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아빠가 자신의 낮잠 시간에 들리는 아이의 피아노 소리에 벌컥...! 응원하는 이유

스페인 산들무지개 2024. 10. 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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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스팅 제목: 아빠가 자신의 낮잠 시간에 들리는 아이의 피아노 소리에 벌컥...! 응원하는 이유

(블로그 상단에서 제목 일부가 보이지 않아, 오해하실까 봐 전체 제목을 달아봅니다) 

 


 

산똘님은 매일 점심 식사 후 정해진 일과처럼 낮잠을 잡니다. 아시다시피 산똘님은 스페인 사람이고, 이 아빠는 스페인 문화의 일부인 시에스타(siesta)를 정말 잘 챙기는 진정한 스페인인이지요. 😂 그는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워 레이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을 바라보며 눈을 감곤 합니다. 그런데 낮잠에 깊게 빠져 잠들기도 전에 항상 딸아이의 피아노 소리에 눈을 실눈처럼 뜨곤 합니다. 

 

저는 그런 남편을 볼 때마다 속으로 이야기하죠. 

'아~ 괴롭겠다, 잠을 못 자서...'

막내 사라는 늘 이 시간대에 피아노를 칩니다. 작년에 이사 오고 난 후, 이 집에 함께 딸려 온 물건이 바로 이 피아노였는데요, 주인 할머니께서 피아노 치는 사람도 없고, 옮기는데 비용이 더 든다고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런데 누가 칠까... 걱정이 들긴 했어요. 하지만, 고산에서도 쌍둥이는 전자 피아노를 치며 즐기곤 해서 아마 좋은 취미거리가 될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올봄이 다 가기 전에 사라가 피아노 개인 교습을 받고 싶어 하는 눈치여서, 수소문 끝에 피아노 선생님을 섭외하여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라가 피아노 연주하면서 연습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았어요. 심지어 예술 고등학교까지 가고 싶다고 일부러 속마음도 알려주더라고요. 

 

 

사라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경쾌하게 달리며 멜로디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면 우리 집 거실은 순식간에 음악으로 가득 찹니다. 차분한 곡도 한두 번 치지만, 어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배경음악을 신나고 빠르게 치는 걸 더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말로 말하면, 언제나 생동감이 넘칩니다. 나쁘게(?) 말한다면, 소리가 넘치고 넘쳐 때론 너무 커서 모두를 방해할 때도 있지요. 당연히 아빠의 시에스타도 방해가 됩니다. 그러나 아빠는 불편하다고, 시끄럽다고 나무라는 법이 없습니다. 혹시 언니나 누리가 시끄럽다고 할까 봐 아빠는 사라에게 더 힘을 실어줘 피아노를 치라고 합니다. 

“아빠, 제가 시끄럽게 해서 잠 못 주무시는 거 아니에요?”
아빠는 환하게 웃으며 산드라와 누리가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합니다. 
“아니, 괜찮아. 네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서 좋아. 계속 쳐도 좋아! 아빠는 네가 피아노 치는 걸 무지무지 좋아한단다! 😍”

아빠에게 있어 딸아이의 피아노 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지요! 집 안을 채우는 따뜻한 멜로디? 딸아이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소리? 비록 아직 초보라 삐꺽거리는 불협화음이 나긴 하지만요. 하지만 산똘님은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딸이 커가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는 걸 좋아합니다. 처음 피아노를 배울 때는 덜컥거리는 소리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자신감 있게 건반을 누르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자랑스러움이 느끼겠지요, 엄마인 나도 그러니......


“네 피아노 연주 소리를 들으면서 낮잠 자는 게 이제는 내 습관이 됐어. 환상적인 피아노 음악 듣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야.”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는 오후, 아빠는 여전히 눈을 감고 침대에서 낮잠을 청합니다. 산똘님이 속마음을 들여내지는 않지만, 사라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행복해 하는 것, 미소를 띠며 그 소리를 따라 꿈속으로 떠난다는 걸 알 것 같습니다. 딸아이는 아빠가 방해를 받지 않도록 조금 조심스럽게 건반을 누르지만, 아빠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저 편안한 얼굴로 즐기며 잡니다. 

 


우리 집의 오후는 언제나 피아노 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요즘엔 애니메이션 [Hazbin Hotel, 해즈빈 호텔]의 INSANE이라는 곡을 치는데... ㅋㅋㅋ 정말 제목처럼 insane(제정신이 아닌, 미친 것 같은)하게 요란합니다.  하지만 아빠는 이 노래를 무지 좋아합니다, 딸이 최선을 다해, 건반 위를 달리는 손가락으로 치는 곡이니까요!  아마도 딸아이와 함께 나누는 작은 추억의 일부가 돼 버리니, 낮잠도 insane 한 꿀잠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라는 언제나 자신의 피아노 연주가 부끄럽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아빠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떠오르며 추억할 날이 올 것도 같네요. 


아빠는 낮잠 중에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를 응원합니다. 
“사라~! 계속 쳐도 돼. 난 그 소리가 엄청나게 좋거든~~~!!!"

 

그렇게 오늘도 평화로운 오후를 보냈습니다. 

 

💚 여러분,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하세요! 오늘도 제 포스팅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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