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왜 일찍 낳아주지 않았어요?

산들무지개 2022. 11. 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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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블로그를 2012년 12월 무렵에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서 만 3세인 큰딸과 아직 11개월이 안 되던 쌍둥이를 키우면서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친정 가족들이 우리 사는 모습을 봤으면 싶어서 글과 사진을 올리며 외로움을 달랬습니다. 어찌어찌 블로그에 우리 사는 모습과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기록해갔습니다. 

마치 어제와도 같았던 그 시간이 벌써 10년이 돼 가고 있네요. 😆 특히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봐 주시고 공감하고 소통해주신 많은 블로그 독자님 덕분에 저도 큰 위안과 힐링의 시간을 보냈답니다. 이제 블로그가 쇠퇴의 시기을 겪으면서 저도 그 활동이 뜸해졌습니다. 다음 블로그는 이미 폐쇄되었고... 😭 긴 시간 함께한 다음 블로그의 기록도 백업으로만 남게 됐습니다. 한국 여행하면서 다음 블로그가 사라진다는 메일을 확인하지 못해 유지하는 기회를 놓쳤네요. 어쨌거나 아직 이 티스토리는 남아있어 이곳에 뜸하지만 가끔 소식을 전하기로 하겠습니다. 

 

산드라는 이미 중학생이 됐고, 사춘기를 지나며(ing) 자신의 세계관을 확고히 굳혀나가고 있습니다. 탐조활동을 좋아하고, 공부도 아주 열심히 해요. 취미는 우쿨렐레 연습과 록 음악 듣는 걸 좋아합니다. 누리와 사라는 엊그제 만 11세가 됐어요. 여전히 노는 걸 좋아하고, 산드라보다 진지한 구석은 없지만, 해맑고 순수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누리는 이집트 신화를 좋아하고, 고고학을 좋아하는 듯해요. 사라는 게임을 좋아하고, 컴퓨터 다루는 일을 참 좋아하는 듯합니다. 

 

 

며칠 전, 우리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너희들이 30살이 되면 아빠는 68세가 되고... 너희들이 40살이 되면 아빠는 78세가 된단다......'

그런데 이런 나이 이야기는 언제나 그 후의 일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되지요.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사라가 우리에게 그럽니다. 

"왜 이렇게 늦게 우리를 낳아주셨어요? 좀 더 일찍 낳아주셨다면 엄마, 아빠랑 더 오래 살 수 있을 텐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부모와 하루라도 더 즐겁게 살고 싶은 사라의 마음이 정말 예뻤어요. 그래, 10년이라도 더 일찍 너희들을 낳았으면 더 젊을 때 더 재미있게 사는 건데...... 하지만 운명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저 이 함께하는 시간, 최선을 다해 하루라도 더 즐겁게 행복하게 살 수밖에요. 미처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제 몇 년 후면 진짜 독립해나갈 모습이 그려지더라고요. 산드라는 많아야 5년 후면 법적 성인이 되고, 사라와 누리는 7년...... 살아보니 이 시간이 결코 느린 시간이 아니더라고요. 

 

누구나 초보인 이 인생에서..... 저도 아이들을 통해 많은 걸 배웁니다. 아이들 키우는 일이 지금 중년이 되었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클수록 또 새롭다는 것도 알았네요. 여전히 성장하는 아이들 모습이 새롭고, 전율되고, 삶을 기쁘게 합니다. 산드라가 엄마 옷장에서 옷 찾으면서 멋 부리는 모습, 누리와 사라가 화장대 앞에서 입술 칠하며 눈 화장하는 모습..., 용돈 받아서 어디에 쓸까 고민하는 모습 등... 정말 사랑스럽고 예쁘고 가슴이 녹아 흐릅니다. 요리한다고 자기가 알아서 재료 찾아 무언가를 뚝딱 거리며 만드는 모습, 동물들 먹이 준다고 알아서 오후 일정 챙기는 모습, 양 떼가 오면 화분 뜯기지 말라고 후다닥 밖에 나가 보초 서는 모습 등... 요즘 아이들이 "쫌~ 괜찮은 사람" 같습니다. 😉

 

 

그런 것들 하나씩 실행하고 보람을 느끼는 아이들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자기 용돈 모아 엄마에게 준다고 작은 귀걸이를 선물로 사왔을 때의 일입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웠던지... 물질적 귀걸이의 아름다움보다 그 귀걸이를 달아준 아이의 그 눈빛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엄마에게 어울리나 어울리지 않나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만족하는 모습... 그 모습이 제 마음속에 콕 박혀 너무너무 벅차고 좋았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은 사랑스럽고, 여전히 부모로서의 키우는 기쁨이 느껴집니다. 부모는 아이들을 평생 책임지는 존재라는 말이 맞는가 봅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나이 들어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이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오후... 어느 가을의 사색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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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무지개의 수필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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