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자신이 먹을 음식을 챙겨오는 스페인 손님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4. 12.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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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하게 누워있던 지난주, 손님이 찾아왔답니다. 


벌써 한 달 전부터 오기로 한 손님들이었죠. 산똘님의 남동생, 즉 서방님의 친구분들이 놀러 오기로 한 것입니다. 


"난 모르는 사람들인데 여기 초대하는 것이 좀 그렇다."

제 속마음을 보여주었는데, 산똘님은 적극적으로 초대하더군요. 

"왜? 오면 아주 재미있을 거야. 동생 친구들이 우리를 알고 싶어서 계속 기회 노리다 이번에 오는거야."


아! 우리 만나고 싶다는 사람이니 싫다고 할 수도 없고......


게다가 발렌시아 포크송 그룹인 'BATA'의 맴버들이라 누추한 우리 집이 좀 부끄럽기도 하고...... 

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요. 속으로는 이 가수들을 만나고 싶었으면서도 우리 집에서 만나는 것이 꺼려지지 뭐에요. 그래도 뭐 '모르는 이를 초대하는 스페인 문화'라 여겨 기꺼이 초대에 응했답니다. 


그런데 손님이 오신 날, 제가 진짜로 깜짝 놀란 것이 바로 자신이 먹을 음식을 다 장만해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초대한 주인을 위한 음식이기도 했지요. 도대체 이런 것들을 왜 바리바리 싸들고 올까? 생각했어요. 여기 마을 가게도 있는데 굳이 싸오는 이유는, 



1.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미리 마련하여 가져온다. 혹, 생각지 않은 알레르기가 있어 주인에게 피해 줄 수도 있으니...... 또한, 먹는 것이 습관화되었으니 평소 먹거리 가져오는 것이 나쁘지는 않을 터이니 말이다. 


2. 스페인에서는 가끔 손님이 이렇게 음식을 가져오는 것이, 주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초대한 주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또...... 그것에 대한 보답으로 이런 음식을 마련해온다. 


3. 외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으니, 어디 나가서 사서 먹읍시다! 하기엔 부담이 가므로......


4. 연대의식이 대단한 스페인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그 정을 나눈다. 먹으면 기분 좋아지니까 친구되기에는 좋다.



암튼, 여기서 우리 집 손님이 마련해온 실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산똘님, 서방님, 정보통신능력자, 가수 보칼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산똘님은 손님 맞을 준비로 또 '궁중한차'를 꺼내 보입니다. 

손에 든 것이 궁중한차....... 


무슨 선물 상자를 연상케 하는 상자를 떡 하니 식탁에 올려놓더군요. 


옆방에서 놀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뭐야?"하는 표정으로 봅니다. 


상자 뚜껑을 열어보니,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아, 역시나 이것은 스페인 문화의 한 모습이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꽃보다 음식]인 이곳 사람들이 먹을 것으로 친분 교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술도 잘 안 마십니다. 한 잔씩만? 

그저 대화하면서, 저에게는 수다 수준으로 다양한 테마가 오가지요,  

이렇게 금방 친해진답니다. 


그럼 어떤 음식을 가져왔는지 보여드릴게요. 

1박 2일의 일정인데 이렇습니다. 


커피! 

없어서는 안되지요. 

커피는 우리 집에도 있는데, 왜 스페인 사람들은 이런 것마저 가져올까요? 

지난 번, 며칠 머물다 간 스페인 가족 손님들도 우유에서부터 커피까지 다양하게 가져왔더라고요. 


이것은 무엇이냐? 설탕.

웬 설탕? 

커피 타고 설탕 넣어 저어먹어야하니 그렇지요. 

설탕도 우리 집에 있는데 너무 했다, 속으로 엄청 좋으면서.


마카로네스, 마카로니, 파스타

점심에 해먹을 파스타 요리 


파스타는 그냥 삶아 먹을까요? 아니지요. 

토마토 소스마저 가져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토마토 소스만 해먹으면 맛없잖아요?

이렇게 참치도 넣어먹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참치!!!


아이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기름까지 챙겨왔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름!

빵으로 찍어먹고, 파스타에 기름 뿌려먹고,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에이, 이것도 우리 집에 있는데, 왜 기름마저 챙겨오는 것이야, 속으로 좋으면서.


산양 요구르트!

식구가 많으니 양 많은 것으로.


그밖에 그린 아스파라거스 병조림


흰 왕아스파라거스 병조림


수다 떨면서 먹을 각종 엠부띠도스(embutidos, 소시지 및 저장용 음식)와 치즈!

대단하다. 

하몽이 반갑게 가지런히 있네!

바다에서 온 생선 하몽, 모하마도 있고(이것은 다음에 포스팅)!

이런 것은 안 가져와도 되는데.....에..... 가 아니라, 가져와 은근 좋아하는 나.


각종 맥주들

산똘님 취향을 알아서 수제맥주만 골라 사왔네요. 


저녁으로 먹을 키노아(곡류)!


앤초비 생선 절임


오이 피클


내가 좋아하는 두부와 세이탄(채식주의자들이 즐겨먹는 고기)까지!!!


각종 산열매 잼! 

잼은 우리 집에 많은데 이런 걸 왜? 왜? (내 속마음) 가져와야지.


두부 소시지


빼먹은 것 없겠지? 

이럴 수가! 

또 후식은 꼭 있어야 한다네요. 

초콜릿 등 다양한 후식을 준비해왔어요. 


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이탈리아산 파네토네!!!

후식 및 아침 식사로 환장합니다. 



이렇게 손님이 마련해온 물건들을 다 까발리고 

"스페인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감탄하는 저와 

금방 친해진 우리의 스페인 손님들은 


바로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무슨 활동? 


저녁 준비!

남자 넷이서 우르르 몰려 한 명은 호박 까고, 한 명은 감자 껍질 벗기고, 산똘님은 당근 껍질 벗기고, 

마지막 정보통신능력자는 거대한 일로 양파를 가져오는데(우리 집 썩어가는 양파 냄새 대단해서요)......


저는 다락방에 누워 허리를 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을 보니 삔 허리가 금방 낫는 듯했습니다. 

아! 손님이 요리해주니 참 좋구나!!!!

혼자 실실 웃으면서 이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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