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비가 내렸어요. 비가 내린 후, 땅은 어느 정도 젖었는지, 그동안 숨어있던 씨가 "기회다!" 외치듯 빼꼼 땅밖으로 순을 내밀었습니다. 작은 새순이 땅을 파고 올라오는 요즘 지중해 연안의 풍경이 점점 푸르게 변하고 있어요. 여름은 너무 뜨거워 다 말라버린 듯싶더니, 어느새 이 얼마 되지도 않는 비 덕분에 싹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중해 연안은 봄이 두 번 있다고 하지요.
봄에 한 번, 가을에 또 한 번...
요즘 아침마다 우리 터전을 둘러보고 있어요. 올리브나무로 둘러싸인 올리브농장인데, 물론 농장 운영을 하지 않지만, 우리 집 반려견 블랑키와 산책하는 즐거움이 아주 크답니다. 드디어 날씨도 선선해지고, 산책할 맛이 엄청나게 나거든요! 아침에 신선한 공기 들이마시면서 새소리 듣고, 푸른 나무의 흔들림도 느끼고... 요즘이 천국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저는 참 좋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면 저게 뭐? 이럴 수도 있어요. 그만큼 이곳이 풀도 나지 않아 삭막했다는 이야기이지요.)
비 내리고 난 후, 축축한 대지의 향을 맡으며 산책하는 일이 제게는 큰 즐거움입니다. 물방울이 잎 하나하나에서 똑똑 떨어질 때 생명수가 이렇게 간절히 필요했구나, 갈증이 해소됩니다.
요즘 비가 몇 차례 내려 물기를 머금은 땅을 걸을 때마다 푹푹 들어가더라고요. 신발에 진흙이 잔뜩 묻히지만, 걸을 때마다 기분이 좋은 계절입니다. 바람은 그렇게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으니... 선선한... 우리가 좋아하는 바로 그 가을의 선선함이 느껴집니다.
이 산들랜드에 최근 비 오고 난 후, 야생 아스파라거스 새순이 엄청나게 많이 오르고 있더라고요. 저는 이게 봄에만 채취하는 새순인 줄 알았는데, 참 신기하게도 비 내린 후에는 어김없이 솟아나는 식물이었어요. 뜨거운 여름이라도 비만 잘 내리면 줄곧 새순이 오르는 덤불입니다. 뜨거운 날에는 가지며, 가시잎이며, 다 말라죽은 줄 알았는데, 그 시기가 끝나고 물만 공급되면 새 순이 빼꼼하고 올라옵니다. 정말 생명력이 이렇게 강한 식물도 다 있구나, 볼 때마다 놀랍니다.
위의 사진은 야생 아스파라거스의 열매와 새순의 모습입니다. 가을에 이렇게 동그랗게 열매 맺는 모습을 볼 수 있고요, 점차 붉은 색으로 변해 단단한 씨가 됩니다. 가을에는 이렇게 열매와 새순이 함께 생기는 광경을 목격하게 돼 정말 신기합니다. 잎이 뾰족한 가시라 접근하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ㅠㅠ
그렇다면, 여기서 야생 아스파라거스와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 아스파라거스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야생 아스파라거스와 일반 아스파라거스는 같은 식물 종에 속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더라고요.
1. 성장 환경:
• 야생 아스파라거스: 자연에서 자생하며 인위적인 농법 없이 자랍니다. 주로 숲, 들판, 강가 주변, 우리 집 올리브나무 아래에서 발견되며, 야생에서 수확됩니다. 하지만 지중해 연안에서 살다 보니, 어쩌면 인위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일단 야생 아스파라거스가 어느 정도 크면 그 밑동을 싹 잘라줍니다. 그다음, 여러 날 물을 주면 새순이 올라옵니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자라게 해서 채취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 일반 아스파라거스: 농장에서 재배되는 품종으로, 통제된 환경에서 대량으로 생산됩니다. 일반적으로 상업적으로 재배되어 식품 시장에 유통됩니다. 물론, 농가의 텃밭에서 소량으로 여러 해 생산해 먹기도 합니다.
2. 외형:
• 야생 아스파라거스: 줄기가 더 얇고 길며, 섬세한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야생 아스파라거스는 잎과 가지가 더 많고, 전체적으로 더 자연스럽고 불규칙한 형태를 띕니다. 게다가 잎이 가시로 이루어져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 일반 아스파라거스: 줄기가 굵고 짧으며, 더 단단한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굵고 통통한 줄기가 특징적이고 상업적으로 일정한 모양으로 재배됩니다. 자라면서 굵기는 더 얇아지고, 야생과 달리 잎은 보드랍습니다.
3. 맛:
• 야생 아스파라거스: 맛이 더 강하고 진하며 약간 쓴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자연 환경에서 자라면서 다양한 미네랄을 흡수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입니다. 어떤 건 너무 쓰기 때문에 스페인서는 달걀과 함께 볶아먹기도 합니다.
• 일반 아스파라거스: 맛이 더 부드럽고 덜 씁쓸하며, 대중적으로 선호되는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편입니다.
4. 영양 가치:
• 야생 아스파라거스: 야생에서 자라기 때문에 미네랄과 항산화 성분이 더 풍부할 수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기에 자연 그대로의 많은 영양가를 흡수해 일반보다 더 풍부할 수도 있어요.
• 일반 아스파라거스: 여전히 매우 영양가가 높지만, 재배 환경에 따라 영양 성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업적인 비료와 농약이 사용될 수도 있겠습니다.
5. 가격과 접근성:
• 야생 아스파라거스: 자생지에서만 수확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희귀하고, 시장에서 구하기 어렵습니다. 스페인 내에서도 이 야생 아스파라거스를 파는 곳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먹고 싶은 사람은 직접 밖에 나가 제철에 수확해야만 하지요. 아니면, 이웃이 주는 선물로 받거나...
