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동화가 살아있는 스페인 고산의 가을 숲속 버섯 풍경

산들무지개 2021. 9. 25.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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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 또다시 찾아온 버섯의 계절, 가을......

이곳의 가을 숲은 참 신비스럽고 아름답다. 습기 머금은 숲의 분위기도 그렇지만, 숲에서 나는 숲향이 마음을 정화한다. 나무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새의 노랫소리...... 밖에서 가지고 온 근심 걱정은 이 숲에서는 온전히 저 밖의 걱정거리일 뿐이다. 그냥 숲에 서 있는 하나의 객체로서 존재할 뿐이다. 

 

가을 숲에 요정이 사는지, 마녀가 사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자연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은 줄곧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내곤 했다. 끝말 잇기처럼 이야기 잇기랄까?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 뒤에 또 이야기를 붙여나가는 식이다. 가령... 어느 날 엄마가 아파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아이들은 숲으로 들어가 엄마를 낫게 할 허브를 찾는다. 그러다가 버섯도 발견하고... 엄마가 버섯 좋아하는 걸 알고 버섯을 따서 바구니에 넣기도 한다. 그런데 갑자기 버섯이 동그랗게 난 '버섯 동그라미'에 들어가 버렸다. 버섯 동그라미는 요정의 동그라미가 될 수도 있고, 마녀의 동그라미가 될 수도 있다. 요정인 경우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고, 마녀인 경우는 시공간이 바뀌어 길을 잃는다는 게다. 그런데 그 버섯 동그라미에 들어간 아이들은 운이 나빠 갑자기 공간이 바뀌는 사건이 직면한다.  

 

공간이 바뀌니 갑자기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세상에 이곳이 어디지? 방황하면서 숲을 헤매는데......

갑자기 어느 노파를 발견했다. "얘들아~ 길을 잃었구나. 그럼 내가 안내하마..."

그렇게 노파에게 갔는데...... 날은 어두워지고 노파는 잠시 쉬어가라며 자신의 집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그런데 그 노파는 아이들의 젊음을 빼앗는 비스타베야 평원 끝자락에서 나온 마녀였다! 

 

마녀는 비만 내리면 평원 끝자락에서 올라 와 딱총나무가 없는 집 곳곳을 돌면서 어린 여자애들만 잡아간다고 한다. (딱총나무는 마녀를 쫓아내는 신비한 나무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녀의 동그라미 안에 들어와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얘들아~ 어쩌다가 길을 잃었니?"

산드라가 그런다. "우리 엄마가 감기에 걸려 허브 찾으러 왔다가 이렇게 됐어요."

"아이쿠, 안됐구나.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내가 찾아주마. 너희들 배고프지?"

하면서 노파는 큰 냄비에 한 솥 수프를 끓이기 시작한다. 세 아이들은 당황하며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며... "아무래도 우리가 마녀한테 잡힌 것 같아. 어떡하지?"

어쩔 수 없이 기지를 발휘해 아이들은 자신의 바구니를 내준다. 

"여기 있는, 맛있는 버섯 좀 드셔 보세요. 우리 어머니 드리려고 땄는데, 할머니께 드릴게요. 이 버섯은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는 버섯이라고 했어요. 상하기 전에 얼른 드세요. 생으로 먹으면 정말 맛있다고 해요." 

 

노파는 갑자기 아이들을 노려보며 그런다. 

"내가 버섯을 좀 아는데 그 버섯은 별로인 것 같은데......"

마녀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당황한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우리가 꼼짝없이 당하게 될 것 같아..."

 

"그럼 우리가 다 먹을게요. 저 수프보다 이게 훨씬 맛있어서 그냥 이것만 먹을게요. 할머니 수프 만드시느라고 그렇게 수고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렇게 아이들은 자기가 딴 버섯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마녀의 수프를 은근슬쩍 거부하는 시늉을 부렸다. 

 

오~~~ 이쯤 되면 꾸며낸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다. 마녀가 속아준다는 사실...

"그래, 그래~! 그럼 내가 그 좋고 비싼 버섯 다 먹으마. 너희들은 내가 만든 수프를 먹으렴..."

"제가 예쁘게 잘라드릴게요. 일단 이렇게 슬라이스로 자르고요, 그 위에 소금을 조금 치고, 올리브유를 솔솔 뿌려야 맛있어요. 이 백리향 허브도 좀 뿌려주면 훨씬~ 맛있어요."

그렇게 큰 아이는 마녀에게 멋진 한 접시의 버섯을 대접했다. 

 

얼마나 보기 좋았는지 마녀는 아이들이 준 버섯을 그만 꿀꺽꿀꺽 다 먹기 시작했다. 소금과 타임, 올리브유가 섞인 버섯 맛은 일품이었다. 

"그래~! 엄청나게 맛있구나! 너희들 아니었으면 이렇게 맛있는 버섯을 평생 먹어보지 못할 뻔했구나!" 

만족한 마녀는 웃음 띤 얼굴로 수프의 마지막을 장식할 재료를 넣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졸음이 몰려온 마녀!!!

그만 흔들의자에 풀썩 앉아버리고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이때다! 아이들은 탈출하려고 집 문 잡이를 돌렸다. 하지만 문은 단단히 걸려 있었다. 

"어떡하지?!" 걱정어린 아이들이 어쩔 줄 몰라 하자...... 

 

그다음에는 무슨 이야기?! 여기서 막히면.... 아이들은 두 군을 동그랗게 굴려서... 생각을 쥐어짜곤 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면 연결이 잘 될까? 뭐, 연결이 되지 않아도 되는 게 동화니까...... 에엠...... 창문으로 빠져나갔다고 하자! 

아니!!! 다락방 작은 창문으로 요정을 부르자!!!

 

그렇게 해서 다락방 작은 창문으로 버섯 요정을 부르게 된다. 

"버섯 요정이여~ 우리가 들어간 버섯의 서클은 마녀의 서클이 아니라, 버섯 요정의 서클입니다. 부디 다시 그곳으로 돌려주소서~"

버섯 요정은 이미 아이들과 마녀의 이야기를 엿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 갑자기 시공간이 바뀌며 다시 그때 사라져 버렸던 버섯 서클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래! 버섯 서클에 들어가면 요정께 소원을 비는 거야. 우리의 소원이 통했나 봐."

 

그렇게 해서 세 아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엄마에게 허브티를 한 잔 거나하게 끓여드리고, 채취해 온 버섯도 확인했다. 그런데 마녀에게 준 버섯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시공간을 초월해 들어간 곳은 가짜일까? 진짜일까?

 

"얘들아~ 너희들 덕분에 엄마, 감기에서 다 나은 것 같아. 정말 고마워~!"

그렇게 아이들은 엄마의 품에 안기며....... 그 꿈같은 이야기를 떨궈낸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나는데...... 아마도 아이들이 마녀에게 준 버섯은 잠들게 하는 마비 버섯이었음이 분명하고...... 다음 이야기를 위해서 또 떡밥을 던지곤 한다.

 

그 후...... 비가 내리는 날에 세 아이들은 꼭꼭 자기 침대로 들어가 버리곤 한다. 

"괜찮아. 우리 집에 딱총나무가 굳건히 자라고 있으니 마녀는 절대로 우릴 잡아갈 수 없어~ 😅"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되고 끝을 맺지만.......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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