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부르면 달려오는 고양이

산들무지개 2021. 9. 2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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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태어날 때부터 사람 손을 타면 얼마나 믿고 의지하는지 모른다...

어미 고양이와 함께 새끼 고양이를 키우면 인간에게 경계심이 사라져 다행이다. 

 

자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언제나 무심한 듯, 방심(?)한 듯 자기 삶에만 열중한다. 

 

그런 모습이 좋다. 너무 귀찮게 하지 않고 옆에서, 꾸준히 옆에서 지켜보고 자기 존재를 알리는 고양이들..... 들러붙지 않고 그저 몇 거리 공간을 두고 나 여기 있소~ 하는 안정감...... 사람도 그렇다. 나는 이상하게도 처음에는 줄 것 다 내주는 사람보다 평소에도 거리를 두지만, 나 여기 있소~ 신임과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더 좋다. 처음에 푹 빠져 내게 올인하며 이것저것 참견하는 사람보다 좀 차갑지만, 거리를 두고 내가 정말로 무엇이 필요한지 조언해주고, 응원해주며 함께 길을 가는 사람이 더 좋다. 

 

자기 간이라도 빼줄 듯 잘해주는 사람은 의심부터 먼저 간다. 

불같이 왔다가 불같이 사라지는 사람은 블로그와 유튜브를 하면서도 많이 봤다. 처음에는 칭찬 일색이다가 끝에는 크게 뒤통수 한 방 치고 사라지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래서 칭찬 일색 찬란한 댓글 유형은 좀 조심스럽다. 잔잔하게 옆에서 꾸준히 지켜봐주는 이들은 변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본다...... 그분들이 무척 고맙다. 고양이들도 이렇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함께 있다. 그래서 반려묘로 큰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나도, 고양이도, 서로의 영역이 존중받는 기분......

 

내 자리를 침범하지 않고, 자기 자리도 침범 당하지 않는 존중심이랄까......

한번 이 존중심을 잃으면 누구든 우습게 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사람인 경우는 더 그렇다. 다른 이를 무시하면서 자신을 내세우면 나를 존중하는 이들이 줄어들어 결국 어떤 진실된 말도 진실되지 않게 느끼게 될 것이다. 

나이가 들어 제일 두려운 것이 다른 이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다른 이의 존중심을 잃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 

아~ 고양이 이야기를 하려다 이런 아포리즘적 삼천포에 빠진 이야기를 하다니......!

위의 말이 불쾌하다면 사과드리며, 다시 고양이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우리 집 고양이는 집 안에 보금자리가 없다. 그냥 자연냥이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자유롭게 지내는 고양이이다. 그렇다고 고양이를 방치하지는 않는다. 때 되면 벼룩 퇴치도 하고, 때 되면 수의사에게 가기도 한다. 장작 창고 한 구석 바구니에 폭신한 침대가 있고, 아이들이 여러 번 상자를 바꾸면서 보금자리를 마련해준다. 

그래서 아이들을 아주 잘 따른다. 부르면 강아지처럼 졸졸졸 쫓아오기도 한다. 

어떤 날은 산책도 함께 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그렇다. 

 

동물도 정이 있다는데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발톱을 드러내지 않고 카악질도 하지 않는다. 가끔 양치기 개가 나타나면 누구에게든 카악질을 하면서 피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 때문에 일부러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유년기에 큰 사랑으로 보답한 이 고양이들이 참 사랑스럽고 고맙다. 한두 마리 이별할 때마다 참 고맙고 또 고맙다. 재작년에 네로, 작년에 블랑키타가 하늘나라 가고... 올해는 뚱땡이..... 산드라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렇게 함께 지내온 고양이들..... 13년이나 함께 한 고양이들이 고맙지 않을 수가 없다. 서로 행복하고 즐겁게 살면 고마운 인생이지......!

 

그래서 우리 집 고양이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저렇게 자는 것도 복이다. 😅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한 한가위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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