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스페인 시골의 핼러윈, 어른들이 당황하여 준 것들

산들무지개 2021. 11. 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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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요즘 날씨가 너무너무너무 추워졌어요. 스페인 고산은 스페인답지 않게 너무 추워 눙물이 날 것 같아요. 하하하! 농담이고요. 사실 무지 추워져 난로를 피우게 돼 일이 하나 더 늘어 그렇답니다.

오늘 아침에도 난로 피우면서 이런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히야~~~ 스페인 고산에서 살면 정말 부지런하지 않으면 하나도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그렇습니다. 부지런해야 하루가 잘 굴러가지요! 무슨 윤활유를 제 삶에 뿌린 것처럼 새벽 6시에 일어나 브런치 먹을 때까지 쉴 틈이 없네요.  그리고 브런치 먹고 나면 또 점심까지 쉴 틈이 없고... 저녁에는 (제가 저녁밥을 먹지 않아) 자기 전까지 계속 일입니다. 숙제 도와주고 내 일도 마무리하고......  정말 나라는 인간! 윤활유 잔뜩 뿌리면서 바쁘게 사는 게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인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어릴(20대) 때 미래의 내 모습 상상하면 이런 지금의 모습이 참 낯설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제가 엄청나게 먹는 대식가인줄 알았는데, 대식가가 아니고 좀 위가 비어있을 때 속이 편안하고 좋은 느낌을 아는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술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거 완전~~~ 술 안 좋아하고... 도수 높은 건 그냥 버려도 양심의 가책이 없는 나쁜(?) 사람이었어요. 제가 시인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어릴 때 본 시인들은 완전 술 즐기고 골초에...... 밤을 새우는 그런 분들이 많았어요. (왜 그렇게 보였을까?) 그런데 살다 보니....... 저는 절대로 그렇게 못하더라고요. 술은 도수 낮은 맥주 한 잔 마시고, 담배는 그냥 지나가면서 간접흡연해도 토할 것 같고... 밤새는 건 더더욱 못하고...... 그래서 시인이 되지 못했나? 😂😂😂

어릴 때는 빠삐용처럼 감옥 탈출해서 훨훨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꿈을 꿨는데 살아보니 이거 완전 빠삐용보다 감옥에서 즐기는 그런 더스틴 호프만이 역한 빠삐용 친구가 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 제 성격을 잘 몰랐던 거죠... 헤르만 헤세의 [지와 사랑]을 읽었을 때는 열정적인 사랑의 대변인 같은 존재였는데 살다 보니 지에 가까운 인간형이었습니다. 하하하! 오늘 이거 완전 포스팅 내용과 다른 이야기로 시작했네요. 그래서 이런 시골 생활도 견뎌내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혹(?)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는 이렇게 미래를 상상하는 재미가 있지요. 난 저렇게 될 것 같아~! 그런데 저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살면서 스스로 자기를 알아가면서 정의 내릴 수 있는 삶이 보이기도 하죠. 그게 삶의 묘미입니다~ 그래서 더 즐거운 이 세상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오늘의 이야기! 

며칠 전 핼러윈에 아이들이 분장하고 스페인 시골 마을을 다니며 사탕 강매를 해왔답니다. 

 

사실 할로윈 축제 문화는 이곳에는 없답니다. 11월 1일에 만성절이 있기는 하지만, 영문화권에서 온 이 핼러윈 축제와는 전혀 다른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요. 이곳에서는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 축일이고...... 축제가 있다면 성당 위주의 어떤 종교적 의미를 담는다고 할까요? 조상의 묘지를 방문해 꽃을 바꾸고, 예쁘게 치장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은 할로윈 축제 문화를 최근에야 받아들여 젊은이들 사이에 그냥 재미로 흘리는 날이기도 하답니다. 분장하고 노는 날~ 뭐, 밸런타인데이 같은 정도의 상업성이 있는 축제이지요. 

 

누리가 이번에 만든 베놈 가면~ 

정말 리얼하게 만들어 너무 웃기고 재미있었어요. 

 

무슨 도깨비 가면 같기도 하고... 혀가 낼름 나온 모습이 정말 무시무시하게 겁(?) 납니다. 

이도 왜 누런 색으로 칠했는지... 쓸데없는 디테일에 깜짝 놀랐습니다!!! 😂

 

가면을 돋보이게 할 까만 망토를 두르고...... 종이 가방 하나 들고 마을로 다녀왔지요. 

산드라와 사라도 까만색 옷을 입고... 함께 갔다 왔는데요, 이번에 이상하게 얼굴 분장을 하지 않더라고요. 아마 마스크 쓰고 다녀야 해서 코로나 시절에 분장이 무슨 필요인가 싶은 아이들만의 계산이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스페인 어른들도 이 할로윈 사탕 문화를 접하는 사람들이 처음이라......

아이들이 "Truco o Trato(Trick or Treat)?)"하면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답니다. 도대체 뭘 하자는 거지?

아이들은 하나 같이 사탕 주세요~ 요구하지요. 

 

그러면 어떨결에 사탕 주는 사람도 있고, 동전 몇 푼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탕 사 먹으라고......

원래 가게는 다니면 안 된다고 하던데...... 울 동네 아이들은 워낙 사람이 없다 보니 가게 까지도 갑니다. 다행으로 가게 분들은 사탕을 많이 선물해주신답니다. 

 

그리고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면...... 저렇게 빵 조각을 잘라 주시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과일과, 시리얼 등으로 주시기도 해요. 

 

이번에 아이들이 받은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바로 매운 고추!!! 

핼러윈 사탕 받으러 갔다 온 아이들이 매우 흥분하며 엄마에게 준 것이 바로 요 고추입니다! 하하하!!!

매운 고추 없는 스페인에... 게다가 이 시골 마을에...... 어쩌다 파키 아줌마는 고추를 길렀는데, 수확하고 난 후 너무 매워 먹지 못하고, 동네방네 아이들 손을 타고 나눠주셨네요. 아주 재미있었던 올해 핼러윈 사건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편안한 하루 보내시고요! 항상 즐거운 일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블로그로 포스팅 더 자주 하도록 할게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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