• 일반 아스파라거스: 대량으로 재배되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연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구매가 가능합니다. 물론 아직. 다른 채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야생 아스파라거스는 더 진한 맛과 높은 영양 성분을 제공하는 반면, 일반 아스파라거스는 부드럽고 일관된 맛을 지니고 있어 더 대중적이며 일상적으로 섭취하기에 좋습니다. 하지만, 둘 다 아주 좋은 성분이 있는 건 확실합니다. 그래서 "채소의 왕? 왕의 채소?"라고 했던가?! 🤔
요즘엔 30분만 산책해도 이만큼의 야생 아스파라거스를 수확하는데요, 그래서 매일매일 반찬으로 이걸 팬에 볶아서 먹습니다. 가끔 가다 이렇게 자주 많이 먹어도 될까 걱정할 때도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야생 아스파라거스 매일 먹어도 되나요?
이게 제일 궁금해서 정보를 찾아보니... 결론은 보통 사람들은 매일 먹어도 된다! 입니다. 일부 사람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도 있으니 그런 사람들은 삼가고요, 신장에 결석이 생길 수 있어 결석 문제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많이 드시면 안 된다고 하네요. 실제로 남편인 산똘님은 결석 문제 때문에 의사가 아스파라거스 섭취는 삼가라고 조언해 줬습니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 야생 아스파라거스는 영양이 풍부하고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이 엄청 많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발견할 때마다 꺾기 힘들고 귀찮지만, 적어도 아스파라거스 나는 계절에는 충분히 먹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럼 어떤 점이 좋은지 한번 나열해보겠습니다.
1. 풍부한 영양소:
야생 아스파라거스는 비타민 A, C, K, E 및 엽산과 같은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양소들은 면역 체계 강화, 뼈 건강, 세포 재생에 도움을 줍니다. 특히 엽산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이 엽산은 임신했을 때 매일 약으로 섭취하곤 했는데, 세포 재생에 도움 되고, 뇌 건강에 좋다고 해서 요즘 엄청 피곤한 저에게 딱이었습니다. 특히 비건 고집하시는 분들께는 엄청나게 좋은 채소입니다. 참고로 피로해소에도 좋다네요.
2. 항산화 성분:
아스파라거스에는 글루타티온과 같은 강력한 항산화제가 포함되어 있어 체내의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 손상을 줄이는 데 기여합니다. 이는 노화 방지 및 암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비타민K는 치매 예방, 뇌 노화방지...
3. 이뇨 작용:
아스파라거스는 천연 이뇨제로, 체내 과도한 수분과 독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로 인해 신장 기능을 개선하고 부종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단지... 탈수해서 에너지 없는 분은 조심해서 드셔야 할 것 같아요.
4. 섬유질 함량:
야생 아스파라거스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를 돕고 장 건강을 촉진하며 변비 예방에 유익합니다.
5. 저칼로리 음식:
아스파라거스는 저칼로리 식품으로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지방 함량이 적고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해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켜줍니다. 다이어트 채소로 유명하지요.
6. 혈당 조절, 혈압 관리:
아스파라거스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돼, 당뇨 관리에도 유익할 수 있다고 해요. 또한 비타민K와 칼슘 등의 미네랄이 들어 뼈 건강에 좋고, 칼륨도 많아 혈압을 조절하는데 좋다고 해요. 칼륨이 나트륨을 완화해 혈압을 안정시킨다고 합니다.
야생 아스파라거스는 일반적으로 유기농 환경에서 자라므로 화학물질이나 농약에 노출되지 않아 더 건강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우와~! 이렇게 정리해놓으니, 나중에 다시 검색해서 찾아볼 필요가 없게 됐어요.
그럼 이 요리는 어떻게 해 먹을까요? 일단 채취한 야생 아스파라거스를 잘 씻어 흙을 털어내고 물기를 제거한 후, 뜨거운 팬에 기름 두르고 볶습니다. 그런 후 소금 솔솔 뿌려 먹으면 됩니다. 맛은 마치 팝콘맛이 나며...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해요.
또 다른 한 가지는 잘 잘라서 볶다가 달걀을 넣어 스크램블을 해주면 또 다른 맛입니다.
야생아스파라거스 스페니쉬 오믈렛도 아주 맛있어요. 각종 채소 볶음에 넣어 함께 볶아줘도 되고요, 어떤 분은 된장에 버무려 먹기도 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보통 아스파라거스를 장아찌로도 만들어 먹는다고 해요. 아직 만들어 본 적은 없는데 맛이 어떨지 무척 궁금합니다. 작년에는 고사리처럼 말려서 먹기도 했어요. 맛은 신선한 것보다 좀 떨어졌지만 괜찮았어요.
하지만, 보관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냉동입니다. 제철에 많이 채취하여 여러 봉지에 나눠 담아 냉동고에 넣어두면, 겨울철 맛있는 별식이 되지요.
위의 사진처럼 이렇게 지퍼팩에 넣어 저는 냉동 보관합니다. 요즘 새순이 너무 많이 올라 시간 날 때마다 나가서 꺾어오고 있는데... 한꺼번에 다 먹을 수도 없으니 이렇게 냉동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볼 때마다 기분 좋음 😻
자, 요렇게 기름에 볶고 소금 솔솔 뿌리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저는 올리브유에 볶아 먹습니다. 아주 단순하지만, 깊은 맛이 우러나는 야생 아스파라거스! 옆에 누군가 있다면 얼른 부르고 싶어요, 이거 먹으러 우리 집 오라고...!!!
여러분~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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