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나무가 자라는 농장에 이사 온 첫해입니다.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이곳을 선택한 것은 아니고, 남편이 일하는 자연공원에서 우리 주머니 사정에 가장 알맞은 집을 찾다 이곳을 발견했습니다. 주머니 사정은 언제나 우리에게 제한적인 선택을 주는데요, 그 와중에 우리 취향과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는 곳을 발견한 일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일단 다닥다닥 붙은 흔한 별장 스타일은 자연을 지천에 두고 살던 우리 가족 취향에 맞질 않았습니다. 게다가 별장은 가격이 천정부지라... ㅠㅠ 그래서 좀더 반경을 넓혀 남편 직장에서 30분 거리로 집을 알아봤지요.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이곳!
살다 보니 올리브나무를 관찰하는 일이 참 흔해졌습니다.
아직 일상 루틴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올리브 농사는 전혀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농사 지으려고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범적으로 한두 그루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일단은 가지치기에서부터 열매 관리, 수확, 그리고 판매하거나 기름을 짤 조합을 알아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일과 가정, 학교 등 적응해야 할 일이 많아 올해는 올리브 관련 농사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도전해보는 것을 마음에 두고 요즘 나무를 관찰하는 일이 제 일이 되었습니다.
올리브 열매는 녹색으로 굵게 굵게 여물다 늦가을, 겨울에 자주색에서 검은색으로 열매가 여뭅니다. 녹색 올리브 열매도 인기가 많아 10월에서 11월 중에 수확해 기름을 짜거나 절임을 하기도 하죠. 그런데 녹색 열매는 아주 쓰고 맛이 없습니다. 절임을 할 때는 물에 여러 번 담가 며칠 헹궈주는 일을 합니다. 너무 쓰기 때문에 가성소다를 넣기도 합니다.
약 20년 전 신혼 때 한 번 절여보고 그 후 절여본 적이 없어 올리브 절임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나중에 절임 포스팅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검은 열매는 기름을 짜면 녹색 올리브보다 더 맛이 연하고 부드럽습니다. 쓴맛이 사라져 그렇답니다. 실제로 잘 익은 올리브 검은 열매를 입에 넣고 먹어보면 쓴 맛은 없고 오히려 기분 좋은 맛이 있다고 할까요? 올리브 기름 열매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집에서 임시 보호하고 있는 댕댕이는 이 검은 올리브를 잘근잘근 씹어 먹기도 합니다. 😂
올해는 그 많은 올리브 열매를 수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올리브 기름 짜는 기계가 있는 조합은 발렌시아 구석구석에 있기는 한데, 조합마다 정한 규칙이 있어, 그 규칙에 맞게 제출할 수 있는 상품이 되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게다가 근처 조합에서는 여러 서류를 제출해야 받아준다고 하니... 아직 정식으로 등록한 농업인이 아니어서 올해는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먹을 올리브 기름이라도 짤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다른 조합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다른 마을의 한 조합에서는 기계 사용 비용만 내면 올리브기름을 짜준다고 합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여러모로 시기가 너무 늦어져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포기하고 내년에 다시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올리브 열매를 따지 않고 그냥 두니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의도치 않은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정말 새소리가 끊기지 않습니다!!! 올리브나무 숲속 같은 우리 농장에서 여러 종류의 새들이 울어대는 상큼한 소리~ 가 느껴집니다. 가지치기하면 올리브 열매를 쉽게 딸 수는 있겠지만, 새들의 향연은 줄어들게 뻔합니다. 그래도 이곳에 이사 온 이상, 조금씩 올리브 농사를 시도하는 건 정해진 우리의 운명같이 느껴집니다.
새들아~ 올해 마음껏 누리렴~!!!
바닥에 떨어진 올리브 열매가 아깝지 않는 즐거움을 주는 우리의 [산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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