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산책을 하다가 향기에 이끌린 꽃을 봤어요. 물론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본 꽃이긴 하지만, 지중해 연안에서 처음 본 꽃이었던 지라 올해 다시 봐도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올리브나무와 그 아래의 덤불 사이로 자라는 하얀 꽃들이 구름처럼 피어 있었어요. 처음에는 꽃보다 덩굴의 흐름이 먼저 눈에 들어왔지요. 다른 식물들을 감싸 안으며 자유롭게 뻗어 나간 줄기 위에 작은 흰 꽃들이 셀 수 없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멀리서는 마치 누군가 하얀 별들을 한 아름 뿌려 놓은 것 같았어요. 햇살을 받은 꽃송이들은 은빛으로 반짝이며 바람이 스칠 때마다 물결처럼 흔들렸고, 초록 잎 사이에서 더욱 선명한 흰빛을 드러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꽃을 들여다봤어요.




가만히 살펴보니 십자 모양으로 펼쳐진 꽃이 단정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보통 꽃잎은 다섯 장에서 시작하는 것 같았는데 4 화엽이라니? 너무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제가 꽃잎이라 생각했던 네 장의 흰 조각은 사실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었습니다.
꽃의 중심에는 가느다란 수술들이 둥글게 모여 있었고요, 소박한 모양인데도 눈길이 오래 갔어요. 손끝으로 살짝 스칠 듯 가까이 다가가니 꽃받침은 종이처럼 얇고 부드러워 보였고, 막 피어난 꽃에서는 싱그러운 생기가 느껴졌습니다. 단순한 십자형의 흰 꽃받침이라니…! 말 그대로 정갈했습니다.
이름은 Clematis flammula.
학명은 Clematis flammula이며, 클레마티스속에 속하는 종이라고 합니다. 검색해 보니 ‘Sweet Summer Love’라는 품종명 또는 상품명으로 원예적으로 유통된다고 하더라고요. 일반적인 영어 이름은 ‘Fragrant Virgin’s Bower’ 또는 ‘Sweet-scented Virgin’s Bower’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저는 재작년에 이 꽃을 유튜브 영상으로 올렸더니, 한국의 시청자분께서 이 꽃 이름을 알려주셨는데, 우리말로 사위질빵이라고 부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다시 검색해 보니, 사위질빵은 Clematis apiifolia라는 별개의 종으로, Clematis flammula와는 다른 식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둘 다 같은 클레마티스속(Clematis)에 속하기 때문에 덩굴성 습성이나 꽃의 분위기에서 닮은 점이 많았습니다. 그냥 보기엔 둘 다 똑같은 꽃처럼 보였습니다. 이름이 사위질빵이라니...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유래를 살펴보니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옛날 장모가 처가 일을 돕는 사위를 안쓰럽게 여겨 질긴 칡덩굴 대신 잘 끊어지는 사위질빵 덩굴로 지게를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사실인지 전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 그 이야기가 좋더라고요. 누군가를 덜 힘들게 하고 싶은 마음, 조금이라도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식물 이름 속에 담겨 있다는 것이 따뜻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 꽃을 (정확히 같은 이름은 아니지만) "사위질빵"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씨가 바람개비처럼 잔털이 끝에 생기며 회돌아가는 모양새가 좀 징그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꽃의 은은한 향기에 취해 또 단조한 우리 올리브나무 숲에서 환하게 밝혀주는 이 생기로, 이런 꽃 핀 풍경을 6월 내내 즐기려고 합니다.
6월의 [산들랜드]의 꽃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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