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친구와 오랜만에 상우하여 우리 둘만의 시간을 틈틈이 노리고 있었습니다. 어찌저찌하다 삼일째 되는 날, 우리는 남편들에게 아이들을 맡겨두고, 둘이 스르륵 빠져나와 스시집으로 갔습니다. 뭐 달리 다른 곳에 갈 처지가 안 되는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었답니다. 또한, 고객도 한가해보여 둘 만의 소곤소곤 목소리를 나눌 수 있어 그곳에 갔었지요.
모국어로 하는 그 수다가 얼마나 반가운지 우리는 와인을 시켜놓고 주거니 받거니 아줌마 막강 파워를 보이며 술을 마셨답니다. 레드 와인은 강해 잘 마시지 못해 로즈 와인을 시켜놓고 마셨지요. 람부르스코(Lambrusco)와 마테우스(Mateus), 약간 달면서도 스윽 잘 넘어가니, 기분도 좋겠다, 술을 마시고 들어와 밤2시에 잠을 잘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숙취로 으아아아악! 정말 오랜만에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셔 정신이 없었답니다.
제 친구와는 네팔에서 데낄라 먹고 속 쓰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어언 10년 전이라...... ㅠ,ㅠ
둘이 눈물을 흘리면서 숙취해소용 해장국이을막 그리워했답니다.
아! 한국이었으면 지금 얼큰한 콩나물국이라도 마셨을텐데! 그런 소리가 나오면서...... 역시 아줌마들, 간만에 기분 좋다고 마셔대면 안 되는구나, 반성을 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스페인에서는 어떤 해장음식이 있어?"
물어보는 친구의 말에, 그 순간! 제 스페인 친구와 있었던 일이 생각 나더라구요.
전에 수영장을 같이 다녔던 친구였는데, 강습이 끝나는 여름 날의 어느 저녁에 우리 팀은 다 같이 종강 파티를 하게 되었답니다. 저녁을 먹고, 밤이 늦어 칵테일바도 가고, 그렇게 재미있게 놀았는데요. 스페인 사람들은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는 않는데, 수다가 많아 밤새도록 이어지는 것입니다. 자리를 이동하여 한 수다, 또 한 수다...... 술도 조금씩 조금씩 수다에 맞춰하는데...... 이게 새벽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새벽이 되자, 친구가 하는 말,
"아! 속 쓰려! 이제 우리 해장하러 가자!"
반가운 마음에, 스페인에서도 해장을 하는구나, 싶어 같이 갔더니, 간 장소는 바로 추레리아(Chureria), 즉 추로스 파는 곳이었답니다. 추로스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길쭉한 도너츠라고 할까요? 길게 나온 추로스를 핫 초콜릿에 푹 담구어 먹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빵 쫄아서 속이 느글느글했답니다.
"아니, 무슨 해장음식이 이래? 한국에서는 얼큰한 국을 먹어줘야 하는데......!"
알고 보니, 스페인에서는 몇몇 사람들은 새벽에 문을 여는 추로스 가게에서 열심히 핫 초콜릿을 먹어대더라고요. 초코 우유라고 할까요?
한국 친구가 이 말을 듣더니, 빵 놀라면서 그러네요.
"어머, 스페인 사람들 똑똑하네. 한국에서도 숙취해소에 초코우유가 좋다고 하더라. 티비에서 봤어."
아하! 나는 그건 몰랐었는데, 어쩐지 그 스페인 친구의 숙취해소법이 일리가 있다고 느껴졌답니다.
당분 많은 초콜릿이 알코올 숙취에 좋다나?!
여러분, 즐거운 연말 되시고요, 술은 조금씩 마십시다. ^^
남은 날들 알차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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