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블로그 글과 사진으로 스페인의 심각한 가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죠? 너무 덥고 건조하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제 마음(?)을 들어주셨는지, 어느 날 아침 비가 쭈욱~ 쭈욱~ 웅장한 소리를 내면서 내리기 시작했어요.
이사 온 후 비가 내리지 않아 올봄 자라야 할 나무에 열매가 하나도 맺지 않아 너무 우울했는데 말입니다.
혹시 계속 이렇게 건조하지는 않겠지? 이사 온 곳은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 곳은 아니겠지? 의심하면서 말라 죽어가는 나무를 보는 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집에 지하수가 있기는 하지만, 무턱대고 나무에 물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5만 평이나 되는 농장에 물을 주기 위해선 농수허가서도 받아야 하니까요... 일단 우리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생활용수만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비가 우렁차게 내려준 날... 정말 이제 가을이 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페인 지중해의 가을은 비와 함께 찾아오거든요.
하루 종일 비가 내려주면 좋겠지만, 이날의 비는 겨우 몇 시간 밖에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몇 분 내린 비가 저렇게 많이! 금방! 채워지는 걸 보니 충분히 대지에 스며들었겠구나 싶어 안심이었습니다. 말라가던 나무가 소생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우리 집 앞 테라스
집 앞 올리브나무에 쏟아지는 빗줄기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사람 손으로 아무리 매일매일 물을 꼬박꼬박 주어도 비가 준 것처럼 그렇게 신선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매일 시들어가는 식물이 안타까워 매일 물을 주는데도 겨우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비 온 후 바라보는 식물은 어떻게 이렇게 생명력 넘치고 활기차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제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이날 내린 비는 두 시간 정도? 정말 많이 내렸습니다(안타깝게도 강우량계가 아직 없어 정확하게 몇 리터 비가 내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 두 시간 정도 내렸구요, 밤에도 한 차례 내려 연속 3번의 비가 주기적으로 내렸습니다.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정말 가뭄에 단비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햇살이 다시 내리는 하루인데요, 밖에 잠시 나갔다 산책하다 보니 땅에서 작은 싹이 오르고 있었어요. 오!!! 생명을 지켜주는 비! 그 숨어있던 씨앗이 깨어나 땅에서 자라나는구나. 그런데 또 비가 내리지 않으면, 자라다 또 말라버리고 말겠지요? 이런 경우를 하도 많이 봐서.... ㅜㅜ 그저 작은 씨앗이 조금 더 자랄 수 있는 비가 내리기를 고대하는 수밖에 없네요.
비 맞아 싱싱한 자태를 뽑내는 제 부추를 보세요! 🍀🍀🍀
올해 씨 받고, 내년부터는 뿌리 나누기로 개체수를 늘린 후...
본격적으로 식단에 올려봐야겠습니다.
물방울 맺힌 자태가 정말 아름답네요.
지중해 연안에 살면서 이런 물방울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무슨 사막에 사는 것 같은 느낌도 들죠? ㅎㅎ
사실 지중해는 날씨도 좋고, 하늘도 파랗고, 사람 살기에도 참 좋은데...
건조하고 비가 내리지 않아 울창한 숲과 이끼 냄새가 그리운 이들에겐 조금의 곤혹이....😅)
어서 비가 자주 내려주기를 기대하며... 스페인 지중해 소식 여기서 마칩니다. 👋 자주 이렇게 짧지만, 살아있다는 소식, 글과 사진으로 알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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