 또 즐거운데 내 식물이 뜯기고 나면 또 마음이 바뀐다. 😅요즘 양 떼가 우리 집 파를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대파 풍년이라고 좋아했던 텃밭에도 흔적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으니......!

 

그 와중에 다행인 건...... 파는 다시 자라날 능력이 있다는 것!

또 애지중지하며 파를 키울 것 같다. 다음에는 양이 먹기 전에 내가 꼭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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