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우리가 봄에 하는 여러가지 일들 - 꽃과 사람, 풍경

산들무지개 2023. 5. 1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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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 이어 5월에 했던 일, 이야기하겠습니다. 

해발 1,200m 스페인 평야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지 않았고, 소나기성 1회 정도가 있었어요. 꽃은 바닥에 바짝 붙어서 더 성장하지 않고 자랐습니다. ㅠㅠ 그만큼 비가 내리지 않아 고생하고 있다는 소리이지요. 마치 벌써 건조하고 황량한 8월의 내륙 분위기였어요. 스페인 내륙의 8월은 다 말라 마치 황무지 혹은 사막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장해야 하는 식물은 시기를 놓치지 않아요. 비록 작게 자라지만,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조금이라도 성장합니다. 

 

좁쌀처럼 작은 꽃을 카메라에 담으니 좀 큰 꽃처럼 보입니다. 작고 예쁜데 아직까지 이름도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구글 렌즈로 찾아보니 러브풍로초 (Herb robert)라고 하네요. 참... 세상 신기합니다. 풀처럼 이곳저곳 나기 때문에 저는 잡초로 취급하고 종종 뽑아버렸는데, 그냥 길가에, 나무 아래에 핀 꽃을 보니... 참 예쁩니다. 화단에 난 꽃 그냥 둘 걸... 약간 후회가 생기지만... 다른 꽃도 심고 싶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야생 그 상태를 즐깁니다. 

쌍둥이가 아기였을 때 이 작은 꽃을 그 작은 손으로 따서 관찰했었는데..... 새삼 그때가 떠오릅니다.

 

꽃을 따서 구경하던 아기 사라가 이제는 닭까지 잡고 있습니다. 날 좋은 봄날, 아빠는 발톱이 길어진 닭 한 마리를 손질해 줬어요. 피부병 생기고 뒤뚱뒤뚱 걷기에 자세히 보니...... 발 상태가 좋지 않았더라고요. 닭발에 코코넛 오일 바르고, 발톱도 정리해 주니 이제는 아주 잘 걷고 발톱도 더 자라지 않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자연공원 관리자가 캠프장에 잘라놓은 마른 장작을 수거하기도 했어요. 공원에서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데, 우리도 덕을 봤습니다. 대신 잘 말려서 나무 패고 차곡차곡 쌓는 일은 우리의 일이 되었습니다. 공짜로 받아가도 그게 공짜가 아니라는 걸 아셨으면 해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일하는 공원 관리자가 나무를 잘라 제공하고, 그 나무를 가져와 패는 일은 결코 공짜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 말입니다. 장작을 돈으로 산다면 이미 잘 정리된 장작이 와서 더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잘라놓은 나무를 편하게 가져간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이 계신데요, 자연공원 캠프장에서는 장작을 치워줘야 캠핑족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우리 포함)이 캠프장 내 방치된 나무를 치워주면 소나무 숲이 깨끗해져 좋잖아요? 😆 자연공원에서 자른 나무를 치우기 위해 다른 인력을 사서 치우는 것보다 마을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게 훨씬 더 큰 이득이기에 이렇게 무료로 제공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 시스템 찬성입니다! 

 

그리고 5월 초순부터 포피꽃이 환상적으로 피기 시작했어요. 이건 한국에서는 개양귀비 혹은 꽃양귀비라고 합니다. 마약 양귀비와는 전혀 다른 거예요. 이렇게 설명을 해도... 마약이라고 하시는 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이곳에서는 지천에 흔히 피는 꽃입니다. 위의 사진은 밀밭에 마구 난 포피꽃입니다. 이게 일부러 씨 뿌려 심은 게 아니라 가끔 밀과 함께 수확돼 씨가 섞인 거죠. 식용이 아닌 밀밭에 흔히 보이는 현상입니다. 밭 가장자리에서 흔히 나고... 정말 흔한 꽃이에요. 

이 꽃밭에서 우리는 올해의 화보도 찍었습니다. ^^ 화보 찍은 건 유튜브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5월에는 천연발효종을 만들어 여러 번 빵을 만들었어요. 샤워도우(천연발효종 반죽)는 빵과 튀김 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어 제가 참 좋아합니다. ^^ 

 

마음 설레게 한 꽃과 식물이 많이 자랐으면 좋겠는데, 비가 정말 내리지 않아 5월인데도 포기상태가 됐습니다. 이웃 주민도 심어놓은 토마토 하나만 살린다는 사람도 있고... 정말 스페인 심각합니다. 물론 도시 사는 사람들은 수돗물만 틀면 물이 나와 걱정이 없겠지만, 농가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큰 걱정입니다. 몇몇 주민은 물탱크를 주문할 지경까지 갔습니다. 우리도 수조 물이 거의 바닥 날 시점이라..... 물 트럭을 불러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요. 

 

비가 내리지 않는 올봄에 제가 느낀 건...... 그래도 자라야 할 식물과 꽃은 자라는 걸 포기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자라야만 한다는 겁니다. 물이 부족해 크게 자라지 않습니다. 아주 작게 잎이 피고, 꽃이 핍니다. 안쓰럽고 또 안쓰러운데... 가뭄에 맞서는 존재들은 꿋꿋하게 견디고 있습니다. 작지만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씨를 남깁니다. 다음 해는 잘되겠지, 더 좋은 환경에서 그 씨는 움트겠지... 마치 희망을 걸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 사는 듯합니다. 우리가 다음 세대를 걱정하면서, 최선의 환경을 남기고 싶은 것처럼 그렇게 말이지요. 지구환경변화가 얼마나 무서운지... 저도 너무 걱정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블로그에 찾아와 주신 모든 독자님들 오늘도 행운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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