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대파가 없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 말이 됩니다.
아니, 그럼 칼솟(calsot)은 무엇인가요?
- 그건 대파로 먹는 게 아니라 제철에만 구할 수 있는 특별식이지요.
그럼 평소에는 대파를 전혀 구할 수 없다는 건가요?
- 그렇습니다. 물론, 아시아 마트에서는 대파를 구할 수 있지요. 그런데 아시아마트가 큰 도시에만 있어 작은 도시에 사는 우리 같은 사람은 대파를 직접 길러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 그래요? 저는 대파가 스페인에 엄청나게 흔하게 많이 파는 줄 알았어요. 그럼 댁에서도 대파를 직접 길러 드시나요?
- 네~ 그렇습니다. 운이 좋아 삼동파라는 파를 구해 지금 열심히 개체수를 늘리면서 대파 부자가 되려고 합니다. 스페인식 쪽파인 야생 에스칼로니아(escalonia, 샬롯의 일종으로 야생으로 나는 파)도 구해서 지금 키우고 있어요. 그래서 너무 애지중지하는 중이라... 아껴 먹고 있습니다.
그럼, 대파 대용으로 어떤 걸 사용하나요? 그리고 어떤 요리를 할 수 있을까요?
대파 대용으로 쓰는 재료는 이미 여러분들이 매체를 통해 잘 알고 계실 거예요. 바로 리크(leek)입니다. 스페인서는 푸에로(puerro)라고 하는데, 가정에서 여러 요리에 많이 씁니다. 푸에로 크림수프도 만들고, 가끔 육수 낼 때도 쓰고, 채소 케이크 만들 때도 쓰며, 맛이 부드러워 여러 요리에 자주 씁니다.
우리 스페인 시어머니께서는 특히 여름철 별미로 애호박과 이 푸에로를 이용한 수프를 만드시는데요, 푸에로와 감자 하나, 애호박을 삶은 후 크림과 함께 믹서기에 그냥 갑니다. 그런 후, 냉장고에 보관하다 너무 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떠서 먹습니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시원한 여름 수프, 뜨거울 때 먹으면 또 시원한(?) 겨울 수프가 되는 거죠.
그런데 한국인인 제가 우리 집에서 이 리크를 이용해 자주 하는 요리가 있습니다.
바로 채개장 요리~!!!
그럼 이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한국이 아닌 먼 스페인 땅에서 나만의 요리 재료로 가장 한국에 가까운 맛을 내고자 고심하다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채식주의자인 아이를 위해서도 딱~! 좋은 채식 요리라 마음에 들고요... (물론, 달걀을 넣어 진정한 비건은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자, 요렇게 리크와 마늘 몇 개를 준비해주세요.
채개장하는 법은 한국 육개장과 비슷한데요, 저는 대파 대신 리크를 사용했습니다.
리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위의 사진처럼 세로로 길게 자릅니다. 너무 뻣뻣해서 이게 무슨 맛을 줄까? 싶지만, 익으면 그냥 파보다 부드러워져 아주 좋은 맛입니다.
기름을 잔뜩 두르고 잘라놓은 리크와 고춧가루, 마늘을 넣어 파기름을 내줍니다. 완전 뻣뻣해서 처음에는 볶는 게 일이었습니다. 😅 하지만 볶다 보면 또 이 리크가 부드러워져 다루기 쉬워진답니다. 마늘은 미리 다져놓은 걸 써도 좋은데요, 저는 그때그때 마늘을 까서 위의 사진처럼 짜서 사용합니다.
리크가 어느 정도 숨이 죽으면 바로 물이나 미리 준비해둔 채수를 넣어 끓여주시면 됩니다.
여기서 채개장의 풍미를 더 좋게 할 중요 재료를 첨가해줄 거예요. 여러 종류의 버섯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면 있는 버섯을 잘라 넣어주겠습니다. 특히 표고버섯은 맛이 좋아 제일 추천하는 버섯입니다.
각종 버섯을 넣고 끓여줘요. 고사리가 있다면 불려서 같이 넣으면 참 좋겠지만, 외국 생활에 어디 고사리가 흔한가요? 그래서 있는 재료 없는 재료 다 쥐어짜 재료를 넣습니다. 물론, 저 날 저는 고사리를 불려놓지 않아 ㅠㅠ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냉장고를 찾아보니 어제 먹고 남은 삶은 케일잎이 있어 함께 넣었어요. 그리고 끓을 때까지 솥뚜껑을 닫고 잘 끓여줍니다. 리크는 끓일수록 맛이 좋아져 저는 푹~ 끓인답니다.
잘 끓고 있으면... 에헴... 마법의 가루 한 숟가락을 넣겠습니다. 안 넣으셔도 되는데... 오늘은 좀 맛있게 먹자고 넣겠습니다. 이 마법의 가루는 채식용 여러 양념을 갈아 만든 거라더라고요. 이 가루가 없으신 분은 미원이나 조미료 조금 넣으셔도 될 듯합니다. (이곳에 살면서 미원은 한 번도 안 넣어 봤는데... 😅)
그런 후... 달걀을 그냥 투척합니다. 저는 따로 그릇에 잘 풀지도 않고 ,그냥 솥에 넣어 휘휘 저어 달걀을 바로 풀어줍니다. 그런 후... 뚜껑 덮고 불을 꺼줍니다. 그러면 달걀이 보드랍게 되더라고요.
자~! 이제 먹을 시간!!!
한 그릇 떠서 맛있게 밥 한 공기 뚝딱할 시간입니다.
어때요? 좀 맛있어 보이나요? 대파 흉내도 내며, 맛도 일품인 채개장이 완성 되었습니다.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특히 추운 날 일하고 오면, 이 한 그릇에 자신의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고도 남는다고 합니다.
앗~! 그런데 제가 후추를 넣지 않았네요. 바로 후추통을 꺼내 갈아넣었습니다. 그래~! 이거야! 바로 맛있는 이 채개장이 풍미가 느껴지는군!!! 채식하는 딸아이도 거뜬히 한 그릇 해치우는 요리입니다.
자, 여러분도 한 입 하실래요?
오늘은 스페인서 특별하게 한국맛을 기억하기 위해 만든 채개장을 소개했습니다. 재료 풍부한 한국에서는 뭘 해도 맛있겠지요?
오늘도 행복만 가득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다음 이야기로 다시 봬요~~~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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