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너무나 혹독한 스페인의 가뭄

스페인 산들무지개 2024. 9. 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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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한국 매체에서 유럽 가뭄, 특히 스페인의 가뭄에 대해 많은 소식을 들으셨을 거예요. 뭐 관심 없으신 분들은 그냥 먼 이웃의 어떤 일이라고 여겨지실 테고요. (한국도 가뭄이 심하다는 소식은 종종 듣기도 했습니다) 특히 카탈루냐 지역의 가뭄이 상당히 심각하지요. 지금 9월인데 8월까지만 해도 비가 내리지 않아 모두가 어려운 일상을 살아야 했지요. 

 

2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농부는 망연자실했고, 시민들은 하루 사용량을 제한받아 정부의 통제를 받기도 했죠. 가령, 1일 1인당 사용량이 200리터 이상을 넘기면 안 된다는 등... 그래서 사용량을 초과하면 벌금까지 내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지요. 수영장 물은 물론 받지 못하고, 식물에 물 대는 것도 금지하고.... 어떤 마을은 식수트럭을 주문해 공급해야 했습니다. 

 

 

▲ Panta d'ulldecona 유데코나 댐이 말라 수몰됐던 옛 다리가 다 드러나 있습니다. 

 


▲ 이곳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물이 꽉 차 있던 곳으로 레저스포츠도 하고, 근처 숲에서 

소풍도 하던 곳인데.... 저렇게 바닥을 드러내 놓고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가 작년까지 살던 해발 1,200m의 비스타베야 마을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마을에서 식수로 사용하던 샘이 다 말라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게 됐어요. 지금은 딱 한 군데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나마 물줄기가 가늘어 받아쓰는데 인내가 필요하답니다. 마을 공공 수조는 텅 비어 있어, 식수트럭을 여러 번 주문해야만 했답니다. 농가에 사는 사람들은 빗물을 받아 사용하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 농가 사람들도 식수트럭을 주문해야만 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고, 그렇지 않은 분은 모르실... 우리 가족은 작년에 지중해 연안 해발 140m의 올리브 농장으로 이사와 그 피해를 좀 피해 가기도 했습니다. 다행인지 몰라도 우리 집에서 지하수를 끌어 사용하고 있어 고산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덜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항상 이 지하수도 언제 물이 마를지 걱정이 한가득입니다. 

 

스페인도 지역에 따라 물 정책이 다른데, 우리가 속한 발렌시아 지방은 아직 위험할 정도의 물 부족 사태는 겪지 않은 듯합니다. 발렌시아 정부에서 까딸루냐만큼 규제를 하지 않고 있거든요. 발렌시아 사람들이 2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식수를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은 것 같아요. 하지만, 발렌시아도 각 마을마다 정책을 달리하는데요, 우리 비스타베야 고산 마을은 크게 영향을 받아 극단적인 제한을 하고 나섰습니다. 하루 물 사용량 제한, 밭에 물 주는 일도 제한 등, 정말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전쟁과 같다고 합니다. 

 

8월이면 소나기와 우박이 자주 내리는 고산 마을인데, 올해는 자주 내리지도 않고 말라 정말 큰 고민에 빠졌다지요. 마을 시청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친구가 물을 관리하는데, 마을 공공 수조에 매일 물트럭을 주문하고 부어 넣는데도 어렵다고 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8월 고산마을 축제 때문에 외부인 유입이 많아져 물은 더 부족하다고 하네요. 

 

마을 경제를 살리는 성수기에 물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하루하루 피 말리는 전쟁을 하는 스페인의 작은 마을들... 

물을 채우지 못하고 문 닫은 곳도 많은 마을이 속속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오죽 물이 귀하면... 근처 공공 수영장에서 쓰던 물까지 가져와 가정에 공급할까요? 

물론 식수로 사용할 수 없지만, 생활수로 한번 쓸 수는 있으니 이렇게까지도 하네요.  ㅠㅠ 공공수영장에 물을 채우는 일을 이제는 포기하고 마을 주민을 위한 물을 공급하는 게 아주 심각하게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 9월 초... 잠깐의 비 소식이 있어 이 가뭄이 조금씩 해결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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